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의 수출규제를 피해 반도체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RISC-V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하는 칩 설계로 선회하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9일(현지시간) 보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및 전기 자동차 분야에서 중국의 반도체 수요가 증가하면서 RISC-V 칩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RISC-V는 명령어 개수를 줄이고 구조를 단순화시킨 축소된 명령어 세트 아키텍처(RISC: Reduced Instruction Set Computer) 기반 개방형 명령어 집합(ISA)이다. 오픈소스 개념을 채택해 누구나 라이선스 구매 없이 RISC-V 칩과 소프트웨어를 설계, 제조, 판매할 수 있다.

중국이 RISC-V 칩에 주목하는 것은 빈약한 반도체 설계자산(IP) 역량 때문이다. 중국은 반도체 자급자족의 핵심인 반도체 IP를 대부분 해외에 의존해 왔기 때문에 생태계가 견고하지 못하다.  

미-중 무역 분쟁이 확대되면서 첨단 반도체 기술 확보가 어려워지자 대안 마련이 시급해졌다. 중국이 개방형 반도체 IP 생태계인 RISC-V로 방향을 전환하게 된 배경이다.

시장조사업체 IP네스트에 따르면 영국의 Arm이 전세계 반도체 IP 라이선싱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시장 점유율은 40%에 이른다. 미국 시놉시스 및 케이던스가 뒤를 이었다. 컴퓨팅 분야의 x86 아키텍처 역시 미국의 인텔이 주도권을 잡고 있다.

반도체 IP 기업이 대부분 영국과 미국에 포진한 만큼 중국은 해외에서 IP를 공급받아야 한다. 중국 반도체의 90%가 Arm 기반으로 설계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Arm이 올해 미국에서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라이선스나 가격 정책을 변경할 가능성이 높다.

RISC-V에 대한 관심이 기존 이 시장에는 주도권을 잡고 있는 Arm의 영역까지 위협할지는 미지수지만 중국의 자국 반도체 개발 및 생산에 RISC-V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에는 힘을 실어준다. 

상하이 기반의 RISC-V IP 공급업체 뉴클리아이 시스템 테크놀로지의 펑 지안잉 CEO는 “중국의 많은 팹리스 칩 설계 회사가 RISC-V로 전환하려고 한다”며 “RISC-V는 Arm 및 x86과 경쟁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말했다. 

미국의 무역제재로 반도체 수급에 어려움을 겪은 텐센트, 화웨이, 알리바바, ZTE 등 중국 기업이 Arm 기술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RISC-V에 대한 관심과 투자를 늘리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중국 반도체 기업 11개사가 자동차, 컴퓨터, 무선 통신, 에너지 관리 및 보안 분야에서 RISC-V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하는 최신 칩을 출시하기도 했다.

중국에서 RISC-V 아키텍처의 채택이 증가하는 것은 중국 반도체 산업이 해외 IP 공급업체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칩 설계에서 자급자족을 달성해야하는 시급성을 반영한다.

중국의 RISC-V 투자 전략이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아직 RISC-V 생태계가 Arm 등에 견줄 만큼 성장 궤도에 오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RISC-V는 중국이 일부분 영국이나 미국 IP 의존성을 탈피해 반도체 설계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 업계 중론이다.

박찬 기자 cpark@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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