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국내 기업이 인공지능(AI) 도입과 디지털 전환(DX)을 적극 추진하고 있지만, 진정한 성공을 거두는 기업은 많지 않다. 이유는 명확하다. AI 프로젝트의 성공은 기술적 요소 외에도 조직의 데이터 문화와 내부 역량, 지속 가능한 업무 체계 수립이라는 요소들이 동시에 갖춰져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AI 도입 초기의 기술 구현보다 더 어려운 것이 안정적인 운영과 꾸준한 업그레이드다. AI 전환(AX) 프로젝트가 초기 성과 이후 정체되지 않고, 지속적인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려면 기업은 어떤 전략과 조직 문화를 가져야 할까. 이번 4편에서는 기업 내 데이터 문화 형성과 조직 변화를 통한 AX의 지속 가능한 발전 방안과 그 실천 방법을 글로벌 사례를 중심으로 알아본다.
■ AX 성공의 핵심: 데이터 문화 조성하기
글로벌 기업 성공 사례에서 나타나는 공통 성공 비결은 바로 ‘데이터 중심 문화’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매켄지(McKinsey)에 따르면, AI를 성공적으로 접목한 기업들은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이 조직 전반의 업무 프로세스에 깊숙이 내재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데이터를 특정 부서의 업무가 아닌, 모든 임직원이 일상적으로 다루는 조직 문화로 확산시켰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나이키는 AI 기반 맞춤형 고객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데이터 중심으로 전 직원이 움직이는 문화를 만들었다. 데이터를 통해 각 제품과 서비스의 고객 반응을 실시간으로 확인, 그 결과를 마케팅-기획-물류 등 전 부서가 공유해 즉각적으로 대응하는 방식이다. 나이키는 이를 ‘데이터 민주화 전략’이라 부르며, 직원 누구나 데이터를 활용하고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냈다. 이러한 문화는 국내 기업들도 벤치마킹해야 하는 핵심 요소라고 볼 수 있다.
■ 지속적 개선을 위한 조직 체계와 프레임워크
AX 프로젝트의 성공은 초기 구축에서 나아가 AI 시스템이 꾸준히 확충되는 과정에서 결정된다. 미국의 금융 기업인 캐피털원(Capital One)은 AI 도입 후 조직 내 AI 지속개선위원회를 설립해 AI 서비스 운영 중 나타나는 이슈들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개선하는 프로세스를 마련했다. AI의 성능과 고객 만족도, 문제 해결 속도 등 주요 지표를 주기적으로 리뷰해 계속해서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것이다.
캐피털원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의 사례를 분석해 보면, 지속 가능한 개선을 위한 프레임워크는 3단계로 구성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첫째는 끊임없는 데이터 품질 관리다. AI가 사용하는 데이터는 시간이 지나며 품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캐피털원은 데이터 품질 전담팀을 두고, 주기적으로 데이터를 점검하고 정합성을 맞추는 작업을 수행한다. 이 과정에서 데이터의 신뢰성을 확보, 결과적으로 AI 성능 유지와 향상을 이끌어낸다.
둘째, 실패와 성공 사례의 투명한 공유다. 넷플릭스는 매주 ‘데이터 및 AI 성과 리뷰 미팅’을 통해 성공과 실패를 전사적으로 투명하게 공유하고 있다. 실패 사례를 참고해 같은 실수가 반복되지 않도록 조직 내 학습을 진행하며, 성공 사례는 부서 간 선순환적 협업으로 연결한다.
셋째, 조직 전반의 책임감과 권한 분산이다. 글로벌 소비재 기업 유니레버(Unilever)는 AX 프로젝트의 권한과 책임을 IT팀에서 현업 부서로 분산했다. 마케팅, 영업, 물류 등 각 부서가 자신의 문제를 AI 기술을 통해 직접 해결하도록 권한을 부여, 이를 위한 지원을 데이터 사이언스 전담 부서가 수행하는 방식이다. 즉, AI는 단순히 기술적 도구를 넘어 각 부서의 실제적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이 됐으며 비즈니스 성과와 직결됐다.
■ 데이터 리터러시와 AI 활용 역량 높이기
비개발 인력의 데이터 리터러시와 AI 사용 역량 제고는 지속 가능한 AX의 또 다른 필수 요소다. 데이터와 AI가 비즈니스 전반에 걸쳐 불가결한 역할을 하게 되며, 비개발 인력 역시 기본적인 데이터 리터러시와 AI 도구 운용 능력을 갖춰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구글은 사내 전 직원을 대상으로 데이터 리터러시 교육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기술팀뿐 아니라 마케팅, 영업, HR 등 모든 부서에서 데이터를 읽고 이해하는 기본 능력을 갖추도록 돕고 있다. 또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AI 기반 분석 툴을 제공해 비개발 인력도 본인 업무에서 데이터와 AI를 적극 활용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도미노 피자의 경우, 비개발 직원을 위한 자체 데이터 리터러시 프로그램을 개발해 배달 경로 최적화나 고객 반응 분석을 AI로 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실제 매장 운영 효율이 증가하고 직원들의 만족도까지 높아져 전반적인 조직 성과가 향상했다.
국내 기업들도 단순히 AI 기술 수용에 그치지 않고, 전 직원 대상 데이터 리터러시 교육을 내재화해 현업에 즉시 적용 가능한 실습 중심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이는 결국 AX 프로젝트의 성패를 좌우하는 장기적인 핵심 요소가 될 것이다.
■ 조직 변화, AX와 함께 이행해야
글로벌 기업들이 보여준 공통 메시지는 명확하다. AI의 성공은 기술력만큼이나 조직 내 문화와 인력의 변화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지속 가능한 AX를 위해서는 조직 전반에 걸친 데이터 중심의 의사결정 체계를 확립하고 끊임없는 보강을 위한 프로세스를 구축하며 전 직원의 데이터 응용 능력을 강화하는 노력이 필수적이다.
국내 기업들이 AX 프로젝트를 통해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는 실질적 성과를 얻으려면, 기술 접목보다 더 어려운 조직 변화에 과감히 도전해야 한다. 이것이 곧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경쟁력을 위한 가장 현명한 선택이자, AX 성공의 진정한 방정식이다.
[요약] 글로벌 벤치마킹을 위한 AX 조직 변화 전략
▲ 데이터 문화 형성
- 모든 직원이 데이터에 쉽게 접근하고 운용할 수 있도록 ‘데이터 민주화’ 추진 (나이키 사례)
▲ 지속적 개선을 위한 프레임워크
- 데이터 품질 전담팀 가동과 데이터 품질 주기적 점검 (캐피탈원 사례)
- 성공과 실패 사례의 투명한 공유 및 조직 내 피드백 문화 구축 (넷플릭스 사례)
- AX 권한 및 책임을 현업 부서에 분산, 비즈니스 중심의 AI 활용 지원 (유니레버 사례)
▲ 비개발 인력의 데이터 리터러시 신장
- 전 직원 대상 데이터 리터러시 교육 및 AI 실습 프로그램 전개 (구글 사례)
- 비개발 직원들이 간편한 AI 도구를 직접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 (도미노피자 사례)
안찬봉 탤런트리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