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용 AI-데이터 솔루션 ‘클리브’를 운영하고 있는 안찬봉 탤런트리 대표 (사진=탤런트리)
기업용 AI-데이터 솔루션 ‘클리브’를 운영하고 있는 안찬봉 탤런트리 대표 (사진=탤런트리)

디지털 전환(DX)으로 경쟁력을 확보했던 기업들이 이제는 인공지능 전환(AX)을 통해 비즈니스 전반의 효율을 높이고 새로운 경쟁 우위를 창출하고 있다.

AI 기반 성과 관리 플랫폼 기업 앰플리프AI(amplifAI)에 따르면, 최근 1년 만에 생성 AI 도입이 2배로 늘었고, 선제적으로 AI를 도입한 회사들은 AX 투자 대비 3.7배의 수익을 창출했으며 15.2%의 비용 절감 효과를 거뒀다.

반면 국내 한 대기업의 경우, 야심 차게 시작한 AI 프로젝트의 초반부터 난항을 겪었다.

전사 데이터 통합 과정에서 마케팅 부서는 데이터 공유가 전략 간섭으로 이어질지 우려했고, 영업 부서는 매출 목표에 대한 책임만 커질지 걱정했다. IT 부서도 데이터 통합 작업이 업무 부담을 가중할 것으로 판단,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내부 정치와 부서 간 이기주의는 협업을 저해해, 결국 정확한 비즈니스 목표 없이 기술 구현만을 추구하는 결과를 낳았다. 막대한 비용과 시간만 낭비한 채 좌초되고 만 것이다.

이런 문제는 비단 이 기업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부서 간 이해충돌뿐만 아니라 ERP, CRM 등 편의를 위해 업무 영역별로 구축한 시스템들이 데이터 파편화를 초래했다.

지난해 말, 데이터 활용 교육 기업 데이터버시티(DATAVERSITY)는 각 부서가 데이터를 독점적으로 사용하고 타 부서와 공유하지 않는 ‘데이터 사일로(Data Silo)’ 현상이 비즈니스 관계자들의 주요 관심사로 부상한다고 밝혔다. 이는 통합적인 데이터 분석을 방해, 기업의 전략적 의사결정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명확한 비즈니스 성과 목표 없이 AI 프로젝트를 추진해 실질적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지난 1월 매켄지(McKinsey)의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 C레벨 2명 중 1명은 AI 이니셔티브를 야심 차게 출범시켰지만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비즈니스에 가시적인 변화를 맞이하지 못했다.

실패하는 기업들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확실한 목표 설정과 철저한 데이터 통합 전략으로 AX에 성공한 국내외 기업들도 있다.

포스코는 부서 간 갈등과 이기주의를 최소화하는 것이 데이터 통합과 AX 성공의 핵심 요소임을 인지한 뒤 AX에 돌입했다. 생산 수율 제고라는 목표 아래 ‘AI 기술센터’를 설립, 데이터 과학자와 설비 전문가로 구성된 전담 조직을 꾸렸다. 자체 개발한 데이터 플랫폼 ‘포스프레임(PosFrame)’으로 각 공정 데이터를 실시간 통합한 것은 물론, 생산 프로세스 전반에 AI 모델을 적용했다. 결과적으로 생산 수율을 최대 90%까지 향상했다.

해외 사례로는 대표적으로 맥도날드와 UPS가 있다. 맥도날드는 개인화된 고객 경험이 매출 증대로 직결된다는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AI 도입을 추진했다.

주목할 점은 내부 개발보다 신속한 역량 확보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맥도날드는 개인화 기술 스타트업 다이내믹 일드(Dynamic Yield)를 과감히 인수해 매장과 드라이브 스루 데이터를 POS 데이터와 통합했다. 날씨, 시간대, 재고 현황 등 다양한 외부 변수까지 실시간으로 분석해 맞춤형 메뉴를 추천하는 시스템을 구축했고, 이와 같은 데이터 통합과 고객 중심의 접근법은 즉각적인 성과로 이어졌다. 초기 적용 매장에서 고객당 평균 주문 금액이 약 5.5% 증가하고, 주문 처리 속도도 평균 15초 단축되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창출했다.

UPS는 운송 경로 최적화라는 목표 아래 배송 기사들의 경험과 데이터 기반 AI 시스템을 결합하는 데 주력했고, 차량 센서 및 배송 데이터를 모두 통합한 ‘ORION(On-Road Integrated Optimization and Navigation)’ 시스템을 개발했다.

UPS 사례에서 가져올 인사이트가 있다면 이들의 인간 중심 접근법과 점진적인 추진이다. UPS는 협조가 필요한 현장 운전기사들의 초기 반발을 극복하기 위해 현장 의견을 적극 수렴했고, 그들의 협조를 더욱 원활하게 하는 기능을 우선순위로 구현했다. 처음부터 무리하게 완전한 시스템을 만들려고 하기보다 작은 파일럿으로 시작하고, 소규모 성공에 기반해 적용 범위를 점차 확대했다. 그 결과 UPS는 연간 1억 마일 이상의 주행 거리를 단축, 약 2억~3억달러의 비용 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AX를 성공한 기업들의 공통점은 데이터 통합과 AI 적용의 목적을 비즈니스 성과와 연결했고, 부서 간 협력, 인간 중심 접근, 현장 의견 수렴, 점진적 접근, 신속한 역량 확보 등 AX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지 총력을 기울였다는 점이다.

단순히 기술을 구현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데이터를 철저히 통합한 뒤 AI를 구체적인 비즈니스 문제 해결에 사용해 운영 효율성, 비용 절감, 고객 경험 향상과 같은 실질적이고 압도적인 성과를 거뒀다. 이런 국내외 성공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교훈은 AI 도입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명확한 비즈니스 문제 해결을 위한 수단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점이다.

국내 기업들은 포스코를 비롯한 성공 사례들에서 더 많은 교훈을 얻어야 한다. 데이터를 전략적으로 통합하고 비즈니스의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접근법을 채택할 때, 기업은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탁월한 성과와 새로운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경영진은 먼저 우리 기업이 AI를 통해 어떤 구체적인 성과를 얻고자 하는지 자문하고, 이를 위한 데이터 통합의 로드맵을 구축해야 한다. AI는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기업의 진정한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일 때 비로소 그 가치를 발휘한다. 지금이야말로 국내 기업들이 AI를 단순한 트렌드가 아닌, 비즈니스 혁신의 실질적 동력으로 활용할 때다.

안찬봉 탤런트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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