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을 포함한 전 세계 정부와 기업들이 아직 수십년이 지난 레거시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현대화하는 데 생성 인공지능(AI)이 핵심 역할을 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특히, 인간 엔지니어들은 수십년 전 도입된 프로그램을 파악하는 것이 어려운데, 이를 AI가 쉽게 해결해 준다는 내용이다.
블룸버그는 24일(현지시간) 미국 정부의 사회보장국(SSA)이 '코볼(COBOL)' 기반의 기존 시스템을 AI의 도움으로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이 프로젝트는 3년간 진행되며, 비용은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코볼은 1959년 처음 등장한 프로그래밍 언어다.
이처럼 미국에서는 온라인 뱅킹과 항공권 예약, 연금 지급 등 핵심 인프라 시스템은 여전히 1950년대에 개발된 코드에 기반해 운영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유지보수 비용이 증가하고 서비스 장애나 사이버 공격 위험도 커지고 있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도 코볼과 같은 구식 언어로 운영되는 정부 시스템의 전면적인 개편이 필요하다고 수차례 강조해 왔다.
맥킨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포춘 500대 기업이 사용하는 소프트웨어의 약 70%는 최소 20년 이상 된 것으로 나타났다. IDC는 전 세계 금융기관들이 2028년까지 레거시 결제 시스템 유지에 570억달러(약 8조원)를 투입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미국 최대 은행 JP 모건의 지난해 순이익과 맞먹는 규모다.
고크한 사리 맥킨지 수석 파트너는 “코볼을 아직도 쓰는 기업이 생각보다 많다. 글로벌 은행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특히 소비자 대상 서비스를 운영하는 은행들은 수십년 된 시스템 위에서 애플리케이션을 구동해야 하는 까다로운 문제에 직면해 있다.
이처럼 오래된 시스템을 현대화하는 일은 대개 수백만줄에 달하는 코드를 분석해야 하는 고된 작업이 따른다. IT 컨설턴트들은 이를 ‘디지털 고고학’에 비유하기도 한다. 또 수십년에 걸쳐 다양한 코드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스파게티 시스템'이라고 불린다. 이런 코드들을 교체하는 것은 매우 힘들고 섬세한 작업으로 구분된다.
괴르켐 쾨쇼을루 ING 그룹 전 최고 기술책임자(CTO)는 "코드를 아는 사람은 몇명 안 되는데, 수천줄에 달하는 코드를 새로운 언어로 옮겨야 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생성 AI의 확산으로 이러한 작업은 한층 수월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개발자들은 오픈AI의 '챗GPT'나 앤트로픽의 '클로드', 마이크로소프트(MS)의 '깃허브 코파일럿' 등 생성 AI 도구를 활용해 기존 시스템 유지와 전환 속도를 높이고 있다. 수작업으로 코드를 분석하는 대신, 코드 블록을 AI에 입력하고 “이 코볼 프로그램이 무엇을 하나요”라고 묻는 것만으로 전체 구조와 기능을 파악할 수 있다. AI는 오래된 언어를 자바(Java) 같은 현대 언어로 번역하는 데도 활용된다.
AI는 시스템 작동 방식에 대한 설명서도 자동으로 생성해 준다. 이를 통해 조직은 코드를 변경하거나 교체해야 할 때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리버스 엔지니어링 작업을 피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시간과 비용 절감 효과는 이미 뚜렷하다고 전해졌다. 맥킨지는 대형 금융기관이 트랜잭션 처리 시스템을 현대화할 때, 3년 전에는 1억달러(약 1400억원) 이상이 들던 비용이 생성 AI 도입 이후 절반 이하로 줄었다고 밝혔다.
특히 자금 여력이 큰 금융기관에는 시스템 현대화가 선택이 아닌 필수이기 때문에 AI 기술이 주요 수익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했다.
금융기관 유로클리어의 미할 파프로츠키 최고 정보책임자(CIO)는 “AI는 20년 전 클라우드 컴퓨팅 도입과 맞먹는 게임 체인저로 평가받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노후 코드에 대한 해결 필요성이 커지면서, 정부와 기업 모두 AI 기반의 시스템 현대화에 속도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크 데이스 유로클리어 인텔리전스 책임자는 "2년 전만 해도 AI 도구는 신입 인턴과 같았다. 하지만 더 많이 사용할수록 더 똑똑해진다"라며 "이제는 똑똑한 동료를 둔 것과 같다"라고 말했다.
박찬 기자 cpark@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