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인공지능(AI) 에이전트의 확대로 인해 5년 뒤에는 인터넷의 모습이 크게 바뀔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인간 사용자를 위한 현재의 사용자 인터페이스(UI)는 사라지고, AI를 위한 '머신 네이티브 디자인(machine Native Design)'으로 바뀔 것이라는 내용이다.

저스틴 웨스콧 에델만 최고 운영책임자(COO)는 7일(현지시간) 벤처비트의 칼럼을 통해 인터넷의 근본적인 재설계가 임박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등장한지 30년이 넘은 현재의 웹은 그동안 놀이터이자 직장이자 번화가이자 휴식처였으며, 타이핑하고 탭하고 클릭하고 스크롤하는 평범한 사람들을 위해 디자인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에이전트의 등장으로 웹의 주요 사용자가 사람이라는 점은 더 이상 오래가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 이유로 자동차가 처음 등장했을 당시를 비유했다. 자동차가 처음 등장했을 때 간신히 작동에 성공하는 등 어려움을 겪은 것은 자동차 자체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동안 말이 달리기 위해 자갈을 깔아놓은 도로의 상태가 문제였다는 것이다.

결국 자동차가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길부터 다시 닦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 뒤로 자동차는 제대로 속도를 냈다는 내용이다.

저스틴 웨스콧 COO (사진=에델만)
저스틴 웨스콧 COO (사진=에델만)

인터넷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현재 웹 브라우저 에이전트는 사람을 대신해 마우스를 클릭하고 웹 페이지를 스크롤하고 주소창에 타이핑을 하는 구조로 돼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해 비전 모델과 각종 도구를 동원하는 등 비효율적인 방식을 채택, 간신히 이를 작동하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즉, 현재는 "자갈밭 위에서 페라리를 달리려고 애쓰는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웹은 근본적인 재설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얼굴 성형이 아니라 전신 이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머신 네이티브 디자인이라고 소개했다.

웹이 AI에 맞게 제작되면 페이지는 엔드포인트가 되고 눈에 보이는 인터페이스는 사라질 것으로 봤다. 즉, 클릭할 버튼이 없어지고 대신 구조화된 데이터와 컨텍스트, 기능, 시스템 간에 오가는 통신 만이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AI는 페이지를 읽거나 클릭할 필요가 없이 API를 통해 단 하나의 질문만 하게 되는 구조가 된다는 것이다. "사용자의 선호도, 예산, 우선순위를 고려했을 때 이 옵션이 최선의 선택일까요"라는 질문 하나로 모든 구매 과정이 끝나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인터넷 아키텍처는 더 이상 인간을 위한 미적인 기준을 따질 필요가 없어지고, 대신 신뢰성이 핵심이 될 것으로 봤다. AI는 인터넷에 접속하면 가장 먼저 소스의 신뢰성을 평가하고 이를 다른 사이트와 교차 검증한 뒤 사용자 결과를 통해 학습하는 프로세스를 거칠 것이라는 예상이다.

물론, 인간을 위한 웹도 일부 존재할 것으로 예상했다. 즉, 두개의 웹이 평행 우주처럼 존재한다는 것이다. 하나는 지금처럼 인간을 위한 시작적이고 느린 웹이며, 또 하나는 최소회되고 효율적인 '기계를 위한 빠른 웹'이다.

이로 인해 최근 집중적으로 지적되듯 '검색 엔진 최적화(SEO)'도 사라질 것으로 봤다. 대신 등장하는 것은 현재 생성 엔진 최적화(GEO)라는 개념을 넘어, '기계 경험 최적화(MEO)'가 될 것이라고 봤다. GEO가 AI 챗봇에 특정 웹 페이지를 잘 노출시키기 위한 것이라면, MEO는 AI 에이전트 작동에 최적화된 것을 말한다. 즉, AI의 접근성에 관한 것이다. 

이에 따라 디자인 요소는 사라지고, 사이트의 신뢰와 기계 접근성이 새로운 웹의 기준이 될 것이라는 결론이다.

특히 5년 뒤에는 '구매 버튼'을 클릭하는 사람이 더 이상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AI 에이전트가 사용자를 대신해 하루에도 수백가지의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예측이다.

자동차를 위해 도로를 닦았듯, AI를 위해 인터넷에 관련된 기업들은 새로운 인프라를 구축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렇지 않다면 AI 중심의 웹 경제에서 밀려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웨스트콧 COO는 "다음 디지털 혁명은 기계에 의해, 기계를 위해, 기계를 위해 (그리고 아마도 기계에 의해) 설계된 웹에서 밀리초 단위로 실행될 것"이라고 결론내렸다.

이런 움직임은 실제로 일부 기업들에 의해 가시화되고 있다. 

데이터브릭스와 스노우플레이크는 최근 포스트그레스(PostgreSQL) 전문 기업을 각각 인수하며 에이전트 시대의 데이터베이스 전략 강화에 나섰다. 포스트그레스는 웹 등에서 정보를 저장하고 불러 오는데 사용하는 DB 시스템으로, 기업은 이 시스템에 기능을 추가하거나 수정해서 클라우드에 배포할 수 있다.

빌드 컨퍼런스에서 오픈 에이전틱 웹을 소개하는 사티아 나델라 MS CEO (사진=MS)
빌드 컨퍼런스에서 오픈 에이전틱 웹을 소개하는 사티아 나델라 MS CEO (사진=MS)

마이크로소프트도 지난달 열린 빌드 컨퍼런스를 통해 '오픈 에이전틱 웹(Open Agentic Web)'이라는 전략을 발표했다. 이는 AI 에이전트가 비즈니스 전반에 작동하는 인터넷 환경을 구축하는 것을 말한다.

대표적인 예로 기존 웹에서도 AI 챗봇 인터페이스를 손쉽게 구축할 수 있는 ‘NL웹(NLWeb)’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이는 HTML이 문서 기반 웹(웹 1.0)의 표준 역할을 했던 것처럼, AI 시대 웹 상호작용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려는 시도다.

이처럼 웹은 사람들이 아니라 AI가 돌아다니는 '죽은 인터넷'이 될 것이라는 예측은 이미 2년 전부터 등장했다. 또 얼마전부터는 웹이 AI를 위한 데이터베이스 역할로 축소될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

그리고 이제는 그 모습이 점차 구체화되는 흐름으로 볼 수 있다. 머신 네이티브 디자인은 이를 잘 보여주는 용어다.

임대준 기자 ydj@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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