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CEO가 인공지능(AI) 챗봇 ‘그록(Grok)’을 활용해 인류의 지식을 전면적으로 재편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현재 인터넷 데이터에 포함된 "쓰레기"를 걸러 내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정치적인 성향을 강화하려는 의도라는 지적도 나왔다.
머스크 CEO는 21일(현지시간) X(트위터)를 통해 “그록 3.5(혹은 이름을 4로 바꿀 수도 있음)의 고도화된 추론 능력을 활용해 인류 전체 지식을 다시 쓰겠다”라고 밝혔다.
그는 “빠진 정보는 더하고, 오류는 제거하겠다”라며 기존 AI가 학습한 데이터에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특히, “수정되지 않은 데이터로 훈련된 모든 기반 모델에는 쓰레기가 너무 많다”라고 덧붙였다.
이어지는 글에서 사용자들에게 ‘논란의 여지가 있는 사실’의 사례를 공유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그록의 재훈련 데이터를 걸러 내겠다는 것이다.
이는 새로운 모델 개발을 위해 방대한 학습 데이터를 걸러내고 수정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이것이 어느 정도 가능할지, 기준이 무엇인지는 의문이다.
일부에서는 이를 핑계로 그록의 정치적 성향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유명 AI 비평가인 게리 마커스 뉴욕대학교 명예 교수는 이를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비유하며 비판했다. 그는 “그록이 당신의 개인적 신념에 맞춰지지 않자, 역사 자체를 다시 쓰려고 한다”라며 “이것이 오웰식 디스토피아의 전형”이라고 공격했다.
그록은 이미 정치적인 논란에 수차례 휩싸였다. 가장 최근인 5월에는 내부의 독단적인 시스템 수정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의 ‘백인 대학살(white genocide)’이라는 음모론적 용어를 빈번히 언급해 비판을 받았다. xAI 측은 이를 바로잡고, 내부 조사를 통해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머스크 CEO는 그동안 '표현의 자유'와 '진실'을 명분으로 X와 그록 등에 등장하는 정치적인 표현을 거의 규제하지 않았다. 반대로, 모범적인 답만 내놓는 다른 챗봇들을 '깨어있는 AI'라며 소수 의견을 지나치게 대변한다며 비난했다. 심지어 동성애를 옹호하는 캘리포니아주에 항의하는 의미로 X 사무실을 텍사스로 옮기기도 했다.
인류 지식 자체를 다시 쓰겠다는 이번 계획도 인종이나 성 문제 등에서 평등을 주장하는 의견에 대한 반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편, 머스크 CEO는 지난 4월 인터넷에도 없는 답을 유추하는 '그록 3.5'를 곧 출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두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다.
어쨌거나 앞으로 등장할 그록은 기존 모델의 성능을 확장하는 개념을 넘어, 새로운 시도가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박찬 기자 cpark@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