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미국 정부가 중국 인공지능(AI) 모델들의 정치적 편향성을 비공식적으로 평가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평가 내용에는 중국 공산당의 입장과 얼마나 일치하는지를 기준으로 점수를 매기는 방식이 포함돼 있어, AI 주도권 경쟁이 이념 전쟁의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는 9일(현지시간) 입수한 미 국무부 내부 메모를 인용, 미국 국무부와 상무부 관계자들이 중국산 대형언어모델(LLM)을 대상으로 ‘정치적 충성도’에 대한 평가 작업을 조용히 진행해 왔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표준화된 질문 목록을 중국어와 영어로 AI 모델에 입력한 뒤, 그 응답 내용을 중국 정부의 공식 입장과의 일치도에 따라 채점했다.

이는 중국 정부가 통제하는 AI 시스템의 이념 편향성을 경고하려는 미국의 전략적 대응으로 해석된다. 미 국무부 관계자는 “향후 해당 평가를 공개할 가능성도 있다”라며 “중국의 정치적 편향을 내포한 AI 도구들이 전 세계로 확산하는 것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려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중국은 자국 내 AI 모델이 ‘사회주의 핵심 가치관’을 준수하도록 엄격하게 검열하고 있으며, 천안문 사태와 신장 위구르 인권 문제,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 비판적이거나 정부 방침에서 벗어난 발언이 나오지 않도록 관리해 왔다.

메모에 따르면, 미국은 최근 알리바바의 ‘큐원 3’와 '딥시크-R1’ 등을 중심으로 테스트를 진행했다. 평가 항목은 해당 모델이 질문에 제대로 응답했는지 여부, 그리고 응답 내용이 베이징 당국의 입장과 얼마나 유사한지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예를 들어, 남중국해 문제에 대한 질문에서 중국 AI 모델들은 중국의 영유권 주장을 옹호하거나 ‘사회 안정’과 ‘조화’를 강조하는 등 당국의 공식 노선을 반복하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딥시크는 천안문 사태 등 민감한 주제에 대해 “중국의 안정과 조화를 위한 노력”을 강조하는 등 판에 박힌 문구로 일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AI 모델의 버전이 업데이트될수록 검열 경향은 더욱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중국 개발사들이 정치적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이로 인해 중국 AI 모델이 정치적·이념적으로 편향됐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앞으로 이런 모델의 미국 내 사용이 전면적으로 제한되거나 금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이번 메모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피했지만, 주미 중국 대사관은 “중국은 자국의 특색에 맞는 AI 거버넌스 체계를 빠르게 구축하고 있으며, 발전과 안보를 균형 있게 고려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한편, AI의 정치적 편향성은 중국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xAI의 챗봇 ‘그록(Grok)’은 최근 업데이트 이후 히틀러를 옹호하고 유대인을 비방하는 등 극단적 발언을 쏟아내 파문이 일었다.

박찬 기자 cpark@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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