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 AI 없이는 일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요즘 “인공지능(AI)이 직접 시스템을 작동시킨다”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저 기술적인 변화로 들릴 수도 있지만, 사실은 상당히 본질적인 변화다. 사람이 중심이 되고 AI가 보조 역할을 수행하는 기존 자동화 방식과는 달리, 이제는 AI가 주도적으로 시스템을 요청하고 판단하며 작동한다. 새로운 직원이 조직에 합류하는 것만큼이나 큰 구조적 변화이며, 조직의 업무 프로세스와 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꾸게 되는 계기이기도 하다.
이미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AI 중심' 시스템 재편에 나서고 있다. 예를 들면,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이나 회계 처리 자동화 기업들은 AI가 데이터를 더 쉽게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시스템 구조를 재정비하고 있다. AI가 시스템을 쉽게 사용하고, 다양한 정보를 이해할 수 있도록 재구성하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컨설팅 전문 기업인 D사는 내부 직원 1만2000명이 AI를 활용해 연간 수백만건의 질문 처리와 보고서 작성을 자동화, 감사 보고서 분석이나 세금 문서 작성 업무 시간을 최대 50% 절감했다고 한다.
결국, 기술 도입이란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일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일하고 있는 방식이 정말 최선인가"라는 불편한 질문이 지금 우리가 마주한 변화의 시작점이 아닐까 싶다.
■ 단순한 업무부터 AI에게 맡겨봐야 한다
변화의 출발점은 대부분 조직 내부의 작은 실험으로부터 시작된다. 예를 들어, 회의록 정리나 신입사원 온보딩 자료 제작 등 반복적 업무에 AI를 도입하는 방식이다. 일부 조직에서는 AI가 회의 시작 전에 미리 관련 정보를 정리하고, 회의 후에는 요약본을 자동 작성해 구성원들에게 전달하기도 한다.
이런 방식은 단지 업무 시간을 줄이는 데 그치지 않는다. 중요한 정보를 빠르게 공유하고, 구성원들의 커뮤니케이션을 더 효율적으로 만들어준다. 특히 새로운 구성원이 빠르게 적응하는 데에도 큰 도움을 준다. AI가 단순히 편리함을 넘어서 업무의 퀄리티를 바꾸는 셈이다.
이렇듯 작은 성공 사례는 구성원들에게 ‘AI와 일하는 경험’을 제공하는 계기가 된다. 처음에는 낯설고 어색할 수 있지만, 반복되는 사용과 점진적인 개선을 통해 AI의 개입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고, 이는 곧 AI를 동료처럼 인식하는 문화로 확산다.
실제 한국딥러닝의 '딥 OCR 에이전트+(DEEP OCR Agent+)'를 도입한 기업들은 회의록, 계약서, 수기 문서처럼 반복적이면서도 복잡한 문서를 AI에 맡기며 그 효과를 검증하고 있다.
한 금융사는 민원 문서를 자동 분할 및 분류하고 주요 항목을 빠르게 추출하는 업무에 딥 OCR을 적용, 기존보다 문서 처리 시간을 60% 단축했으며 오류율도 크게 낮아졌다. 다른 제조 기업은 형식이 제각각인 검사 성적서나 작업지시서를 AI로 자동 구조화해 내부 시스템에 연동, 품질 데이터 관리의 정밀도와 효율성을 향상했다.
이처럼 실무에서의 ‘작은 성공’들이 쌓이면, AI는 단순 자동화 도구를 넘어 실질적인 업무 파트너로 자리 잡게 된다. 중요한 건 이 모든 변화가 소리 없이, 그리고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고객 응대, 프로젝트 지원, 사내 보고 등 더욱 복잡한 영역까지 확장되며 점점 더 깊숙이 우리 일상에 스며들고 있다.
■ 처음에는 AI를 조금 기다리며 배려해 줘야 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기존 시스템은 대부분 인간 사용자를 중심으로 설계돼 AI가 이해하고 작업하기에는 복잡한 부분이 있다. 따라서 AI가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시스템 구조를 바꾸는 일이 중요하다. 요청을 보냈을 때 명확한 답이 오도록 만들고, 문제가 생겼을 때 자동으로 다시 시도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즉, AI가 혼자서도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런 변화는 조직의 일하는 방식에도 큰 영향을 준다. 예전에는 '말'로 소통하고 배려하며 업무를 진행했다면 앞으로는 그 모든 과정이 AI의 처리 방식대로 명확하게 정리돼야 한다. 사람과 달리 AI는 ‘눈치’를 보지 않기 때문이다.
조직의 업무 문화와 처리 방식을 다듬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나 역시 조직에서 내부 시스템을 검토할 때, 단순히 "사람이 편하게 쓸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넘어 "AI가 혼자서 처리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 AI가 업무 내용을 기록하고 사람이 승인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AI가 실제 업무에 참여하게 되면, 다음은 신뢰성의 문제가 따라온다. 누가 언제 어떤 요청을 보냈는지, 결과는 무엇이었는지 추적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보안이 필요한 업무에서는 보다 꼼꼼한 관리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AI가 결제 요청을 하거나 중요한 계약 문서를 처리하는 경우 그 모든 과정이 기록되는 것은 물론, '사전 승인'을 받는 구조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의료, 금융, 법률 분야 등 민감한 업무 영역에서는 이러한 체계가 더욱 중요하다.
결과적으로는 요청 이력 저장, 사전 승인 절차, 접근 권한 설정 같은 관리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 단지 기술적인 문제는 아니다. 함께 일하는 모든 구성원이 AI가 무엇을 할 수 있고,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하고 있어야만 '신뢰'가 가능하다.
단순한 관리와 보안을 넘어, AI가 조직의 가치와 원칙에 맞게 일할 수 있는 철학적인 기준도 설정해야 한다. 결국 AI를 신뢰한다는 것은 그 판단과 행동에 '조직의 기준'을 담아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 AI 도입은 모두가 함께 준비해야 한다
AI가 조직에서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실질적인 '동료'가 되기 위해서는, 조직 전체가 준비해야 한다. 과거에는 기술 부서에서 시스템을 도입하고 나머지 부서는 단순히 사용하는 입장이었다면, 이제는 인사, 기획, 운영 등 모든 부서가 AI 도입의 초기 기획 단계부터 관여해야 한다.
AI가 각 부서의 일을 도우려면, 부서의 업무 흐름과 고민을 이해하고 반영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실무자들이 직접 참여해 어떤 일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지, 어떤 부분이 불필요한지 같이 살펴보는 것이 좋다.
중요한 것은 거창한 전략보다 '작은 성공'을 경험하게 해주는 것이다. 회의 전에 관련 자료를 자동으로 정리해 주거나, 자주 사용하는 이메일 초안을 AI가 미리 제안하는 등의 변화는 실질적인 효용을 즉시 제공한다. 이렇듯 작고 실질적인 성공이 쌓이면, 자연스레 AI에 대한 신뢰가 쌓이고 이후 더 큰 전환과 도입도 수월해진다.
AI는 여전히 완벽하지 않다. 그러나 반복적이고 단순한 업무를 덜어주기만 해도, 사람은 더 중요한 판단과 창의적인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그 순간, AI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업무 문화를 바꾸는 동료가 된다.
■ AI를 활용하려면 조직의 업무 문화를 바꿔야 한다
우리는 이제 AI의 도입 여부가 아닌, "AI와 함께 일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를 검토해야 한다. 기술이나 시스템은 언제든 도입할 수 있지만,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사람과 조직의 태도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 협업 방식, 업무의 기준, 책임 구조, 커뮤니케이션 방식까지 모든 것이 다시 설계돼야 하며, 그 중심에는 구성원의 이해와 실질적 참여가 필요하다.
결국 AI가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일하는 태도와 문화를 바꿔야 AI가 제대로 작동한다. 이 질문에 솔직하게 답할 수 있다면, 앞으로 어떤 변화가 오더라도 중심을 잃지 않고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김지현 한국딥러닝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