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공지능(AI) 업계의 두 거물 CEO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CEO가 기술 주도권과 규제 방향을 두고 서로를 공개 비판했다.
논란은 지난 6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비바테크 컨퍼런스에서 시작됐다. 황 CEO는 “다리오 아모데이는 AI가 너무 위험하다고 생각해서 오직 자신들만이 이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고 믿는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가 말하는 AI는 결국 모두의 일자리를 없앨 것이라는 시나리오”라며 앤트로픽의 접근을 비판했다. 앤트로픽을 골방에 처박힌 연구자라고 비난했다.
이는 아모데이 CEO가 블로그나 공식 자리에서 미국의 기술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고급 칩 수출을 통제해야 한다고 적극적으로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대해 황 CEO는 상당한 불쾌감을 표시했으며, 그의 주장 중 일부가 터무니 없다는 허풍이라고 공격했다.
이후 AI로 인해 대학 졸업자 등 초급 사무직의 일자리가 대거 사라질 것이라는 아모데이 CEO의 발언에 대해 황 CEO가 비바테크에서 비판한 것이다.
이에 대해 아모데이 CEO는 최근 팟캐스트에 출연해 “나는 이 기술을 우리가 독점해야 한다는 말을 한 적도, 그런 생각을 한 적도 없다”라며 반박했다.
또 그의 발언을 “내가 들은 것 중 가장 터무니없는 거짓말”이라며 “정말 악의적인 왜곡”이라고 비난했다.
아모데이 CEO는 앤트로픽이 AI 독점이나 배타적 개발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우리는 '정상으로의 경쟁(race to the top)'을 지향한다”라며 “기술을 무책임하게 빠르게 출시하는 ‘바닥을 향한 경쟁(race to the bottom)’은 모두에게 해롭다”라고 말했다. 또 “가장 안전하고 윤리적인 AI 기업이 기준을 세우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앤트로픽은 그간 책임 있는 확장 정책(responsible scaling policy)을 도입하고, AI 해석 가능성(interpretablity) 연구를 외부에 공개하는 등 투명성과 안전성을 강조해 왔다. 아모데이 CEO는 이런 노력들이 다른 기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엔비디아도 이에 대응했다. 공식 성명을 통해 “엔비디아는 안전하고 책임감 있는, 투명한 AI 생태계를 지지한다”라며 “수천개의 스타트업과 오픈 소스와 AI의 안전성을 강화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오픈 소스를 겨냥한 규제 로비는 혁신을 저해하고, AI를 더 불투명하고 비민주적으로 만들며, 미국이 경쟁에서 이기는 방식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는 아모데이 CEO가 지난 5월 미국 정부에 AI 모델의 국가 안보 영향에 대한 사전 평가를 요청한 것과 관련이 있다. 일부에서는 이 제안이 오픈 소스 경쟁자를 규제하려는 ‘우회적 시장 통제’ 시도라고 지적했다. 엔비디아는 바로 이 점을 강조한 것이다.
박찬 기자 cpark@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