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T-3' 'GPT-4'의 등장 이후 생성 인공지능(AI)은 빠르게 진화해 왔다.
그러나 최근 흐름은 다르다. 'GPT-4o' '그록-4' '제미나이 2.5' 등은 완전히 새로운 모델이라기보다 기존 모델을 최적화하거나 미세조정(fine-tuning), 멀티모달 기능을 덧붙인 변형 모델로 볼 수 있다.
모델 구조 자체의 기술 도약은 점점 어려워지고, 성능 향상은 점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여기에 GPU 자원 부족, 학습 비용 급등, 데이터 확보 난항, 각국 규제 강화까지 겹치며 ‘범용 모델 중심 전략’은 뚜렷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제 기업에 중요한 것은 새로운 모델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모델을 ‘우리 일’에 맞게 조정하는 미세조정이다.
■ 미세조정이란 무엇인가?
미세조정은 대규모 데이터로 사전학습한 범용 대형언어모델(LLM)을 특정 도메인과 업무 데이터로 다시 학습해 목적 적합성을 높이는 과정이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나 검색 증강 생성(RAG)처럼 매번 외부 문맥을 불러오는 방식이 아니라, 모델 내부 표현을 직접 갱신해 영속적인 기억을 부여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 덕분에 금융·의료·법률처럼 전문 용어가 자주 등장하거나 문서 형식이 까다로운 영역에서도 모델 자체가 조직 고유의 톤과 규칙을 이해하고 안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 미세조정 왜 필요한가?
기업이 AI를 운영하는 핵심 기준은 비용·지연시간·품질의 균형이다. 플래그십 LLM이 커질수록 토큰 단가와 응답 지연은 늘어나고, 보안·규제 요건으로 외부 API 호출은 제약받기 쉽다. 미세조정은 이런 한계를 ‘하나의 거대 모델’이 아니라 ‘역할별 소형·중형 모델 포트폴리오’로 해결한다.
반복적이고 규칙적인 과업은 경량 모델이 신속히 처리하고, 복잡한 과업은 대형 모델로 라우팅하는 구조다. 이를 통해 특화 모델은 높은 정확도를 유지하면서도 응답 속도와 비용까지 개선해, 기업 전체의 효율과 실행력을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다. 구체적인 활용 영역은 다음과 같다.
1. 산업별 특화 모델
금융 보고서, 의료 기록, 법률 서식처럼 산업 고유의 언어와 형식이 중요한 분야에서는 맞춤형 모델이 필수적이다. 범용 모델만으로는 일관된 결과를 내기 어렵지만, 미세조정을 통해 해당 산업의 데이터와 규정을 반영하면 맥락 이해와 용어 해석력이 크게 향상된다. 실제로 블룸버그 GPT는 대규모 금융 데이터를 반영한 미세조정을 통해 요약, 분류, 질의응답에서 범용 모델보다 안정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성능을 입증했다.
2. 직무·태스크별 맞춤 모델
산업 단위뿐 아니라 조직 내부의 세부 직무에도 미세조정은 효과적이다. 예컨대 개발 직무에서는 ‘새 코드 생성’ ‘인라인 자동완성’ ‘코드 수정’ 등 세분화된 과업이 존재한다. 하나의 모델로 모든 기능을 처리하는 대신 태스크별 모델을 따로 미세조정하면 비용과 지연을 줄이고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최근 확산되는 코딩 에이전트 플랫폼들이 바로 이러한 접근을 통해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3. 경량 모델로 대형 모델 성능 구현
에이전트가 외부 도구를 활용하는 환경에서는 매번 대형 모델을 호출할 경우 지연과 비용이 급증한다. 이때 도구 선택·파라미터 설정 같은 특정 액션만 소형 모델이 담당하도록 미세조정하고, 복잡한 경우에만 대형 모델을 호출하는 전략이 효과적이다. 실제로 세일즈포스(Salesforce)의 경량 모델은 도구 호출에 특화된 미세조정으로 GPT-4o를 능가하는 성능을 보여줬다. 기업 입장에서는 경량 모델을 전면 배치하고 복잡한 케이스만 대형 모델로 라우팅해 품질과 속도, 비용을 동시에 관리할 수 있다.
■ 미세조정 기대효과
1. 정확도 향상 & 할루시네이션 최소화
미세조정의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모델의 문맥 이해력과 응답 정확도 향상에 있다. 당연한 전제로 보이지만, 실제 활용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다. 미세조정을 통해 범용 모델이 놓치기 쉬운 기업 고유 용어, 산업별 문서 구조, 한국어 특유의 표현과 뉘앙스를 학습시킬 수 있어, 불필요한 환각(hallucination)을 줄이고 실무 적용력을 크게 높일 수 있다. 환각은 고객 불만, 법적 분쟁, 기업 평판 악화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리스크다.
실제 해외에서는 에어캐나다(Air Canada)의 챗봇이 잘못된 환불 안내로 법적 책임을 진 사례가 있고, 뉴욕 변호사가 챗GPT가 만들어낸 가짜 판례를 제출했다가 제재받은 사례도 있다. 국내에서도 공공 기관들이 미세조정 단계에서 환각 문제를 평가·개선하며 품질 관리와 리스크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베슬AI는 한국어를 비롯한 다국어 환경에서 정확도 향상과 환각 최소화에 강점을 갖고 있으며, 최근 이를 입증하는 성과를 거뒀다. 베트남어 미세조정 프로젝트에서는 '큐원3-8B' 모델을 활용해 현지 언어 벤치마크 VMLU평가에서 'GPT-4'와 동등한 수준의 성능을 달성했고, 더 큰 규모의 'QwQ-32B' 모델보다도 우수한 결과를 기록했다.
특히 이 성과는 8B급 모델 가운데 최고 수준의 벤치마크 성능으로, 미세조정을 통해 다양한 언어와 지식 기반 작업으로 효율적으로 확장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2. 응답 속도 & 비용 동시 개선
미세조정은 모델 성능 향상을 넘어, 응답 속도와 운영 비용까지 개선할 수 있는 최적화 수단이다. 반복 업무나 자주 묻는 질문을 사전 학습해 불필요한 연산을 줄이고 빠른 응답 속도를 유지할 수 있으며, 이는 토큰 사용량 감소로 이어져 API 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된다. 특히 고객 응대나 실시간 서비스에선 사용자 경험과 전환율에 직접 영향을 준다. 여러 LLM 벤더 연구에 따르면, 소형 모델에 고품질 데이터를 미세조정한 결과 대형 모델 수준의 성능을 확보하면서도 서버 비용은 최대 30배, 응답 시간은 최대 4배까지 줄어든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베슬AI는 대형 공개 LLM을 발전소의 문서, 매뉴얼, 운영 데이터를 기반으로 미세조정해 반복 업무에 특화된 경량화 모델을 구축하고, 고도화된 의사결정이 필요한 경우에는 대형 모델로 라우팅하는 구조를 적용해 왔다. 이를 통해 문서 처리와 고객 상담 등 일상 업무는 소형 모델로 빠르게 처리하며, 평균 응답 속도를 단축하고 컴퓨팅 자원 활용 효율을 높여 처리 비용을 50% 이상 절감하는 성과를 거뒀다. 과거의 대화·검색 기록을 모델에 학습시켜 불필요한 연산을 줄이고 응답 정확도와 속도를 동시에 개선한 바 있다.
3. 기술 주권 확보 & 데이터 보안 강화
미세조정은 기업이 기술 주권과 보안 통제권을 확보하는 전략적 수단이기도 하다. 현재 시장에 공개된 대부분의 범용 모델은 해외 기업이 개발한 외산 모델로, 데이터가 어떤 경로로 처리되고 저장되는지 명확히 알기 어렵다. 이로 인해 정보의 통제와 감사가 사실상 불가능하며, 특히 민감 정보를 다루는 조직에는 치명적인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반면, 미세조정을 거칠 경우 자율적인 정책 적용과 각국의 규제 대응에도 훨씬 유리한 구조를 만든다. 궁극적으로 미세조정은 AI 기술의 독립성과 장기적인 운영 역량을 확보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기술 주권 확보를 위한 ‘소버린 AI’ 전략은 국가뿐 아니라 기업 차원에서도 핵심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유럽은 미국 빅테크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해 엔비디아 등과 협력해 자체 AI 인프라와 모델을 구축 중이며, 우리 정부도 소버린 AI를 국가 전략으로 삼고 AI 데이터센터, 컴퓨팅 자원, 초거대 언어모델 개발에 민관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실제로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과 초거대 AI 프로젝트 등을 통해 K-AI 3강 도약을 위한 기술 자립이 본격 추진되고 있다.
베슬AI는 초거대 AI 프로젝트에 참여해, 네이버클라우드 하이퍼클로바, 업스테이지 솔라, LG AI연구원 엑사원, 뤼튼, 라이너 등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의 주요 LLM에 미세조정을 제공한 바 있다. 또 다양한 온프레미스 환경에서 미세조정을 적용해 실질적 성과를 낸 경험을 보유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사우디 등 데이터 주권을 중시하는 신흥국 시장으로도 진출해 소버린 AI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이를 위해 자체 서버 및 GPU 인프라 기반의 로컬 환경, 국산 AI 반도체, 현지 언어·법·문화에 특화된 모델까지 통합적으로 최적화하고 있다.
■ 효과적인 미세조정을 위한 5단계
효과적인 미세조정을 진행하기 위한 단계는 데이터 준비, 미세조정 기법 선택과 PoC, 학습과 평가 실행 등 5단계로 나뉜다.
1단계 – 데이터 준비
미세조정의 출발점은 데이터다. 원천 텍스트, 로그, 문서 등을 수집해 노이즈를 제거하고 학습에 적합한 형태로 정제한다. 필요할 경우 전문 지식 기반 레이블링과 품질 검수를 통해 정확도를 높이고, 부족한 데이터는 역번역(back-translation), 문장 변형, 패턴 기반 샘플 생성 같은 데이터 증강 기법으로 보완한다. 이렇게 구축된 데이터셋은 일회성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운영 과정에서 새롭게 발생하는 입력 패턴과 오류 사례를 반영해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미세조정 데이터셋을 주기적으로 보강할 수 있는 파이프라인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2단계 – 기법 선택
데이터가 준비되면 어떤 학습 방식을 적용할지 정해야 한다. 가장 기본은 지도 미세 조정(SFT)으로, 전문가가 만든 시범 답변을 학습시켜 일관된 지시 수행 능력을 부여한다. 고객 응대나 정책 준수 과업에는 직접 선호 최적화(DPO)가 효과적이며, 보상 모델과 복잡한 강화 학습 절차를 생략하고, 두 응답 중 더 선호되는 답변이 선택되도록 직접 매개변수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고객 응대나 정책 준수 태스크에서 효율성을 보인다.
좀 더 최신의 접근으로는 복잡한 추론 과업을 위해 고안된 그룹 상대 정책 최적화(GRPO)가 있다. GRPO는 여러 후보 응답을 서로 비교해 더 나은 쪽을 고르는 방식으로 학습을 최적화한다. 중국 딥시크는 지난해 이 기법을 대규모 언어모델에 적용해 수학·코딩처럼 복잡한 문제 해결 능력을 크게 끌어 올렸다. 기존 강화 학습처럼 별도의 보상 모델이나 복잡한 가치 함수(critic) 네트워크가 필요 없어 연산 효율이 높고, 학습된 결과를 소형 모델로 옮겨 담아도 높은 추론 성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3단계 – 모델 학습
선택된 기법을 바탕으로 실제 미세조정을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모델이 도메인 지식, 조직 고유 톤, 업무 규칙을 내재화하며 목적 적합도를 높인다. 대규모 연산이 필요한 단계이기 때문에 GPU 활용 최적화와 워크플로우 자동화가 함께 요구된다.
4단계 – 모델 평가
학습이 끝난 모델은 다양한 방식으로 성능을 검증해야 한다. 벤치마크 지표, 도메인 전문가 리뷰, LLM 직접 평가(LLM-as-a-Judge) 같은 자동 평가를 병행해 모델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한다. 평가 결과가 미흡하다면 다시 데이터 준비 단계로 돌아가 개선을 반복한다.
5단계 – 모델 배포
평가를 통과한 모델은 실제 운영 환경(클라우드 혹은 온프레미스)에 배포된다. 중요한 것은 배포 이후에도 데이터와 피드백이 지속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데이터 준비–학습–검증–배포의 전 과정을 자동화 파이프라인으로 구축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실험 재현성과 운영 효율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으며, LLMOps 전반의 안정성이 뒷받침된다. 이를 위해 베슬AI 등 컨테이너 기반 오케스트레이션 솔루션을 활용함으로 GPUOps, MLOps, LLMOps, AgentOps 전반의 신뢰성을 뒷받침할 수 있다.
■ 결론
미세조정은 단순한 성능 개선을 넘어, 생성 AI를 안전하게 도입하고 지속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
앞으로의 생성 AI는 질문–응답을 넘어, 의사결정과 실행까지 자동으로 수행하는 ‘에이전틱 AI’로 진화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미세조정은 조직의 정책, 문서, 업무 맥락을 반영해 기업 고유의 에이전트를 구현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기반 기술이다.
결국 미세조정은 기업이 AI를 통제 가능한 도구로 만들고, 기술 주권을 확보하며,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전략을 수립하는 출발점이다. 지금이야말로 각 조직의 목적과 환경에 맞는 ‘우리만의 AI’를 만들기 위한 실전적 접근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안재만 베슬AI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