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에이전트 붐과 현실의 괴리: ‘도입’과 ‘활용’은 다른 이야기
회의록 요약, 보고서 작성, 고객 상담, 재고 관리까지 수행하는 AI 에이전트가 연일 소개되고 있다. "24시간 고객 응대" "생산성 300% 향상" 같은 말도 익숙해졌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다른 이야기가 나온다. 개념검증(PoC) 단계까지는 순조롭게 진행되지만, 그 이후 실제 업무 환경에 안착하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수억원을 투자했음에도 실사용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에이전트가 '존재하지만 잘 쓰이지 않는 시스템'으로 남는 경우도 빈번하다.
이런 간극은 어디서 비롯되는 것일까. 핵심은 AI 에이전트를 단순한 기술이 아닌 통합 시스템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점에 있다.
■ 세 가지 병목 지점: 기술보다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
① GPU 최적화 부재가 만드는 속도와 비용의 딜레마
AI 성능은 모델의 정교함뿐만 아니라 응답 시간과 일관성에서도 결정된다. 하지만, 복잡한 도구 호출과 검색 연동, API 처리 등이 병목을 만들어 응답 시간이 수분까지 늘어나기도 한다. 한 제조 기업은 기술 문서 데이터를 토대로 필요한 정보를 도출하는 에이전트를 도입했으나, 3~5분 소요되는 응답 탓에 직원들이 기존 검색 시스템을 선호하는 결과가 생겼다.
GPU 자원 관리와 최적화 전략 없이는 확장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최적화가 선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단순 속도를 개선하려면 비용이 급등하고, 비용을 줄이면 속도가 떨어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② 범용 LLM 의존: 정확도와 맥락 이해의 한계
‘기업 데이터를 넣고 검색 증강 생성(RAG)만 붙이면 된다’는 방식은 생각보다 많은 시행착오를 낳는다. 예를 들어, 한 금융사는 고객 상담 에이전트가 규정과 다른 대출 조건을 안내하면서 컴플라이언스 문제에 직면했다.
범용 모델이 산업별 맥락과 전문 용어를 충실히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이나 의료, 법률처럼 규제가 엄격한 산업에서는 작은 오류도 큰 리스크로 직결된다. 파운데이션 모델이 일반적 지식 측면에서 뛰어난 것은 맞지만, 도메인별 특화 작업에서는 미세조정이 필수적임을 보여주는 사례다.
③ 운영 체계 부재: 도입 이후 무너지는 품질
에이전트는 도입으로 끝나는 시스템이 아니다. 지속적인 성능 모니터링, 데이터 업데이트, 정책 대응이 운영 체계에 포함돼야 한다.
한 유통기업의 재고 관리 에이전트는 초기에는 성공적이었지만, 계절별 수요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6개월 만에 예측 정확도가 급감했다. 데이터와 정책, 업무 환경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만큼, 초기 모델 성능만으로는 장기적 신뢰를 보장할 수 없다.
■ 실행 가능한 에이전트를 위한 세 가지 운영 원칙
원활한 AI 에이전트 구축을 위해서는 단순 기술 도입이 아닌, 전체적인 시스템을 바라보는 관점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핵심은 다음 세가지 실행 원칙에 있다.
① 기반 안정화: 인프라와 운영 환경 최적화
빠르고 일관된 응답은 사용자 경험의 핵심이다. 이를 위해 GPU 자원, 모델 응답 속도, 운영 비용 간 균형을 고려한 인프라 최적화가 필수다. 예측 가능한 속도와 비용 구조를 만들어야 AI 에이전트가 실제 업무 환경에서 신뢰 받을 수 있다.
GPU 사용량과 비용을 단순 집계하는 수준을 넘어, 서비스와 테스트, 파인튜닝 등 워크로드별 특성을 고려한 최적화가 뒷받침돼야 한다. 워크로드별 GPU 사용량과 비용 구조를 가시화해 운영 효율성을 점검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② 정확도 확보: 업무 맥락을 고려하는 모델
범용 대형언어모델(LLM)만으로는 기업별, 업무별 특수성을 반영하기 어렵다. 도메인별 지식, 용어, 정책 등을 반영한 모델 조정(미세조정)과 의도 분류, 라우팅 등 설계를 통해 정확도를 높여야 한다. 이는 사용자 신뢰 형성의 핵심이다.
미세조정, 평가, 배포 결정에 이르는 단계적 절차를 통해 모델이 실제 업무 환경에 적합한지 지속적으로 검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데이터 전처리, 미세조정, 평가, 배포 여부 결정까지 이어지는 절차를 통해 단계별로 정확도를 관리할 수 있다.
③ 지속적 개선: 운영 체계 체계화
에이전트는 도입 이후가 더 중요하다. 성능 모니터링, 정책 위반 제어, 사용자 피드백 수집, 자동 업데이트 등 관리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워크플로우 오류, 정확도 저하 같은 문제를 빠르게 식별하고 대응할 수 있는 체계가 필수다.
요청량, 오류 유형, 비용 구조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대시보드를 통해 운영 성과를 모니터링하고 데이터 기반으로 개선 의사결정을 내리는 체계가 필요하다. 실시간 모니터링 대시보드 사례처럼 성능과 비용, 활용 패턴을 통합적으로 추적하는 접근이 효과적이다.
이 세가지 원칙이 유기적으로 작동할 때, PoC를 넘어 실제 업무에 정착할 수 있는 실행 가능한 에이전트가 완성된다.
■ AI 에이전트는 단순한 솔루션이 아니라 ‘시스템’이다.
AI 에이전트는 '1회성 설치 도구'가 아니다. 변화하는 업무 환경에 적응하고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관리돼야 하는 살아있는 시스템이다.
파운데이션 모델이 전이 학습과 규모의 힘으로 다양한 작업에 적응할 수 있듯이, 실행 가능한 AI 에이전트도 인프라 최적화, 도메인 특화, 운영 체계가 하나로 통합될 때 비로소 진정한 비즈니스 파트너로 기능한다.
결국 PoC를 넘어 실제 비즈니스 가치를 창출하는 AI 에이전트는 '좋은 모델'이 아니라 '제대로 된 시스템'에서 나온다. 무엇을 개선할 것인지, 그 효과를 어떻게 측정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목표 설정을 출발점으로, 세가지 핵심 요소가 유기적으로 작동할 때 현업에서 신뢰받는 실행 가능한 파트너가 탄생할 것이다.
안재만 베슬AI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