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1980년대 인터넷 초창기, 각국은 국가를 대표하는 고유 도메인을 부여받았다. 미국은 .us, 영국은 .uk를 받았고, 카리브해의 작은 섬 앵귈라에는 닷에이아이(.ai)라는 도메인이 돌아갔다. 당시에는 미처 몰랐지만, 이 주소가 훗날 ‘대박’을 가져올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BBC는 1일(현지시간) 인공지능(AI) 열풍이 거세지면서 전 세계 기업과 개인들이 ai 도메인 등록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 허브스팟 공동 창립자인 다르메시 샤는 올해 초 you.ai 주소를 무려 70만달러(약 9억7000만원)에 사들여 화제가 됐다. 그는 “개인의 디지털 버전을 만들어 특정 업무를 대신 수행하도록 하는 AI 제품 구상을 위해 구입했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ai 도메인 등록 수는 최근 5년간 10배 이상 증가했으며, 1년 새 두배 가까이 늘었다. 현재 등록된 주소 수는 85만개를 넘어섰는데, 2020년만 해도 5만개에 불과했다.

인구 1만6000명의 영국령인 앵귈라는 관광업에 크게 의존해왔지만, 허리케인 등 자연재해에 취약하다. 이에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보고서에서 “도메인 수익이 경제 다변화와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라고 평했다.

앵귈라 정부에 따르면 2024년 도메인 판매 수익은 1억550만동카리브달러(약 540억원)에 달하며, 이는 전체 세수의 23%를 차지했다.

관광업 비중이 37%임을 감안하면 상당한 규모다. 정부는 올해 도메인 수익이 1억3200만동카리브달러(약 680억원)로 늘고, 2026년에는 1억3800만동카리브달러(약 71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도메인 등록비는 약 150~200달러, 2년마다 비슷한 금액의 갱신료가 발생한다.

인기 있는 주소는 경매를 통해 수십만달러에 거래되며, 최근에는 cloud.ai(60만달러), law.ai(35만달러) 등이 고가에 팔렸다. 이 가운데 발생하는 매출은 정부가 가져가고, 관리 업체인 미국 아이덴티티 디지털은 약 10%를 수수료로 받는 구조다.

앵귈라는 이 수익을 공항 신설, 관광 인프라 확충, 공공의료 개선 등 장기 발전에 활용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ai 열풍이 얼마나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

다르메시 샤는 “곧 누군가가 ai 도메인 사상 최고가 기록을 경신할 것”이라면서도 “장기적으로는 여전히 닷컴(.com) 도메인이 더 큰 가치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찬 기자 cpark@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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