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처럼 늘어나다가도 순간 강철처럼 단단해지는 '인공 근육'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실제 사람 근육처럼 무거운 물건을 들어 올릴 수 있는데, 그 힘은 사람 근육보다 무려 30배 강하다.

자기장을 가해서 움직일 수 있는 인공 근육의 내부 구조를 설명한 연구그림 (사진=UNIST)
자기장을 가해서 움직일 수 있는 인공 근육의 내부 구조를 설명한 연구그림 (사진=UNIST)

울산과학기술원(UNIST) 정훈의 교수 연구팀은 강성과 유연성을 자유롭게 바꿀 수 있는 소프트 인공 근육을 만들어냈다고 18일 밝혔다.

이번에 개발된 인공 근육은 상황에 따라 성질이 달라진다. 무게를 지탱할 때는 딱딱해지고, 들어 올릴 때는 부드럽게 움직인다. 

무게가 1.25g에 불과하지만, 최대 5kg을 버틸 수 있어 자기 무게의 약 4000배를 견딘다. 반대로 힘을 뺀 상태에서는 12배까지 늘어날 정도로 유연하다.

성능도 눈에 띈다. 길이가 86% 이상 줄어드는 수축 능력은 사람 근육(약 40%)보다 두 배 이상 크다. 또 단위 부피당 낼 수 있는 에너지는 사람보다 30배 높아 “작지만 강한 근육”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계 넘은 비밀은 '이중 결합 구조'

그동안 인공 근육은 유연하면 힘이 약하고, 힘이 세면 잘 늘어나지 않는 게 단점이었다. 연구팀은 여기에 이중 결합 구조를 도입했다.

화학적 결합(공유결합)은 근육을 단단하게 묶어 구조를 유지하고, 물리적 결합은 열이나 자기장에 반응해 쉽게 늘어나도록 했다.

또 표면 처리한 자성 입자를 넣어 외부 자기장으로도 움직일 수 있게 만들었으며, 실제로 자기장으로 물체를 집는 실험도 성공했다.

정훈의 교수는 "이번 연구는 인공 근육의 오랜 난제를 해결한 성과"라며 "앞으로 소프트 로봇, 웨어러블 로봇, 의료 보조 장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연구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터리얼즈 9월호 온라인판에 실렸다.

UNIST 연구진. 정훈의 교수(좌측)와 김소미 연구원(제1저자, 우측) (사진=UNIST )
UNIST 연구진. 정훈의 교수(좌측)와 김소미 연구원(제1저자, 우측) (사진=UNIST )

인공 근육 vs 인공지능, 뭐가 다를까?

기사에 등장한 '인공 근육'과 흔히 말하는 '인공지능(AI)'은 전혀 다른 개념이다. '인공 근육'은 고분자 소재와 자성 입자를 활용해 실제로 움직임과 힘을 내는 기술이다.

'인공지능'은 데이터를 학습해 판단하고 예측하는 두뇌 역할을 하는 소프트웨어다. 

쉽게 말해 인공 근육은 몸(힘), 인공지능은 두뇌(지능)에 해당한다. 두 기술이 결합하면, AI로 제어되는 로봇이 인공 근육으로 움직이는 미래가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양준석 기자 kailas21@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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