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지역에서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아랍에미리트(UAE)가 엔비디아와 손잡고 차세대 AI 연구 거점을 세운다.
로이터는 22일(현지시간) 엔비디아와 아부다비 기술혁신연구소(TII)가 손잡고 UAE에 차세대 AI 모델과 로보틱스 플랫폼 개발을 위한 공동 연구소를 설립했다고 보도했다.
TII는 이번 연구 허브가 중동 최초의 ‘엔비디아 AI 테크놀로지 센터(NVIDIA AI Technology Center)’라고 밝혔다. TII의 다학제 연구 역량과 엔비디아의 AI 모델·컴퓨팅 파워를 결합해 글로벌 AI 혁신을 가속하는 것이 목적이다.
나즈와 아라즈 TII CEO는 “이번 합의를 통해 새로운 엣지 GPU 칩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라며 “이는 로보틱스 연구를 한 단계 끌어올릴 기회”라고 말했다. 특히, 엔비디아 ‘토르(Thor)’ 칩을 도입해 휴머노이드와 사족 보행 로봇, 로봇 팔 등 고도화된 시스템 개발에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TII는 아부다비 정부 산하 첨단기술연구위원회(ATRC)의 응용연구 기관으로, UAE가 글로벌 AI 강국으로 도약하는 데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지난 2023년부터 UAE를 대표하는 대형언어모델(LLM) ‘팰컨(Falcon)’ 시리즈를 공개해 왔다. 1세대 모델인 팰컨을 시작으로, 성능을 고도화한 ‘팰컨 2’, 온디바이스 활용을 겨냥한 ‘팰컨 3’, 트랜스포머 구조를 대체하기 위한 ‘팰컨 맘바(Mamba)’, 그리고 아랍어 전용으로 개발된 ‘팰컨 아라비아(Falcon Arabia)’까지 모두 오픈 소스로 공개했다.
산유국인 UAE는 최근 수년간 막대한 투자를 통해 AI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미국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첨단 기술 접근권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 최근에는 사우디아라비아나 카타르도 동참, 경쟁이 벌어지는 양상이다.
지난 5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걸프 지역 방문 당시, UAE는 아부다비에 세계 최대 규모 중 하나의 데이터센터 허브를 건설하기 위해 엔비디아의 최신 칩을 포함한 미국 기술을 도입하는 수십억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다만, 중국과의 밀접한 관계로 인해 보안 우려가 제기되며 계약은 최종 확정되지 않았다.
아라즈 CEO는 “TII는 이미 자체 언어 모델 훈련에 엔비디아 칩을 활용해 왔다”라며 “이번 공동 연구소 논의는 1년 전부터 시작됐고, 양측 인력이 상주하며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전담 인력을 추가 채용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UAE의 국영 기술 기업인 G42도 2023년 9월 미국 칩 스타트업 세레브라스의 슈퍼컴퓨터 '콘돌 갤럭시(Condor Galaxy)'의 지원을 받아 최초의 아랍어 전용 LLM인 '자이스(Jais)'를 선보였다.
또 최근에는 세레브라스의 '웨이퍼 스케일 엔진(WSE)' 하드웨어에 최적화된 차세대 추론 모델 ‘K2 싱크(Think)’를 출시한 바 있다.
박찬 기자 cpark@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