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여름에는 치열한 인재 영입 전쟁 소식이 뉴스를 타고 화제가 됐다.
8월에는 메타가 스타트업의 핵심 리더를 영입하기 위해 140억달러를 들여 영입 대상자의 기업 지분을 인수하는 '역 인재 인수(Reverse AcquiHire)'를 활용해 인재 영입 전쟁에 돌입했다는 보도였다. 또 일부 주요 연구원들에게 1억달러(약 1400억원)에 달하는 급여 패키지를 제시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메타는 결국 50명 이상의 인재를 오픈AI, 구글, xAI, 애플, 앤트로픽 등으로부터 영입하는 데 성공했고, 인공지능(AI) 연구 조직을 재편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부 영입 인재는 한달도 안 돼 이전 회사로 복귀했고, 복귀하려던 일부 인재를 붙잡기 위해 메타가 3배의 연봉을 제시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이런 상황은 반대로, 오랜 기간 메타에 남아 AI 연구를 했던 많은 연구원에게 박탈감을 안겨주고 내부 갈등의 원인이 돼, 그들이 다른 기업으로 이직하도록 만드는 상황을 만들기도 했다.
상반기에 마이크로소프트(MS)는 구글 딥마인드의 연구원들을 대거 영입했는데, 8월에는 최대 수천억원 규모의 파격적인 패키지로 메타의 핵심 AI 인재 영입에 나섰다는 보도도 있었다. 이 영입전은 2023년에 MS에 합류한 무스타파 술레이만과 최근에 합류한 제이 파리크가 주도했다. 술레이만은 딥마인드의 공동 창업자였고, 파리크는 메타에서 11년간 기술 책임자로 일했다.
한편으로 MS는 2025년에만 7월까지 전체 인원의 7%에 달하는 대규모의 인원을 해고했다. 대규모 해고를 하면서도 동시에 AI 핵심 인재의 영입에는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입하는 것에 대해 사티아 나델라 CEO도 공식적으로 “모순된 상황을 인정한다”라고 발표했다.
전직 직원을 재영입하기 위해 27억달러를 투입했던 구글은 역 인재 인수 방식을 통해 AI 기업 윈드서프(Windsurf)의 핵심 인력을 영입하기 위해 24억달러 규모의 거래를 했다. 이런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2025년 여름, AI 연구계에서는 핵심 연구원 확보를 위해 빅테크 기업들이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붓는 인재 쟁탈 전쟁이 벌어졌다.
2013년 초 경매를 통해 제프리 힌튼 교수의 스타트업 DNN리서치를 4400만달러에 인수한 구글은 이듬해 초 다시 영국의 AI 스타트업인 딥마인드(Deepmind)를 인수했다고 발표했다. 또 그 해에만 젯팩(JetPac), 다크블루랩스(Dark Blue Labs), 비전팩토리(Vision Factory)와 같은 AI 스타트업을 인수하고, 이후 다수의 AI 관련 스타트업을 꾸준히 인수하는 등 AI 연구자를 선점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구글이 딥마인드를 인수한 가격은 6억5000만달러로, AI 스타트업 인수 사상 최고의 금액이었다. 2025년의 인재 쟁탈전에 투입되는 비용에 비하면 오히려 소소해 보이지만, 당시 구글의 딥마인드 인수는 파격적인 금액으로 세간의 큰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사실 페이스북은 구글의 2배 가까운 금액을 딥마인드에 제안했다. 2012년까지만 해도 페이스북은 SNS 기업으로 딥러닝이 어떤 사업적인 연관이 있을지 확신하지 못했고, 장기 연구가 필요한 프로젝트를 진행해 본 적도 없었다. 그래서 딥러닝에 대한 심도 있는 조사나 잠재력에 대한 이해도 없었고 큰 관심도 두지 않았다.
구글의 DNN리서치 인수가 발표된 이후에서야 마크 저커버그 CEO는 기존 사업과는 달리 장기 연구가 필요한 AI 연구 유치를 결정, 2013년 중반부터 AI 연구자들과 접촉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페이스북은 AI 연구소가 없었기 때문에 정상급 연구자를 영입할 수 없고, 반대로 정상급 연구자가 없기 때문에 연구소를 설립할 수 없는 모순의 상황에 빠졌다.
그래서 페이스북은 먼저 구글의 마크올레리오 렌자토(Marc'Aurelio Ranzato)를 접촉했다. 렌자토는 얀 르쿤의 제자로 구글 브레인이 설립되며 첫번째로 고용된 연구원이었다. 제프 딘, 앤드류 응과 고양이 논문을 작성했고, 페이스북이 접촉할 당시에는 딥러닝 기반의 음성인식 연구를 하고 있었다.
렌자토는 페이스북의 끈질긴 영입 제안을 거절했지만, 저커버그가 직접 설득에 나서 장기 연구 지원을 위한 연구소 설립을 약속하자 이적을 결정했다. 저커버그는 렌자토 영입 이후 얀 르쿤, 앤드류 응, 요수아 벤지오 등과 접촉했지만 합류를 이끌어 내지는 못했다.
저커버거는 다시 직접 나서 얀 르쿤을 설득했는데, 기술의 공유와 페이스북이 보유한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한 학습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며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 냈다. 결국 힌튼의 사례와 같이 얀 르쿤이 뉴욕대학교를 떠나지 않고 파트타임으로 일하며 AI 연구소장을 맡는 조건으로 영입할 수 있었다.
얀 르쿤의 합류로 2013년 이미지넷 대회 ILSVRC에서 우승한 ZFNet을 공동 개발한 뉴욕대의 롭 퍼거스 교수 등 추가 인재를 영입할 수 있었고, 그해 말 AI 연구소 FAIR(Facebook AI Research)의 설립을 공식 발표했다. 이런 상황에서 저커버그에게 딥마인드 인수는 꼭 필요한 일이었기에 구글보다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며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구글보다 늦게 AI 인재 영입 시장에 참여했을 뿐만 아니라 AI 연구에 대해 딥마인드와의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며 결국 인수에 실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얀 르쿤이라는 또 다른 딥러닝의 대부가 연구소를 맡으며, 많은 연구자를 영입할 수 있었고, 또 다른 한편으로 AI 기업 인수전에도 뛰어들었다.
그 당시의 AI 인재 영입의 전쟁에 참여한 기업은 구글과 페이스북만은 아니었다. 힌튼을 구글에 뺏긴 바이두는 앤드류 응을 초빙해서 실리콘 밸리에 최초로 ‘딥러닝’ 연구소라는 이름을 가진 바이두 딥러닝 연구소를 설립하며 AI 연구자들을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인재 경쟁에 늦었을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인재마저 구글과 페이스북에 뺏긴 마이크로소프트(MS)도 사티아 나델라가 신임 CEO가 된 이후 후발주자로 경쟁에 뛰어들었다. 트위터나 우버 같은 IT 기업들도 이미 AI 인재 영입과 인수 전쟁에서 전리품을 획득하고 있는 시점에서, MS가 모셔 올 스타 연구자는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MS는 마지막 남은 딥러닝 대가 중 한명인 요수아 벤지오 교수를 초빙하려 했으나, 그는 학계를 떠나기를 원치 않아 영입할 수는 없었다. 결국 MS는 벤지오가 조언을 해주던 스타트업을 인수하며 벤지오의 자문을 받을 수 있었다.
당시 구글이나 페이스북보다는 늦었지만, 애플과 인텔, 엔비디아와 같은 IT 기업은 물론 포드와 GE와 같은 전통적인 기업, 테슬라와 세일즈포스닷컴과 같은 신생 기업들까지 AI 인재 확보 경쟁에 뛰어들었다. 평판과 인맥을 통해 연구자들을 직접 확보했지만, 다른 한편으로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인재를 끌어들이기도 했다. 그렇게 2012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만 해도, AI 기술과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200여개가 인수 합병됐다.
대부분 스타트업은 인수되기 전에는 벤처캐피털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았는데, 거액의 인수 합병으로 성공적인 투자를 경험한 벤처 캐피털은 더 적극적으로 유망한 AI 스타트업을 찾아 지원하게 됐다. 이렇게 거대 기업으로부터 좋은 조건에 스카우트 제의를 받거나 벤처캐피털의 지원을 받아 스스로 창업할 수 있게 되며 딥러닝 연구자들의 인기는 치솟았다. 반대로, 기업은 인재 확보에 더 어려움을 겪는 분위기가 연출됐다. 이런 모습은 신경망에는 여전히 AI의 2차 겨울이었던 2000년대 중반, 즉 10년 전과는 하늘과 땅 차이만큼 다른 분위기였다.
문병성 싸이텍 이사 moonux@gmail.com
- [AI의 역사] 81 바이두의 제안과 경매를 통한 스타트업 인수 - 애퀴하이어 전쟁의 서막
- [AI의 역사] 80 검색엔진 회사가 AI 회사가 되기까지 – 앤드류 응과 브레인 프로젝트의 발전
- [AI의 역사] 79 가르침 없이 스스로 고양이를 찾아낸 인공 신경망 – 브레인 프로젝트의 시작과 제프 딘
- [AI의 역사] 83 챗GPT는 튜링 테스트를 통과했습니까? – 챗봇과 유진 구스트만
- [AI의 역사] 84 위조지폐범과 경찰의 적대적 경쟁 결과는 완벽한 위조지폐 – 생성 AI의 선구자 GAN
- [AI의 역사] 85 너무 위험하기 때문에 내가 통제해야 한다 – AI 위협론의 선봉에 선 머스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