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서해안의 대표 간척지 새만금이 'RE100(재생에너지 100%)' 실현의 핵심 거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정부가 에너지 전환과 AI 산업 육성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예고하면서, 새만금은 친환경 산업과 첨단기술이 결합된 ‘에너지 자립형 신도시’로 변신 중이다.
RE100은 애플·구글·BMW 등 글로벌 대기업들이 참여하는 국제 캠페인으로, 기업 운영에 필요한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조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한국에서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36개 기업이 동참하며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새만금은 국내 RE100 산업단지의 선도 모델로 자리 잡고 있다.
새만금의 가장 큰 경쟁력은 입지와 자연 조건이다. 서해안 특유의 강풍과 풍부한 일사량은 태양광·풍력 발전에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
현재 태양광 및 해상풍력 설비를 합쳐 총 7GW 규모의 발전시설 건설이 진행 중이며, 이는 RE100 기업들이 요구하는 전력 수요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특히 올해부터 가동되는 1.2GW급 수상 태양광 발전소는 그 상징적 성과다. 약 50만 가구의 1년치 전력 사용량을 공급할 수 있는 이 시설은 새만금의 RE100 역량을 상징하는 핵심 인프라로 평가된다.
2022년 새만금은 국내 최초의 스마트그린산단으로 지정되어 RE100 실현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수도권과 직접 연결되는 고압직류송전망(HVDC) 구축으로 안정적인 전력 공급체계를 확보했으며, 현재 1.5GW급 전력 공급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 중 1GW 이상은 여유 전력으로, 대규모 첨단산업 유치에 최적의 조건이다. 또한 에너지저장장치(ESS)와 분산형 전원 시스템을 결합해 맞춤형 전력 공급 체계를 구상 중이다.
전북특별자치도는 RE100 참여 기업들을 위해 전례 없는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전기료 대폭 인하, 세제 감면, 외국인 인력 비자 완화, 고용 규제 완화 등 기업 친화형 정책 패키지가 추진되고 있다.
또한 주거·교육·문화 인프라 확충을 통해 젊은 인재들이 장기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지속가능 도시 생태계를 구축 중이다. 새만금 RE100 산업단지는 단순한 산업단지가 아닌, 에너지·AI·제조·주거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미래형 신도시로 설계된다.
AI 데이터센터, 반도체 및 2차전지 제조기업, 바이오 산업 등이 유입되며, 수도권 과밀 해소와 지역 균형발전의 새로운 모델이 될 전망이다. 이재명 정부는 국정과제에 '새만금 RE100 산업단지 조성'을 명시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정책 공조체계를 가동 중이다.
전북도는 RE100 전담 TF를 구성해 사업 추진 속도를 높이고 있다. 김관영 전북특별자치도지사는 "새만금은 RE100 실현을 위한 준비가 이미 완료된 곳으로,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과 균형발전을 선도할 것"이라며 "전북이 RE100 중심지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밝혔다.
전남에 미칠 긍정적 파급효과
전남 서남해안 일대는 이미 해상풍력과 수소산업 중심지로 성장하고 있다.
새만금의 7GW 재생에너지 단지와 전남 신안·영광의 해상풍력단지가 전력망·송전 인프라로 연계될 경우, 두 지역은 상호 보완적인 '서해안 RE100 벨트'를 형성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재생에너지 공급망 연계 강화를 통해 전남의 해상풍력 부품·운영기업에도 신규 수요가 발생할 전망이다.
새만금이 RE100 중심지가 되면, 산업 분산 효과 및 협력형 공급망 구축을 통해 전남의 나주·광양·목포 등 제조 기반 산업도 동반 수혜를 입일 수 있다.
특히 나주 혁신도시의 에너지공기업(한전, 전력연구원 등) 및 에너지 AI 솔루션 기업이 새만금과 협력할 경우, 기술 실증·전력 거래·AI 기반 전력예측 시스템 분야의 시너지 효과가 크다.
새만금 신항만과 광양항·여수항 간의 물류 연계가 강화되면, 물류·항만 인프라 확장 효과로 부품 공급망 및 수출 물류 효율이 향상된다. 새만금 산업단지에서 생산된 재생에너지 기반 제품이 전남 항만을 통해 수출 전진기지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새만금과 전남 간 산업 연계가 강화되면, 기술 인력·건설·운영 분야에서 약 수천 명 규모의 고용 파급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수도권 집중 완화와 호남권 내 지역균형 발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새만금 RE100 프로젝트는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 지역균형, 산업구조 혁신을 동시에 이끌 전략적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전북이 RE100 중심지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인접 전남 역시 해상풍력·수소·AI 전력관리 분야의 핵심 협력 축으로 자리 잡으며, 서해안권 전체가 동북아 청정에너지 허브로 도약할 가능성이 높다.
양준석 기자 kailas21@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