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 해남. 한때 '한반도의 땅끝'으로 불리던 이곳이 이제는 대한민국 미래 산업의 출발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오픈AI, SK, LS그룹, 블랙록 등 글로벌 기업의 투자가 잇따르는 가운데, 해남 솔라시도는 단순한 데이터센터 단지를 넘어 '사람 중심 기술도시', 나아가 한국형 휴먼밸리(Human Valley) 로 진화하고 있다.
전남도는 지난 몇 년간 '지원보다 준비, 대응보다 선제'라는 기조 아래 송전망·부지·용수 등 산업 인프라를 선제 확충해왔다.
이 전략은 단순히 기업 유치가 아니라, 산업 구조 자체를 탄소·에너지·AI 기반의 전환형 경제로 바꾸는 과정이었다.
한국산업연구원 한 관계자는 "전남은 산업을 유치하는 지역이 아니라, 산업 전환을 설계하는 지역으로 변했다"며 "균형발전에서 균형혁신으로의 진화"라고 분석했다.
해남 솔라시도, 기술보다 인간을 위한 도시
솔라시도는 AI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RE100 에너지 자립형 도시를 구축하고, 지역 대학 및 청년 창업 네트워크를 연결해 '사람이 중심인 기술생태계'를 조성 중이다.
전남테크노파크 관계자는 "해남은 AI가 인간을 대체하는 도시가 아니라, 인간의 가능성을 확장시키는 도시가 될 것"이라 말했다. 이는 실리콘밸리식 '기술 중심 혁신'이 아니라, '삶 중심의 기술 혁신'을 지향하는 새로운 모델이다.
해남의 또 다른 실험은 글로벌 자본과 지역사회가 공존하는 구조다. 블랙록·오픈AI 등 해외 자본이 투자하되, 전력망·부지·일자리는 지역이 주도한다. 풍력과 태양광으로 만든 에너지가 AI 산업을 지탱하고, 그 이익이 다시 지역으로 환류되는 구조다.
광주과기원 A 교수는 "탄소중립·기술·공동체가 한 도시 안에서 교차하는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드물다"며 "해남은 '공존 자본주의(Coexist Capitalism)'의 실험장"이라고 평가했다.
해남은 실리콘밸리를 닮으려 하지 않는다. 대신 데이터보다 삶, 기술보다 공존, 성장보다 지속을 선택했다. 전남도 전략산업국 관계자는 "AI가 인간을 대체하지 않고 확장할 때, 기술도시는 비로소 사회가 된다"고 전망했다.
해남 솔라시도는 더 이상 변방이 아니다. 이곳은 산업의 중심이자 사회의 실험실, 그리고 AI 시대의 인간 중심 도시로 향하고 있다.
전남이 준비해온 '지원보다 준비, 대응보다 선제'의 철학이 이제 미래를 향한 사람 중심의 혁신 전략으로 꽃피고 있다. 해남은 지금, 대한민국이 기술로 인간을 다시 세우는 현장이다.
양준석 기자 kailas21@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