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순천시의회의 제290회 임시회의 '세심한 행정'은 시민들에게 여전히 설명 중심으로 들린다. 그러나 행정의 신뢰는 말이 아니라 증명으로 세워진다.
이제 필요한 것은 '현장 방문'이 아니라, 데이터로 감시하는 행정 시스템, 즉 AI 기반 감시 행정 모델이다.
행정의 공백은 대부분 "사람이 보지 못한 곳"에서 발생한다. 현장점검이 형식에 그치는 동안 불법 매립과 인허가 왜곡이 반복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AI는 이 감시의 사각을 메울 수 있다. 예를 들어 폐기물 처리 과정을 IoT 센서와 블록체인 기반 입력시스템으로 자동화하면, 수집·운반·매립 전 과정을 조작 없이 기록할 수 있다.
AI 분석 모듈이 반입량과 성분 변동을 실시간 감지해 '이상치'를 경고하면, 행정은 보고서가 아니라 데이터로 위법 가능성을 즉시 확인할 수 있다.
'AI 행정감시 플랫폼'은 3단 구조로 가능하다. 첫째, 공공데이터 통합 센터다. 행정, 환경, 회계, 인허가 정보를 통합 관리해 부서 간 정보 단절을 해소한다. 각 부서의 처리이력·민원 응답시간 등을 자동 기록해 ‘감시 가능한 행정데이터’로 전환한다.
둘째, AI 리스크 모니터링 시스템이다. AI가 폐기물 반입량, 예산 집행 속도, 인허가 변동, 민원 집중도를 분석해 '이상 점수(Anomaly Index)'를 부여한다. 이 점수가 급상승하면 자동으로 담당 부서에 '경보'를 전송하고, 의회와 감사부서에도 실시간 공유된다.
셋째, 시민 참여형 '열린 행정지도'다. 모든 인허가·공사·예산 정보를 지도 기반으로 시각화한다. 시민은 모바일로 사업 위치, 허가 단계, 공정률, 예산 사용내역을 즉시 확인할 수 있다. AI 챗봇이 민원 질의에 자동 대응하고, 주민 제보는 익명으로 보호된다.
실제 적용 가능성…순천형 'AI 감사시스템' 모델
순천시는 이미 국가정원과 도시재생 등 대형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순천형 AI 감사시스템(SAIAS·Smart Audit for Integrity & Accountability System)'을 구축하면, 행정의 투명성과 의회의 감시 효율을 동시에 높일 수 있다.
이 시스템은 ▲인허가 속도 이상 탐지 ▲폐기물 반입 자동 모니터링 ▲예산 집행률 패턴 분석 ▲공사 이력 자동 대조 기능을 포함한다. 결과는 시의회·감사위·시민포털에 동시에 공개되어, "감사 결과를 기다리는 행정"에서 "실시간 검증받는 행정"으로 전환된다.
AI는 인간의 판단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행정의 투명성을 '데이터로 입증'하는 기술적 장치다. AI로 인해 '행정의 윤리'를 다시 쓰는 것이다. 시민은 더 이상 "믿어달라"는 설명이 아니라, "보여줄 수 있다"는 증거를 요구한다.
행·의정 곳곳에서 빈틈이 발생하는 것들이 그 단적인 교훈이다. 감시의 빈틈이 곧 불신의 틈이 된다. 이제 시 집행부와 시의회가 해야 할 일은 단순하다. AI가 열람하고 시민이 검증하는 '데이터 행정'으로의 전환이 그것이다.
양준석 기자 kailas21@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