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신안군이 2040년까지 1004㎿ 규모의 조류에너지를 개발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해양의 흐름을 전기로 바꾸는 '조류발전'은 아직 국내에서는 생소한 분야지만, 신재생에너지의 안정성과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잠재력이 큰 기술로 꼽힌다.
그러나 세계적으로도 상용화된 대형 조류발전소는 드물어, 실현 가능성과 경제성 확보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신안군은 최근 '조류발전사업 육성 기본계획'을 확정하고 본격적인 추진에 나섰다. 이번 계획은 해역 전반을 대상으로 조류자원을 정밀 조사하고, 기술적 타당성과 실증시험을 거쳐 2040년까지 단계적으로 발전 규모를 확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대인 군수 권한대행은 "친환경 해양에너지 산업이 지역에 뿌리내리면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정부와 민간이 함께하는 투자 구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조류에너지는 바닷물의 주기적 흐름을 터빈으로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태양광이나 풍력처럼 날씨의 영향을 받지 않고 예측 가능성이 높아 '안정형 재생에너지'로 불린다.
세계적으로 상업운전 중인 대형 조류발전소는 많지 않다. 프랑스의 라랑스 조력발전소(240㎿)와 국내 시화호 조력발전소(254㎿)가 대표적이다. 이들 발전소는 모두 조차(밀물·썰물의 높이 차)를 이용하는 '조차식' 방식이다.
반면 신안군이 검토 중인 '조류식' 발전은 해류의 속도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최근 영국과 캐나다 등에서 실증 프로젝트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전문가들은 조류발전이 "기술적 잠재력은 크지만 아직 비용이 높고, 환경 영향 평가가 복잡한 분야"라고 지적한다.
발전설비를 해저에 설치해야 하므로 공사비와 유지보수 비용이 크고, 해양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충분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신안군 해역은 섬이 많고 해류의 흐름이 복잡해 조류에너지 잠재력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1004㎿ 규모라는 목표는 세계적으로도 전례가 거의 없는 수준이다.
따라서 실현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선 '정밀 자원조사' '기술 검증' '실증사업 단계적 확대'가 필수적이다.
특히 조류의 속도와 방향, 수심, 해저 지형 등 물리적 조건이 발전 효율을 좌우하기 때문에, 초기 단계에서의 과학적 데이터 확보가 사업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또 발전 설비와 전력망을 연결할 송전 인프라, 어업 및 해양 관광과의 공간 조정, 주민 수용성 확보도 주요 과제다.
조류에너지의 가장 큰 장점은 예측 가능성과 안정성이다. 태양광은 낮에만, 풍력은 바람이 불 때만 발전이 가능하지만, 조류는 조석 주기에 따라 일정하게 흐른다.
이를 통해 지역 내 전력 자립도를 높이고, 신재생에너지 공급의 불안정성을 완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또한 사업이 본격화되면 해양설비 제작, 시공, 유지보수 등 관련 산업이 활성화돼 일자리 창출 효과도 기대된다. 장기적으로는 신안군이 '해양에너지 산업 거점'으로 성장할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들은 신안군의 계획이 "비전은 크지만 현실화하려면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기술적으로는 조류 발전 효율 향상과 비용 절감이, 사회적으로는 어업권 보호와 환경보전이 동시에 고려돼야 한다. 또한 민간 기업의 투자 유치와 정부 지원이 균형 있게 이뤄져야 지속 가능한 사업 모델이 가능하다.
조류에너지 산업은 아직 세계적으로 성장 초기 단계지만, 성공 시 탄소중립과 에너지 자립을 동시에 이룰 수 있는 유망한 분야로 평가된다. 신안군의 이번 계획은 단순한 에너지 사업을 넘어, 한국 해양에너지 산업의 방향을 제시하는 시금석이 될 수 있다.
양준석 기자 kailas21@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