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과 인공지능(AI) 검색 스타트업 퍼플렉서티가 AI 에이전트의 온라인 쇼핑 기능을 둘러싸고 공개적으로 충돌했다.
아마존은 4일(현지시간) 퍼플렉시티에 AI 브라우저 ‘코멧(Comet)’의 에이전트 기능을 이용한 상품 구매를 즉시 중단하라는 ‘시정 요구(cease-and-desist)’ 서한을 보냈다.
퍼플렉시티가 아마존의 이용약관을 위반하고 있으며, 사용자 대신 비공개적으로 쇼핑을 수행하는 것은 ‘컴퓨터 사기 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또 코멧이 아마존의 쇼핑 경험을 떨어뜨리고 개인정보 침해 위험을 높인다고 지적했다.
퍼플렉시티는 이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며 블로그를 통해 “아마존이 경쟁 AI 기업을 위협해 혁신을 억누르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사용자들은 코멧을 통해 아마존에서 더 쉽고 빠르게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라며 “이는 소비자 선택권을 확대하는 일인데, 아마존은 독점적 지위를 지키기 위해 이를 막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번 갈등은 AI 에이전트를 통한 쇼핑 시장 경쟁의 서막으로 평가된다. 퍼플렉시티는 사용자가 요청하면 코멧이 대신 웹사이트를 탐색하고 상품을 구매하는 ‘대리 쇼핑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이에 대해 아마존은 “제3자 AI가 고객 대신 상품을 구매하려면 반드시 투명하게 운영되고, 플랫폼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라며, 퍼플렉시티가 이런 절차를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라라 헨드릭슨 아마존 대변인은 “음식 배달 서비스나 여행 예약 서비스처럼, 다른 기업들도 파트너의 허가를 받아 운영된다”라며 “퍼플렉시티 역시 같은 의무를 따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아마존은 지난해 11월에도 퍼플렉시티에 비슷한 경고를 보냈으며, 당시 퍼플렉시티는 일시적으로 AI 구매 기능을 중단했다. 그러나 올해 8월 코멧이 새 버전으로 출시되며 다시 아마존 계정에 로그인해 구매를 수행하자, 아마존은 접근을 차단했지만 퍼플렉시티는 이를 회피한 새 버전을 배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라빈드 스리니바스 퍼플렉시티 CEO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AI 에이전트는 사용자의 명령에 따라 행동하는 대리인”이라며 “인간이 지시한 행위를 왜 따로 구분해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또 “아마존은 소비자에게 특정 AI 도우미만 사용하도록 강요하려 한다”며 “이는 고객 중심적이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이는 아마존도 AI 쇼핑 에이전트를 개발 중이라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실제로 아마존은 자체 AI 에이전트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2월에는 AI 쇼핑 챗봇 ‘루퍼스(Rufus)’를 공개했고, 4월부터는 사용자가 다른 브랜드 사이트에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바이 포 미(Buy For Me)’ 기능을 시험 중이다.
또, 앤디 재시 아마존 CEO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AI 쇼핑 에이전트의 고객 경험은 아직 만족스럽지 않지만, 앞으로 제3자 에이전트들과의 협업 가능성도 열려 있다”라고 언급했다.
한편, 퍼플렉시티는 아마존의 클라우드 서비스인 아마존웹서비스(AWS)의 주요 고객 중 하나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립자도 개인 투자자로 참여했다.
스리니바스 CEO는 “우리는 AWS에 수억달러 규모의 클라우드 사용 계약을 맺었다”라며 “아마존이 고객사에 법적 압박을 가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라고 말했다.
박찬 기자 cpark@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