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3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50~60% 감축하는 ‘도전적’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안을 내놓자 원자력계뿐 아니라 발전 업계와 전문가들까지 현실성을 문제 삼으며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산업 경쟁력 약화, 전력수급 불안, 원전 배제 논란 등 다양한 지적이 동시에 제기되면서 NDC 목표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민간 발전사들은 전력 부문의 감축 목표가 지나치게 높아 현실적인 대안이 없는 상황이라고 호소한다. 

한 발전사 관계자는 "탄소 감축 압박이 거세지면서 회사 내부에서는 태양광 사업 부지를 알아보자는 말까지 나온다"며 "기술이 경제성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기존 발전 방식은 사실상 허가가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안에 따르면 전력 부문은 2018년 2억8300만t 배출량을 기준으로 2035년까지 최소 68.8%, 최대 75.3%를 줄여야 한다. 

전체 감축 부담 중 전력 부문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공공·민간 발전사의 부담은 급격히 늘어날 전망이다.

원자력학회 "원전 배제한 NDC는 비과학적…전면 재검토 필요"

한국원자력학회도 9일 입장문을 내고 공식적으로 정부안을 강하게 비판하며 즉각 철회를 요구했다. 

학회는 "무탄소 기저전력인 원전을 언급하지 않은 채 재생에너지만 확대하는 방식은 산업 현실을 외면한 것"이라며 "신규 대형원전 확대, SMR 활용 등을 통해 탄소중립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NDC안이 전기요금 등 국민 부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투명한 정보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학회는 ▲2035 NDC안 철회 ▲목표 원점 재수립 ▲공론화 절차 이행을 정부에 요구했다.

전문가들은 정부 목표가 기술적·현실적으로 달성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는 "재생에너지 확대는 주민 수용성 등 현실적 장벽이 많다"며 "현재 속도로는 5~6년 뒤 2011년 순환정전과 비슷한 사태가 재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전력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주요 송전망 22개 사업 중 18개가 지연됐으며, 대부분이 민원·인허가 문제 때문이었다.

일각에서는 NDC가 법제화된 한국과 달리 해외 주요국은 실리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어 지나치게 앞서가는 감축 목표가 산업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조홍종 단국대 교수는 "중국·일본 등 제조 강국은 감축 목표와 실제 에너지 믹스가 다르게 움직인다"며 "한국만 선제적으로 비용을 지출하면 국제 경쟁에서 불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UNEP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은 전 세계 온실가스의 30%를 배출한 반면 한국은 1.13% 수준에 머물렀다. 미국은 정부 변화에 따라 감축 약속 실행 여부가 뒤바뀌는 등 국제적 이행 의지도 일관되지 않다.

환경단체도 "철학 없는 기후정책" 비판

환경단체 역시 정부안의 구체성과 연계 전략 부족을 지적했다. 녹색전환연구소는 "새 정부의 기후정책은 비전이 부재하다"며 "산업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한국형 전환금융(K-GX)도 세심한 설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원자력계·발전업계·경제·에너지 전문가·환경단체까지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한목소리로 문제를 제기하면서 정부 NDC안은 상당한 조정 압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전력 수급, 산업 경쟁력, 국제 환경, 에너지 기술 현실을 고루 고려한 새로운 감축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양준석 기자 kailas21@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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