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가 헬스케어 분야 본격 진출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에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 기업들이 여러 차례 시도했으나 성공을 거두지 못했던 개인 건강 데이터 관리와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 영역에, 차별화된 전략으로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10일(현지시간)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오픈AI는 현재 소비자용 건강 도구 개발을 검토 중이다. 여기에는 개인 건강 비서와 여러 기관에 흩어진 건강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는 헬스 데이터 통합 플랫폼 등이 포함돼 있다.
이는 단순한 AI 인프라 제공을 넘어, 오픈AI가 직접 산업별 맞춤형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하는 시도로 평가된다.
오픈AI는 이미 헬스케어 분야 인재를 잇달아 영입하며 준비를 마쳤다. 지난 6월에는 공중보건 플랫폼 독시미티(Doximity)의 네이트 그로스 공동 창립자를 헬스케어 전략 총괄로, 8월에는 애슐리 알렉산더 인스타그램 제품 총괄 이사를 헬스 제품 담당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특히 그로스 총괄은 지난달 열린 헬스케어 콘퍼런스 'HLTH 2025'에서 “챗GPT는 매주 8억명의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그중 상당수가 건강 관련 질문을 한다”라며 “오픈AI의 대규모 사용자 기반은 헬스케어 혁신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오픈AI의 진출은 빅테크의 숙원 과제로 꼽히는 개인 건강 기록(PHR) 문제 해결과도 맞닿아 있다. PHR은 환자가 자신의 건강 데이터를 직접 관리하고 통합할 수 있도록 하는 개념이지만, 병원별 데이터 분리와 개인정보 보호 규제, 기술 표준 부재 등으로 지난 수십년간 난항을 겪었다.
이 때문에 과거 마이크로소프트의 '헬스볼트(HealthVault)'나 '구글 헬스(Google Health)' 등은 모두 사용자의 데이터 업로드를 요구, 외면받았다. 애플의 '헬스 레코드(Health Records)'도 병원 데이터 연동 계약이 필요한 구조로, 확장성에 한계가 있다.
그렉 얍 멘로 벤처스 파트너는 “사람들이 구글에서 건강 정보를 검색했지만, 이제는 챗GPT 같은 대화형 AI를 통해 묻고 있다”라며 “오픈AI는 개인 맞춤 건강 관리의 중심 플랫폼이 될 잠재력이 있다”라고 말했다.
오픈AI는 의료 데이터 자체를 직접 다루기보다는, 애플 '헬스킷(HealthKit)'처럼 다양한 기업과 연계 생태계를 구축하는 방식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로스 총괄은 “진정한 혁신은 파트너와의 강력한 생태계를 통해 이뤄진다”라며, 의료 데이터 전문 펑션 헬스나 슈퍼파워 같은 스타트업과의 협력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전략은 병원·검사기관 간 데이터 중개를 담당하는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의료 데이터 접근성을 높이고, AI 기반 맞춤형 건강 조언으로 연결하려는 방향으로 분석됐다.
오픈AI는 소비자 서비스뿐 아니라 의료 전문가와 연구 기관을 위한 AI 도구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현재 제약사 엘리 릴리, 사노피 등과 신약 개발용 생성 AI 공동 연구를 진행 중이며, 펜다 헬스 등 헬스테크 기업과도 임상 의사결정 지원 시스템(AI-CDS) 개발을 협력하고 있다.
또 챗GPT 엔터프라이즈 버전을 의료 기관에 도입, 행정 자동화나 환자 상담 효율화를 목표로 한 다양한 협업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최근 소셜 미디어에서는 “챗GPT가 더 이상 건강 조언을 제공하지 않는다”라는 주장이 등장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오픈AI의 최신 이용 정책은 “의료 진단이나 치료 대체 용도로 사용하지 말라”라고 경고하지만, 일반적인 건강 정보는 여전히 제공된다.
특히, 샘 알트먼 오픈AI CEO는 지난 8월 'GPT-5' 공개 당시 “건강은 챗GPT의 주요 활용 사례 중 하나”라며 “이 모델은 개인이 자신의 건강을 이해하고 결정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오픈AI 헬스 연구팀은 “모델은 변경되지 않았으며, 챗GPT는 여전히 건강 관련 지식을 제공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박찬 기자 cpark@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