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대응과 산업 구조 전환이 맞물리면서, 재생에너지가 이제 국가 경쟁력의 핵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솔라시도 조감도
솔라시도 조감도

이재명 정부는 국정과제의 중심에 '재생에너지 기반의 에너지 대전환'을 내세우며, 산업·전력 인프라 전반에 걸친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전남 해남과 영암에 걸쳐 조성 중인 기업도시 '솔라시도'는 그 상징적인 현장이다. 총 33.8㎢ 규모의 이 지역에는 삼성SDS 컨소시엄이 추진하는 '국가 AI컴퓨팅센터'가 들어설 예정이다. 

SK그룹은 오픈AI와의 협력을 통해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구축을 추진 중이다. 이 지역이 주목받는 이유는 풍부한 재생에너지 자원에 있다. 

'솔라시도'에는 98MW 규모의 국내 최대 민간 태양광 발전소가 가동 중이며, 인근 영산강 간척지에는 5.4GW급 태양광 단지가 추가로 계획되어 있다. 

이는 원전 다섯 기가 생산하는 전력에 맞먹는 수준으로, 지능형 전력망(Smart Grid)을 통해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정부는 전남권을 차세대 전력망 혁신 거점으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지역에 전력 인프라를 집중 구축함으로써 첨단산업 입지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은 전날(11일) 제주 롯데호텔에서 2025년 한국풍력에너지학회 추계학술대회 기획 세션을 성황리에 개최했다고 12일 밝혔다. (사진=에기평)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은 전날(11일) 제주 롯데호텔에서 2025년 한국풍력에너지학회 추계학술대회 기획 세션을 성황리에 개최했다고 12일 밝혔다. (사진=에기평)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에기평)은 이러한 국정과제 이행을 뒷받침하기 위해 '2025년 한국풍력에너지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해상풍력 산업 경쟁력 강화 전략을 논의했다.

이번 세션에서는 부유식 해상풍력 허브, 디지털 입지정보 시스템, 345kV급 해상변전소 설계기술 국산화 등 다양한 프로젝트가 발표됐다.

에기평 관계자는 "기술혁신을 통해 해상풍력 생태계를 조성하고, 전력망 구축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전문가들은 대용량 HVDC(고전압직류송전) 기술 확보가 향후 수출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기업들이 ‘RE100(재생에너지 100%)’을 공급망 기준으로 삼으면서, 국내 기업들도 재생에너지 전환이 필수가 됐다.

전문가들은 "RE100은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수출 생존의 조건이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결국, 재생에너지 기반의 전력망을 얼마나 빨리, 안정적으로 구축하느냐가 반도체·인공지능 등 전력집약형 산업의 유치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것이다.

지역 상생형 모델, 영농형 태양광의 확산

한편, 대규모 발전단지 중심의 전력 공급뿐 아니라 농촌 지역을 중심으로 한 '영농형 태양광'도 재생에너지 전환의 새로운 축으로 주목받고 있다.

농업과 전력 생산을 동시에 진행하는 '영농형 태양광'은 농가 소득을 높이는 동시에, 지역 단위 분산형 전력망 구축과 탄소중립 실현에 기여하는 새로운 재생에너지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사진=파루솔라)
농업과 전력 생산을 동시에 진행하는 '영농형 태양광'은 농가 소득을 높이는 동시에, 지역 단위 분산형 전력망 구축과 탄소중립 실현에 기여하는 새로운 재생에너지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사진=파루솔라)

영농형 태양광은 작물 재배와 전력 생산을 병행할 수 있어, 농가 소득 증대와 분산형 전력망 구축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모델로 평가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이러한 영농형 설비를 통해 '시민 참여형 재생에너지 생태계'를 구축하고, 대규모 산업단지 중심의 에너지 구조를 지역 단위로 확산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솔라시도'의 태양광 인프라와 해상풍력 기술, 그리고 농촌 지역의 영농형 발전까지 결합된다면, 대한민국은 에너지 자립형 첨단산업 거점으로 도약할 기반을 마련하게 된다.

이제 재생에너지는 더 이상 환경정책의 부속 요소가 아니라, 첨단산업을 끌어들이는 새로운 경제 성장 엔진으로 작동하고 있다.

양준석 기자 kailas21@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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