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네카라쿠배. IT개발자들이 가고 싶어 하는 회사들을 묶어서 부르는 말이다. 개발자 부족으로 연봉이 얼마나 인상이 되었는지 연일 관련 기사가 쏟아진다. 도대체 상황이 어떻게 되어 가는지 제대로 알고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개발자는 왜 부족한지, 연봉인상 러시는 어떻게 되는 것인지. 최근의 상황을 이해하는 방법을 준비했다.

(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한마디로 전쟁이다. 실력 있는 인공지능(AI) 개발자도 거의 없고 찾기는 정말 어렵다. 회사 분위기에 적응하고 본격 실적을 내려고 하면 더 좋은 조건을 부르는 회사로 이직해 버린다. 답이 안 나오는 상황이다." 

A사 대기업 임원의 하소연이다. AI 기술을 발전시킬 인력이 필요한데 마땅한 인재 찾기가 어렵다는 것. 게다가 실력있는 개발자는 더 좋은 조건을 부르는 기업으로 가버려 인력 운영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기업도 이런데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 상황은 더 심각하다. AI 개발자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한 헤드헌터는 "입사 3개월 만에 이직하는 AI 개발자도 쉽게 찾을 수 있다"고 전했다.

AI 기술이 급격히 성장하고 실생활에 사용되면서 AI 개발자 품귀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많은 기업에서 AI 개발자 채용 공고를 내고 있고, 개발자 몸값은 날로 상승 중이다. 그런데 개발자 지원자들의 이야기는 또 다르다. 취업이 쉽지 않다는 것. 

AI 개발자 커뮤니티를 통해 연락이 닿은 한 30대 지원자는 "AI 관련 학원에 다니고 관련 프로젝트도 진행했는데 대기업 취업이 2년째 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내년 1만 명 이상 부족"...AI 개발자 확보 나선 대기업 

AI 개발자가 귀해졌다. 네이버와 카카오, 엔씨소프트, 쿠팡 등 기업에서는 AI 개발자를 채용하고 있다. 공개채용부터 상시채용까지 다양한 방식을 두고 신입, 경력 가리지 않고 인재 모시기에 나서는 중이다.

기업들이 AI 개발자 채용에 나서는 이유는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서다. 이커머스 시장이 대표 사례다. 이커머스 기업들은 고객 유형을 연령, 성별 등으로 나누거나 자주 찾는 물건 등을 빅데이터, 기계학습(머신러닝) 등으로 분석해 자주 노출 시킨다. MD 대신 AI 개발자를 채용해 이런 시스템을 고차원적으로 개발하는 게 회사 이익 창출에 더 도움이 된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국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AI, 빅데이터 등 주요 IT분야 인력 부족 규모는 9453명으로 추정된다. 내년에는 1만 5000명 가량이 부족할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에서 AI대학원 사업을 진행해도 1년에 배출되는 졸업생 수는 100명이 채 되지 않는다"며 "제대로 된 AI 개발자 인재 양성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밝혔다.

"연봉 1억원? 그들만의 리그"...경력직 위주의 AI 채용 시장

기업은 인력이 부족하다고 아우성인데 지원자 입장은 또 다르다. 막상 취업이 어렵다. 개발자 연봉이 1억원이 넘어간다는 소리는 먼 나라 이야기다. AI 교육을 받고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해도 취업이 되지 않는다. 인턴이나 수습으로 일을 하다가 정규직 채용이 되지 않았다는 이들도 있었다.

한 지원자는 "코딩과 파이썬 등을 배우고 어느 정도 자격요건을 갖춰 계속 지원을 해도 대기업은 취업이 되지 않는다"며 "언론에서 보도되는 대기업 채용이나 많은 연봉 이야기는 이미 타 기업에서 관련 성과가 있는 사람들의 '그들만의 리그' 같은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이 문제에 대기업 관계자는 결국 '실무에서 잘할 수 있는지 있는 여부'가 채용에 큰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개발자를 지원하는 분들이 훌륭한 여건을 갖추고 있는 것은 안다"면서 "하지만 아무리 훌륭하고 기업에서 인력이 부족하다 해도 아무도 채용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기업마다 원하는 AI 영역이 다르고, 기술 수준도 달라 우리에게 필요한 인력을 뽑고 있다"며 "관련 실무 경험이 있는 사람이 유리하지 않겠냐"고 솔직히 말했다.

결국 신입보다 실무 경험이 있는 경력직이 AI 채용시장에 더 유리하다는 입장이다. B사 대기업 AI 분야 채용 담당자는 "어느 분야나 비슷하겠지만 AI는 정말 교육과 실무 간 격차가 크다"면서 "최근 개발자 몸값이 올라가면서 회사에서 어느 정도 기간을 두고 교육을 하는 것보다 바로 업무에 투입할 수 있는 인재를 뽑는 경우가 많아진 추세"라고 밝혔다.

AI 개발자 채용을 두고 대기업 관계자는 "개발자 연봉이 올라가면서 바로 실무에 투입될 수 있는지가 중요 채점 요소가 됐다"고 말했다. (사진편집=임채린 기자)
AI 개발자 채용을 두고 대기업 관계자는 "개발자 연봉이 올라가면서 바로 실무에 투입될 수 있는지가 중요 채점 요소가 됐다"고 말했다. (사진편집=임채린 기자)

AI 개발자 간 격차 줄이고 인재 확보 위해선 '실무중심' 교육 필요

전문가들은 AI 개발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결국 '교육'이 중요하다고 전한다. 실무 중심 AI 교육을 진행하고 AI 대학원 수를 늘려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는 것. 

문제는 실무 중심 교육을 할 수 있는 교수도 극히 제한적이라는데 있다. 한 관계자는 "서울대나 카이스트를 제외하고는 실무를 지도할 수 있는 교수진이 부족하다"며 "결국 산학이 협력해 교육 커리큘럼을 만들고 체험형 학습 등을 진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AI 개발자 양성을 위한 AI혁신학교 '아이펠(AIFFEL)'을 운영하는 김승일 모두의연구소 대표는 "AI 발전속도는 개인이 받아들이는 속도보다 훨씬 빠르다"며 "혼자서는 할 수 없어 커뮤니티 기반 교육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지역 간 AI 교육 시스템도 달라 세대 내 차이도 발생할 수 있어 이러한 문제도 해결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경력직 위주로 억대 연봉을 추구하는 문화도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AI 개발자 간에 계층이 심각하게 벌어질 수 있고, 신입 개발자 입장에서 현실과 거리감도 느낄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 헤드헌터는 "AI 개발자 몸값이 1억원 이상 된다는 소식이 많이 소개되고 있지만, 1억원 이상 연봉을 받는 이들은 극히 제한적이고 실제로 몸값이 파격적으로 높지도 않다"면서 "높은 금액으로 개발자를 유혹하는 채용 문화보다 인재에게 어떤 비전을 줄 수 있고 어떤 업무를 원하는지를 정확히 알려주는 문화가 정착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AI타임스 김동원 기자 goodtuna@aitimes.com

[스페셜리포트]①개발자 부족과 임금 인상 러시, 어떻게 볼 것인가

[스페셜리포트]②20년 경력의 IT개발사 대표가 바라보는 개발자 부족과 연봉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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