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자 혹은 초기 영입 멤버가 AI 기술 핵심 개발 책임져
AI 스타트업 내 개발자 인력 절반, 병역특례 제도 통해 일해
높은 연봉·복지보다 커리어 비전으로 승부해야

[편집자주] 네카라쿠배. IT개발자들이 가고 싶어 하는 회사들을 묶어서 부르는 말이다. 개발자 부족으로 연봉이 얼마나 인상이 되었는지 연일 관련 기사가 쏟아진다. 도대체 상황이 어떻게 되어 가는지 제대로 알고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개발자는 왜 부족한지, 연봉인상 러시는 어떻게 되는 것인지. 최근의 상황을 이해하는 방법을 준비했다.

IT업계 개발자 영입 전쟁이 한창인 가운데 AI 스타트업들은 차별화된 생존 전략을 취하는 모습이다. 높은 연봉을 무기로 하는 대기업과 직접 경쟁하는 방식은 승산이 적다는 판단에서다.

AI 개발을 리드하는 핵심 인력 확보는 스타트업 구성 시 영입하는 초기 멤버에 달렸다. 대표 자신이나 이외 창립 멤버가 AI 개발 경험이 있는 엔지니어 출신인 사례가 많다. 이외 개발자 채용 대부분은 병역특례 제도로 이뤄지는 상황이다.

AI 스타트업이 개발자 영입 핵심 조건으로 꼽는 것은 연봉이나 복지가 아닌 커리어 비전이다. 개발자에게 담당 업무와 커리어 로드맵을 분명히 제시해줘야 한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대기업과는 다른 스타트업만의 경영 철학이 개발자 개인의 가치관과 맞아야 한다.

(출처=셔터스톡)
(출처=셔터스톡)

◆창립멤버가 AI 개발 리드...상당수 스타트업 개발자는 병역특례

9년차 여행 AI 서비스 기업 누아 서덕진 대표는 싸이월드를 비롯한 IT기업에서 20년간 엔지니어로 일한 베테랑 개발자다. 2017년 서 대표는 가짜 뉴스 판독 AI 개발 대회에 홀로 출전해 입상할 만큼 AI 개발에 적극 참여해왔다.

그는 “대회에서 혼자 성과를 낸 후 인공지능 부서를 만들고 개발자 인원을 늘리고 있다. 2년에 걸쳐 1명씩 영입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누아 내 개발자 50% 정도는 병역특례 제도를 통해 일하고 있다. 작년 말 과기정통부 ‘2020 인공지능 그랜드 챌린지’에서 활약한 박상준 개발자도 병역특례로 누아에 입사했다.

박상준 개발자는 “지원 당시 병역특례 대상 기업 중 AI를 하는 기업은 누아가 유일했다. AI 관련 실전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지원한 것”이라고 말했다.

병역특례로 부족한 개발자 인력을 보충하는 것은 모든 스타트업이 오랫동안 유용하게 활용해온 방식이다. 서덕진 대표는 “AI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다수 IT 기업들이 병역특례를 적극 활용해 개발자 인력을 확보하고 있다. AI 챗봇으로 유명한 모 스타트업이나 창립한 지 30년이 다 되어가는 SW기업도 병역특례로 상당수 개발자를 영입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에듀테크 스타트업 데이터뱅크도 초기 창업 시 영입한 CTO를 중심으로 AI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CTO 영입에서도 대표와의 친분이 연결고리가 됐다.

데이터뱅크 송다훈 대표는 “미국 유학 시절 만난 친구가 현재 조현상 CTO다. 개인적인 친분으로 데이터뱅크 출범 전 사업을 제안했다. 우리 회사에서 일하기 전 조 CTO는 카네기멜론에서 통계학을 전공한 후 미국에서 자동화 관련 일을 3년간 맡은 바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을 시작할 당시 회사 내 개발자가 CTO 1명이었다. 정부지원을 위해 심사를 받을 때에도 IT기업에 개발자가 많이 없어 ‘너희가 무슨 IT 기업이냐’라는 말을 들었다. 지금은 CTO 이외 6명 개발자가 있지만 초반에는 웹사이트 만드는 것까지 CTO가 담당했다. 개발자를 뽑기 어려워 대표인 내가 코딩학원을 다녀야겠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고 토로했다.

올해 2월 상장 기업이 된 의료 AI 기업 뷰노를 창립 멤버들도 엔지니어 출신이다. 뷰노는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에서 AI 연구 개발을 담당한 연구원 3명(김현준, 이예하, 정규환)이 2014년 설립했다.

상당수 연구논문과 특허를 보유한 만큼 개발자도 많이 필요한데, 병역특례로 인력 상당수를 채용했다. 뷰노 관계자는 “보유한 특허와 SCI급 논문 다수에 전문연구요원이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한국 AI 의료 산업의 한 축을 병역 특례가 떠받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라고 전했다.

(출처=셔터스톡)

◆“높은 연봉·복지 아닌 커리어 비전이 핵심”

AI 스타트업이 개발자를 영입하기 위해서는 대기업만큼 높은 연봉이나 복지보다 커리어 비전이 필수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데이터뱅크 송다훈 대표는 “정부 지원을 받아 채용 자금을 확보하더라도 개발자 채용은 쉽지가 않다. 연봉을 많이 준다는 이유로 스타트업에 들어오는 개발자는 드물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 입장에서도 단순히 코딩만 잘 하는 사람을 원하지 않는다. 우리 기업의 경우 AI로 교육 불평등을 해소한다는 미션을 가진 만큼 여기에 공감해줄 개발자가 필요하다. 이러한 가치관이 맞으면서 실무 경력까지 있는 인재는 찾기 힘들다”고 전했다.

에듀테크 기업 뤼이드 관계자도 “AI 스타트업이 개발자를 채용하기 위해서는 우리 기업이 무슨 일을 하고 개발자 개인이 어떤 커리어를 발전시킬 수 있는지를 분명히 제시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이러한 이유에서 스타트업보다 DX 기업이 AI 개발자 채용에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존 산업에서는 자리를 잡았지만 AI로 무슨 일을 할 지를 명확하게 보여주지 않으면 개발자를 뽑기 힘들다”고 말했다.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IT 대기업에서도 연봉이나 복지보다 커리어 비전 제시가 핵심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함종민 서울대 AI연구원 산학협력센터장은 “최근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 경계가 옅어지고 있다. 대기업은 스타트업처럼 자유로운 문화를, 스타트업에서는 대기업과 같은 연봉과 복지를 제공해 서로 비슷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대기업이든 스타트업이든 개발자가 어떤 일을 하고 어떻게 커리어를 발전시킬 수 있을지 명확하게 제시해주는 곳을 선택할 것”이라고 전했다.

AI타임스 박성은 기자 sage@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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