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네카라쿠배. IT개발자들이 가고 싶어 하는 회사들을 묶어서 부르는 말이다. 개발자 부족으로 연봉이 얼마나 인상이 되었는지 연일 관련 기사가 쏟아진다. 도대체 상황이 어떻게 되어 가는지 제대로 알고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개발자는 왜 부족한지, 연봉인상 러시는 어떻게 되는 것인지. 최근의 상황을 이해하는 방법을 준비했다.
연봉 협상 철이 꽤 지났는데 연봉이 올랐다는 이야기가 심심치않게 들린다. 얼마 전까지는 게임 업계의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는데 그 여파가 IT 업계 전반으로 번져 나갔고, 개발자 뿐 아니라 모든 직군이 공통으로 따라가기 시작했다.
세계적인 IT 인재난, 국내로도 번져
IT 업계의 임금 인상은 사실 세계적인 추세다. 이 흐름은 실리콘밸리에서 시작됐다. 실리콘밸리의 1인당 연소득은 2017년 10만 달러를 돌파했고 26%의 가구 소득이 20만 달러를 넘겼다. 일반적인 미국 평균이 5만 달러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두 배가 넘을 뿐 아니라 그 상승폭이 여전히 가파르다.
미국에서도 실리콘밸리의 고소득 현상이 낳는 불균형, 빈부격차 등에 대해 걱정이 이어지지만 실리콘밸리의 꾸준한 성장이 결국 이 임금과 풍부한 일자리를 바탕으로 전 세계의 인재를 끌어모으는 데에서 시작된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여전히 개발자를 중심으로 한 기술직의 수요는 넘쳐나고, 능력 있는 인재를 끌어들이고, 직원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막대한 임금과 최고 수준의 복지를 제공하는 것이 실리콘밸리의 흐름이었다. 한때 실리콘밸리의 이야깃거리였던 구내 식당 메뉴는 단순한 식사 이상의 의미를 품고 있다.
이는 국내 뿐 아니라 세계적인 흐름이다. IT 개발자나 데이터 과학자 등 전문 분야에 대해서는 기술 이민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고, 아예 스타트업을 통째로 이전하도록 국가가 지원하는 사례도 많다.
근래 게임 회사를 중심으로 국내 IT 기업들의 움직임도 비슷하다. 훌륭한 식사와 다양한 복지 시스템, 그리고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 인상폭 등의 이슈가 사실은 꽤 조용히 이어져 왔다.
최근의 가파른 임금 인상은 이 인재 확보에 대한 경쟁이 심해지면서 다시금 불이 붙었다. 올 초 넥슨이 신입사원 초봉을 5천만원으로, 기존 사원에 대해서는 800만원 이상의 인상을 약속하면서 화제가 됐고, 엔씨소프트도 1300만원 인상에 특별 인센티브 800만원을 더했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이 이상의 대우를 약속했고, 이미 연봉 협상이 끝난 기업들은 특별 보너스, 혹은 협상 없이 기존 계약에 추가로 임금을 지급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그동안 개발 인력 부족은 심각한 수준이라고 꾸준히 입에 오르내렸다. 기업들은 개발 역량 때문에 비즈니스 확장 기회를 제때 잡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결국 더 나은 인재를 모셔오기 위한 경쟁이 이어졌고, 잦은 이직과 사람 빼가기는 크고 작은 갈등을 빚었다.
기업들의 셈법은 결국 인재를 놓치고, 새로 데려오는 데에 들어가는 비용, 시간, 노력보다 더 나은 대우를 통해 지금 일하고 있는 인력의 유출을 막는 방향으로 옮겨갔다. 그게 결국은 임금과 복지, 그러니까 만족할만한 대우인 셈이다.
이 이슈는 게임 시장을 넘어 AI, 데이터, 서비스를 중심으로 하는 모든 IT 기업과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번졌고, 최근에는 대기업으로 확대되고 있다. 당장 개발자 뿐 아니라 IT와 관련된 직군에 있는 사람들이 모이면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연봉 인상과 복지 혜택을 언급하고 있고, 실제로 이를 따라 이직 의사를 비치는 경우도 많다.
기업들로서는 적절한 대우를 통해 자연스럽게 현재 직원들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인재를 모을 수 있는 효과를 누리는 셈이다. 단순히 실리콘밸리의 흉내가 아니라 실제 기업들이 피부로 느끼는 인력난과 함께 자연스럽게 일어난 현상이다.
당장 이 임금 인상을 바탕으로 많은 사람들이 개발자를 꿈꾸고, 더 나은 인재들이 준비를 거쳐 IT 시장으로 유입된다면 가장 좋은 일일 것이다. 높은 수익을 보장하는 일에 인재가 쏠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모든 일에 IT의 필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그만큼 더 많은 인력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단순히 임금만 끌어올리고 달라지는 것 없는 상황에 대한 걱정도 이어진다.
높아지는 임금 흐름, 깊어지는 기업의 고민
기업들의 고민도 그만큼 커지고 있다. 특히 이 임금 인상의 흐름에 발 맞추지 못하는 중소기업들은 새로 인재를 뽑는 것은 커녕, 기존의 인력을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다. 당장 지금 개발 경험이 있는 인력들은 더 나은 일자리를 찾아 헤매고 있고, 큰 기업들은 경험 있는 인재를 환영하기 때문에 기업들로서는 당장 인력 유출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한 게임 스타트업 대표는 사석에서 “어쩔 수 없다”고 웃으면서 이야기했지만 현실적으로 공룡 기업들의 대우를 맞춰주기는 어렵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이미 막을 수 없는 흐름인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이 임금 인상 폭에 대해서 드러내놓고 불편함을 이야기하거나 비판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다르게 풀어보면 이 흐름 자체가 그 동안 오랫동안 사회적으로 기대했던 일자리 고민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일자리는 직접적인 당사자인 취업 준비생 뿐 아니라 국가와 사회적으로도 오랜 과제였다. 단순한 일자리가 아니라 ‘질 좋은 일자리’라는 조건이 따라 붙으면서 이 문제는 더 심각하게 번졌다.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대기업에 더 많은 일자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고, 공무원 수도 꾸준히 늘어왔다.
하지만 근본적인 일자리의 수요는 해결되지 않았다. 그 동안의 대안은 창업에 있었다. 물론 세계적인 스타트업 열풍, 그리고 뉴스에 연일 등장하는 대박 투자 유치와 주식 상장에 대한 소식은 모두에게 솔깃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창업에 대한 다양한 지원책과 더불어 기업들의 관심들이 합쳐지면서 지난 10여년 동안 창업은 많은 문제들을 풀어낼 수 있는 열쇠로 꼽혔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창업에 대한 사회적 시선 중 한 부분은 취업하지 못하는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직접 만들어내라는 주문이었다. 하지만 모두가 창업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스타트업을 만들고 이끌어가는 과정은 취업 이상으로 힘들었다. 물론 전반적으로 창업에 대한 문턱이 낮아지고, 실패에 대한 부담이 줄어든 것은 큰 성과였지만 일자리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목마름을 씻어내기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었다.
더 좋은 일자리, 대기업 떠나 보편적으로 확대될 것
사실 그 답은 보편적인 일자리의 질이 높아지는 데에 있었다. 최근 유튜브에서 ‘좋좋소’라는 숏폼 드라마가 큰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중소기업의 일상을 시트콤처럼 유쾌하게 담아낸 이 영상은 웃음 뒤에 누구나 한번쯤은 겪어본 기업들의 부조리함이 꼼꼼하게 담겨 있다. 경험과 생계, 그리고 이직이 쉽지 않다는 현실에 갇혀 회사를 떠날 수 없는 무기력한 직원들과, 녹록치 않은 비즈니스 현실에 대한 대응을 비용 절감으로, 결국 직원들에 대한 처우를 깎아 운영할 수밖에 없는 것이 그동안 잘 드러나지 않던 중소기업의 현실이다.
중소기업들의 구조는 매출 구조부터 수익, 운영까지 대부분 아주 빡빡하게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하청과 외주가 중심으로 되는 기업들의 경우는 경쟁을 바탕으로 위태롭게 돌아가곤 한다. 당장 지출해야 하는 고정 비용과 필요한 장비들을 피할 수 없으니 그 부족한 부분을 인력으로 막아내는 것이 사실상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이상하지 않은 일상이기도 했다. ‘나중에 잘 되면 보상해 준다’는 기대로 버텨내는 경우가 많다.
지속되는 사회적 갈등에도 정체된 임금 구조가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막대한 임금 격차는 상실감으로 이어지고, 신규 인력들은 대기업만 바라볼 수밖에 없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중소기업이 겪는 지독한 인력난의 이유도 결국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층이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이고, 이 때문에 인재 확보와 새로운 비즈니스의 도전 대신 빡빡한 비용을 바탕으로 생존만 이어지는 순환이 이어지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인재 확보의 답은 애초에 정해져 있다. 만족할만한 대우, 그리고 그에 따른 날카로운 평가가 이어지는 것이다. 근로 환경은 냉정한 계약 관계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IT 업계를 시작으로 옮겨붙는 임금 인상의 변화를 단순한 인건비 인상보다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당장 AI 업계를 봐도 최근 암호통화의 영향으로 그래픽카드의 값이 천정부지로 올랐지만 더 나은 컴퓨터, 더 나은 그래픽카드에 대한 투자를 아낄 수 없는 이유와 마찬가지로 필요한 인력 확보가 비즈니스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게 마련이다. 기업들의 경영도 막연한 미래의 기대보다 적절한 인력에 대한 투자로 상품과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그에 맞는 가격과 비용을 적절히 반영해야 하는 시기가 오고 있다. 결국 일자리의 질적 향상은 단순한 복지, 사회적 책임이 아니라 기업의 생존과 연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AI타임스 최호섭 기자 work.hs.choi@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