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산과 각종 첨단 기술을 융합한 새로운 공연‧전시가 떠오르고 있다. 코로나19 충격으로 인해 문화예술계는 4차산업혁명시대 디지털 기술을 융합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이 가운데 예술의 융‧복합 콘텐츠 개발 사례를 공유하고 문화예술 분야의 기술적 활용에 대한 현황과 과제를 논의하기 위한 ‘2021 ACT 페스티벌’이 개최됐다.
17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문화정보원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이번 포럼은 융‧복합 콘텐츠 개발 사례를 공유하고 문화예술 분야의 기술적 활용에 대한 현황과 과제를 논의하기 위해 ACC와 광주과학기술원(GIST) 한국문화기술연구소가 함께 마련했다.
환영사를 통해 이용신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직무대리는 “지난 6년 동안 동아시아 전통문화 예술 감성과 미래 과학 기술의 창의적 융합에 대한 다양한 창‧제작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며 “이번 포럼을 토대로 앞으로 예술과 기술 융합 콘텐츠 제작 관련 사업방향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집 광주과학기술원 부총장은 “문화예술과 기술의 융합이 본격화되고 있다”며 “한국문화기술연구소 연구개발 분야와 문화와 결합해 시민들이 새롭게 느낄 수 있는 문화 콘텐츠를 육성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유튜브 생중계를 통해 온‧오프라인으로 개최된 포럼에서는 ACC 창제작 사업을 통해 제작되고 있는 융복합 문화 콘텐츠들이 소개됐다. 전통 연희인 고성오광대 탈놀이를 실감 기술로 융합한 세계 최초 실시간 라이브공연 ‘비비런’과 700년 전 신안선 여정을 체험할 수 있는 실감콘텐츠 전시 ‘아시아 해양 실크로드와 신안선’에 대한 제작과정이 소개됐다.
아울러 신춘성 전남대학교 문화전문대학원 교수가 좌장으로 나서 문화예술 분야 첨단 기술융합의 미래 방향에 대해 논의하는 토론도 진행됐다. 손상원 비비런 연출가(네오 프로덕션 객원 연출)는 “기술만 돋보이는 게 아닌 예술과 융합되면서 결국은 예술 작품으로 남아야 한다”고 말했다.
예산 문제도 기술 융합 문화예술 콘텐츠의 상용화 걸림돌로 지적됐다. 토론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최첨단 기술이 융합되는 문화예술 공연과 전시는 예산으로 인해 진입장벽의 문제가 발생한다”며 “관련 인프라 조성과 지속적인 지원을 통해 누구나 기술과 예술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 국내 최초 실감 라이브 공연 장르 개척한 ‘비비런’…"모션 캡션, 최첨단 게임 엔진 활용해 배우 몸짓‧표정 최대 표현"
한국에서 실시간 펼쳐지는 공연을 가상 세계를 통해 일본에서 관람하면 어떨까? 실감 라이브 공연 ‘비비런’은 일반적으로 극장에서 보던 공연을 시‧공간 한계를 넘어 실시간 라이브 공연으로 경험하고 상호작용 할 수 있게 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됐다. 2019년부터 연구‧개발된 ‘비비런’은 3년간의 노력과 시행착오를 통해 오는 19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문화창조원 복합2관에서 첫선을 보인다.
전통 탈춤 ‘고성오광대탈춤’을 캐릭터화해 가상 인물로 구현하고 실시간 배우들의 연기를 그대로 ‘미러링’ 했다. 전통 유희를 첨단 기술을 통해 새로운 예술로 재창조했다. 모션캡쳐 기술과 첨단 게임엔진을 통해 배우들의 표정과 몸짓을 그대로 구현했다. 관람객들은 다른 공간에서 실시간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손상원 비비런 연출가는 “그래픽 고도화와 360도로 구현되는 공간 조성에 굉장히 공을 들였다”며 “모션캡쳐과 최첨단 게임엔진을 통해 배우들의 연기와 표정을 그대로 표현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어 “360도 구현되는 공간을 구현하기 위해 콘티 작업부터 3차원으로 만들어 공간 구성의 이해도를 높였다”고 언급했다.
김일 비비런 기술 감독은 “문화유산을 소재로 한 디지털 공연을 어떻게 데이터화 시킬까라는 고민을 했다”며 “이를 위해 영화에서 사용한 모션캡처 기술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공간에서 실시간 공연으로 배우와 관객을 잇는 새로운 공연 문화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 실감콘텐츠 전시 ‘아시아 해양실크로드와 신안선’…"수만개 데이터를 실감콘텐츠로'
신안선은 1975년 신안 앞바다에서 발견된 무역선으로 동아시아의 문화 교류와 해상 무역 등을 확인 할 수 있는 문화유산이다. 복원된 길이는 30미터, 무게는 280톤으로 추정하고 있다. 실감 전시 ‘아시아 해양 실크로드와 신안선’은 700여 년 전 신안선의 여정을 체험할 수 있는 콘텐츠다.
'아시아 해양 실크로드와 신안선'은 문화재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와 국립광주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신안선과 도자기 유물을 소재로 개발 중인 '실감 체험형 콘텐츠'다. 설연수 광주과학기술원(GIST) 한국문화기술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아시아 해양실크로드와 신안선’ 콘텐츠 개발 과정을 바탕으로 ‘3D 데이터 아카이브와 디지털 헤리티지’라는 주제로 발표를 이어갔다.
설연수 연구원은 “14세기 전남 신안군 앞바다에서 좌초된 신안선 선체와 도자기 유물의 3D 스캔 데이터를 활용해 바닷속 역동적 환경을 구성하고 가상공간을 체험할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 중”이라며 “실감기술을 적용해 시각화하는 작업과 데이터를 API로 만드는 과정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3D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콘텐츠로 개발하기 위한 방안도 제시했다.설 연구원은 “신안선 전시를 통해 데이터 아카이빙을 하고 체험형 전시 콘테츠로 디지털 문화재를 연구·개발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데이터를 활용한 플랫폼 개발까지 나아갈 수 있는 장기적인 방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시아 해양실크로드와 신안선’ 전시는 오는 12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첫 선을 보인다.설 연구원은 “상호작용 요소를 더해 대형 구조물 안에서 다수가 체험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시아 해양실크로드와 신안선’ 실감 콘텐츠 제작에 참여한 박근호 사일로랩(SILO Lab.) 대표(CEO)의 ‘리얼타임 엔진의 포인트클라우드 기술과 실시간 요소기술’에 대한 강연이 진행됐다. 박 대표는 “리얼타임 엔진이라는 최첨단 게임엔진을 활용해 문화유산의 스캔 데이터를 가상 공간에서 효과적으로 보이게 가공하고 있다”며 “신안선의 수만 개 데이터를 가공하는데 리얼타임 엔진의 포인트 클라우드 기술을 활용했다” 고 말했다.
박근호 대표는 “신안선의 방대한 유물을 디지털화해 다양한 곳에 전시할 수 있는 미래 목표를 제시하고자 했다”며 “디지털 기술을 통해 신안선의 큰 스케일과 방대한 해양 유물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플랫폼 형태를 개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한편, ACC 창제작 센터는 아시아 문화유산의 디지털화에 대한 연구 및 실감 콘텐츠 개발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연이어 18일에 진행되는 ‘ACT 페스티벌’은 ‘ACC 창제작과 문화기술 연구‧개발’을 주제로 한 2개의 섹션(‘문화유산 활용 문화기술 R&D’, ‘인공지능 기반 문화기술 R&D’)이 준비돼 있다.
AI타임스 구아현 기자 ahyeon@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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