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사진과 영상 등 디지털 이미지는 데이터 중심 사회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자료이다. 특히 4차산업혁명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영상의 영향력은 계속 커지고 있다. 이들을 자율적으로 다룰 수 있는 비전 AI 기술 또한 매우 중요한 기술 영역이다. 주요 핵심 분야인 의료 기술, 자율주행차의 핵심적인 기술이기도 하다. 이미지와 비전AI와 관련된 영역의 현재와 미래를 진단해본다.
AI 스타트업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스타트업(극본·박혜련, 연출·오충환)’의 주인공 남도산(남주혁)은 컴퓨터 비전(Computer Vision) 관련 원천 기술을 지닌 프로그래머다. 얼굴과 객체 인식을 빠른 시간 안에 정확하게 하는 것이 이들 기업이 내세우는 강점. 다만 이런 기술을 가지고도 어떻게 서비스로 만들지, 수익은 무슨 수로 창출할 것인지를 몰라 이를 제대로 활용할 전문 경영인을 영입하는 스토리가 진행되고 있다.
컴퓨터 비전은 이렇듯 드라마에서도 이해 가능한 소재로 쓰일 만큼 친숙한 기술이 됐다. 우리의 삶 속에서도 비전 기술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우리가 흔히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만 해도 벌써 이미지 인식 기술을 총망라하고 있다. 고도화된 카메라 센서와 이미지 분석 소프트웨어는 이미 우리의 생활 속에 상당 부분 침투해 있다.
컴퓨터 비전은 기본적으로 작은 점들의 집합으로서 사물을 읽어낸다. 그리고 그 안에서 특징적인 패턴을 잡아 사물을 분별해 내는 것을 골자로 한다. 그러다보니 대상이 되는 객체는 이름이 붙어 있어야 그 존재가 각인된다. 즉, 이미지마다 ‘이름표’가 있어야 그 이미지를 기계가 인식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정부에서는 ‘데이터 댐짓기’라는 명목의, AI 학습용 데이터 레이블링 사업을 대대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름 붙은 데이터가 많으면 많을수록, 기계는 강아지와 머핀과 고양이와 재규어를 더 명확하고 정확하게 구분할 수 있다.
현재의 기술수준은 드라마 속에서 그려지는 것이나, 실제 활용되는 소소한 일상보다도 훨씬 높다. 컴퓨터 비전을 가장 활발하게 분석하는 분야 중 하나는 자율주행차 분야다. 정확히 사람을 인식하고, 사물과 표지판을 읽는 것은 물론, 사람이 갑자기 길을 건널 가능성이나 의도까지 예측해내는 연구도 이어지고 있다. 사람을 둘러싼 횡단보도, 도로의 생김새, 갓길에 주차된 차량이나 휴지통 같은 방해물 여부 등을 모두 인식해서 시나리오를 계산해내는 것이다(Rasouli et al. 2019).
‘기계의 눈’을 활용한 인력 대체 케이스도 갈수록 늘고 있다. 자율주행트럭 같은 무인화 기술은 물론, 오기입된 서류를 걸러내거나 불량 제품을 구별해내는 제조업 자동화, 지원자의 얼굴로부터 긴장감을 측정하는 AI 면접관 등 사람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분야가 방대하다. 사람이 못 보고 지나간 엑스레이 속 작은 변화를 탐지할 수도 있고, 기후 변화로 빙하가 녹는 시퀀스를 분석해 내는 것도 기계의 눈이 해낼 수 있다. 알고리즘의 발전 덕에, 사람은 갈수록 수행자가 아닌 감독자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란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다만 해당 기술을 활용하기 위해 사회적으로 넘어야할 산도 많다. 특히 도덕적 이슈가 많다. 가령 얼굴 인식 기술은 사생활 침해와 인종 편견 강화 등으로 비판을 받고 있다. IBM의 경우, 올해 초 관련 기술을 더이상 개발하지도, 사업화 하지도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눈을 가진’ 자동차여도, 운전자나 보행자가 다치게 될 상황에서 누구를 보호할 것인지, 도덕적 잣대가 뚜렷해지지 않는 이상 실질적인 사용이 불가능하다.
컴퓨터 비전 기술은 단순히 객체만 읽는 것을 넘어서서 문맥과 상황을 읽을 수 있도록 진화하고 있다. 한국뿐 아니라 중국 등 여러 나라에서도 정부 주도의 AI 학습데이터 생성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기술을 둘러싼 사회문화적 합의도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코에 얹힌 안경처럼, 컴퓨터 비전이 사람의 눈을 돕는 역할을 해낼 날도 머지 않았다.
유재연 칼럼니스트는 현재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연구원(박사수료)으로 재직 중이며, 중앙일보 기자로 활동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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