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는 알파고와 다릅니다. 잘 지는 AI, 박빙의 승부를 할 수 있는 AI를 만들고자 합니다.”
이재준 엔씨소프트 상무 겸 연구센터장이 4일 열린 글로벌 AI 컨퍼런스 ‘AI 월드 2020(AI World 2020)’에서 자사 AI 서비스 전반과 철학을 소개했다.
엔씨소프트에게 있어 AI는 알파고와 같은 최고 지능을 실현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 기획자, 개발자, 사용자의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 도구다. 이재준 상무는 “정답이 아닌 해답에 가깝게 가기 위한 도구다. 기존보다 더 나은 기능을 제시하거나 사용자가 새로운 가치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AI 도입 목표”라며 “최근 딥러닝으로 근사치를 보다 쉽게 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엔씨소프트는 약 10년 전 AI 연구 개발을 시작해 현재 게임 응용, 음성, 비전, 언어, 지식 5개 분야 랩에 200여명 연구원을 두고 있다. 처음 AI 분야에 발을 들인 2011년 관련 TF를 꾸린 이후 2012년 AI랩을, 2015년 랩 산하 NLP(자연어처리)팀을 구축했다. 2016년에는 AI랩을 AI센터로, 2017년 9월에는 NLP팀을 NLP센터로 규모를 키웠다.
게임에서 AI 활용이라고 하면 흔히 떠올리는 알파고와 같은 게임 콘텐츠 내에서 플레이어와 대결하는 AI로는 엔씨소프트 MMORPG 게임 ‘블레이드 앤 소울’의 PVP 대전 콘텐츠 ‘비무’ 내 AI 플레이어가 대표적이다.
비무 AI 훈련 과정에 대해 이재준 상무는 “훈련 첫 날에는 AI 플레이어가 필요 없는 동작을 많이 보여 인간 플레이어를 제압하는 데 2분이 필요했다. 이틀 째에는 불필요한 동작이 줄어들어 45초까지가 걸렸다. 이후 1주일이 지나니 20초 만에 제압하는 데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유저와 실력이 대등한 NPC, 소위 보스 몬스터와 싸우는 콘텐츠인 ‘무한의 탑’에도 AI를 적용해 게임 플레이에 재미를 더했다. AI 적용 전 보스 몬스터를 해치우기 위해서는 특정 공략이 존재해 수월한 면이 있었다. AI 몬스터는 규칙이 아니라 상황에 맞춰 플레이해 게임 레벨을 높였다.
블레이드 앤 소울 AI 플레이어는 2019년 월드 챔피언십에서 프로그래머와 대결해 비등한 실력을 보이기도 했다. 대회에서는 장막 뒤에서 인간 플레이어 2명이 대결을 펼치는 것처럼 연출하다가 게임이 끝난 이후 AI 플레이어임을 밝혔다. 이날 대회에 참가한 AI 선수는 1주일동안 35만 게임으로 학습했다. 블레이드 앤 소울 게임에 사용한 AI는 모두 강화학습을 사용했다.
게임 난이도를 올리거나 AI 실력을 플레이어에 맞추는 것 이외에 AI 선수 플레이 스타일을 다양화하기도 했다. 이재준 상무는 “무작정 상대방 체력을 많이 깎는 AI, 아웃복싱하듯 자기 체력을 유지하고 회피를 잘 하는 AI 등 게임 플레이 스타일을 다양하게 설정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영화같은 게임 필요한 시대, 디자인 보조 AI 활약
게임 콘텐츠 플레이어로서의 AI 이외에 게임 기획과 개발, 아트, 사용자 편의 개선 등도 AI를 활발히 사용하고 있다. 게임 기획 지원 AI는 주로 게임 내 레벨 밸런스를 맞추는 역할을 담당한다. 예를 들어 5명의 소환수가 겨루는 리니지 RK라는 게임에서 새로운 소환수를 선보일 때 기존 소환수들과 실력 균형이 맞는지 판단하는 데 AI를 사용하는 식이다.
게임 아트 부분에서는 NPC 얼굴 제작, 캐릭터 애니메이션 제작 작업을 돕는다. 디자인 작업 중 초기 반복 작업을 AI가 담당, 아트 리소스 생성을 해 디자이너에게 전달한다.
이재준 상무는 “MMO RPG게임에는 상당히 많은 캐릭터가 등장한다. 각 캐릭터 성격에 맞춰 디자이너가 캐릭터 외형을 일일이 만들어야 한다. AI는 추상적 태그 기반 초기 이미지를 생성해 디자이너 업무를 간소화한다. 귀여운 풍, 세련된 풍, 활발한 풍 등 스타일을 선택하면 그에 따른 기본적인 외형을 AI가 만들고 디자이너가 세부 수정한다”고 말했다.
캐릭터 애니메이션 제작에서도 AI가 애니메이터 작업을 돕는다. 모션 스타일 트랜스퍼는 좀비 몸짓, 벽타기 등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신체동작을 AI를 통해 자동 생성한다. 텍스트 투 애니매이션 기능은 TTS 방식을 상요해 음성을 넣으면 사람 얼굴과 입모양, 얼굴표정, 몸동작을 추천한다.
이재준 상무는 현재 게임에서 미적 구현이 중요시되는 만큼 아트 작업을 돕는 AI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2018년 출시된 가드 오브 워,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과 같은 게임을 보면 마치 영화를 보는 것 같다. 가드 오브 워는 영화 보는 것처럼 스토리를 감상하다 게임을 플레이하고,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은 사용자 선택에 따라 다른 스토리를 보여준다. 요즘 게임은 게임 이외에 영화를 비롯한 다양한 미디어와 경쟁하는 만큼 좋은 아트 퀄리티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자체 음성인식·합성 기능으로 음성 플레이, AI 채팅까지
게임을 플레이하는 사용자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AI 서비스도 중요하게 언급했다. 기본적인 게임 서비스 지원 AI는 부정 거래를 하고 소위 핵을 사용하는 플레이어를 탐지하고 제재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채팅장 내 욕설과 스팸 내용도 머신러닝을 통해 좀 더 세밀하게 잡아낸다.
엔씨소프트 AI 스피치 랩 내 음성합성팀에서 개발한 뉴럴 보코더 ‘VocGAN’은 튜토리얼을 만들거나 플레이어가 게임을 진행하는 데도 접목했다. 블레이드 앤 소울 프론티어 월드에 들어간 튜토리얼 영상 안내서에는 AI 합성 여성 목소리를 사용했다.
사용자 목소리를 인식해 게임을 플레이하는 기능은 개발 마지막 단계에 있다. 플레이어가 “7시에 월드보스 입장해줘”, “입구로 이동”, “채팅창에 지원 요청해줘”와 같이 말하면 게임 내 AI가 인식해 대신 수행한다.
이재준 상무는 “특히 MMO RPG 게임과 같은 경우 플레이 시간이 길어 많은 플레이어들이 컴퓨터 앞에 있지 않고 자동 사냥 기능을 이용한다. 이 때 목소리를 사용하면 어떨까 생각했다”며 개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아직 시스템 알림음이 너무 크고 반복적으로 전달된다는 문제가 있어 개선 중이다. 플레이어 현 상태를 설명하는 ‘공격받고 있습니다’와 같은 목소리가 너무 크고 많이 나온다. 게임 방해 리소스를 제어하면서 기능이 돌아가도록 마지막 작업 중이다”라고 전했다.
음성 인식과 자연어 처리 기술을 접목한 초보 사용자를 위한 채팅 편의 기능도 개발 중이다. 유 상무는 “막 게임을 시작한 플레이어가 ‘물약을 어디서 사나요?’와 같은 기본적인 질문을 하면 ‘님 게시판 찾아보세요’와 같이 대답하는 등 좋지 않은 대답을 듣는 경우가 꽤 있다. 이 때 AI 봇이 대답할 수 있도록 만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엔씨소프트 AI 개발 계획에 대해 이재준 상무는 “잘 지는 인공지능을 만들겠다. 알파고하고만 게임하면 분명 재미가 없을 것이다. 조카와 장기를 둘 때 져주기도 하고 이상한 수를 둬서 재미를 느끼게 하는 것처럼 사용자가 즐길 수 있는 아슬아슬한 플레이를 AI로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이와 같은 AI를 만들기 위해서는 판세가 자신 혹은 플레이어에게 유리, 불리한지 판단하고 실력도 좋아야 하기에 구현하기 쉽지 않다. 박빙의 승부를 할 수 있는 AI 활약을 기대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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