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박빙을 겨룬 바이든과 트럼프 두 후보의 얼굴과 슬로건을 AI로 합친 예술작품이 등장했다. GPT3가 만든 ‘중립적인’ 슬로건과 함께 두 후보의 얼굴을 섞어 당파를 초월한 대통령을 제시하는 영상 작품이다.
네덜란드 예술가 예로엔 반 데어 모스트(Jeroen Van Der Most)는 최근 자신의 홈페이지에 초당파 대통령(The Bipartisan President)이라는 AI 예술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작품을 만든 계기에 대해 그는 홈페이지에서 “미국이 다시 한번 화합할 수 있는 방법으로 AI로 정치 슬로건을 만들고 바이든과 트럼프의 얼굴을 합쳐 초당파 대통령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초당파 대통령(The Bipartisan President) - JEROEN VAN DER MOST
영상을 재생하면 바이든과 트럼프의 얼굴이 섞이면서 번갈아 등장한다. 예를 들어 바이든의 얼굴이 뚜렷이 나온 후 점차 트럼프의 얼굴과 섞이면서 트럼프의 얼굴로 명확히 바뀌는 식이다. 이후 다시 바이든, 트럼프 후보로 계속해서 변한다. 한 번 나온 얼굴은 절대 반복되지 않으며 모든 얼굴은 표정과 같은 요소가 각기 다르다. 한 얼굴 밑에는 AI로 만든 슬로건을 하나씩 삽입했다.
바이든과 트럼프 얼굴을 섞고 변형하는 일에는 이미지 모핑 AI 기술을 사용했다. 모스트 작가는 트럼프와 바이든의 얼굴 특징을 이해하도록 AI 모델을 설계했다. 이를 바탕으로 AI는 두 후보의 얼굴 이미지에 무한하게 변수와 전이를 일으켰다. 작가는 홈페이지에서 “GAN 시스템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치 슬로건 제작 작업에는 GPT3와 당파성을 분별하는 uClassify 알고리즘이 참여했다. 중립적인 정치 슬로건을 만들기 위해 모스트는 먼저 GPT3에게 보수적, 진보적, 초당파적 3개로 나눠 각각 태그라인 아이디어를 제시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해당 과정에서 GTP3가 충분한 수행능력을 보이지 못하자 작가 개인의 분류와 알고리즘을 추가로 사용했다.
모스트는 테크전문매체 TNW와의 인터뷰에서 "GPT3가 카테고리 개념을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진보적 태그라인을 제시하라 했더니 '낮은 세금, 군사력 강화'라고 답하곤 했다"고 설명했다.
GPT3가 3가지 태그라인을 분류한 후 작가는 본인 기준 분류와 당파성을 측정하는 uClassify 알고리즘을 사용해 3중 분류를 진행했다. 알고리즘에서 진보, 보수 2개 이데올로기 요소를 모두 가졌다고 분류된 슬로건들을 양당적, 초당파적이라고 판단했다.
3중 분류 작업 후 작가는 다시 GPT3로 돌아가서 초당파적인 태그라인 아이디어를 제시하도록 주문했다. 이 결과물에 알고리즘을 적용해 진보, 보수 성향에서 고르게 점수를 얻었는지 재확인했다. 마지막으로 구글 서치 API를 도입, 슬로건 결과물들이 기존 로비 단체나 정당에서 사용된 바 있는지 체크했다.
슬로건 내용은 모두 감정을 북돋으면서 포괄적인 내용을 다루지만 구체적인 정책 방향과 대안을 제시하진 않았다. 영상 작품 속 바이든과 트럼프 얼굴 밑에는 미래 보장(Win the future), 나아가는 미국(Moving America forward), 미국인을 새롭게(Renewing the American)와 같은 슬로건이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기후 위기', '군사력 강화'와 같은 내용은 배제한다. 소위 보수적인 단어로 칭해지는 전투, 승리를 진보적인 분위기의 단어와 섞기도 했다.
모스트 작가는 “(작품을 보면) 초당파적 내러티브는 환상과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는 미국을 비롯해 세계를 큰 위험에 처하도록 만들 수도 있다”며 “이 예술 작품은 일종의 경고라고도 볼 수 있다. (이번 작품이) 보다 많은 노력과 견고한 과학적 연구를 통해 (초당파성에 대한) 새로운 공통점을 찾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향후 모스트는 AI를 활용해 새로운 초당파적 정책을 만들 계획이다. 그는 “정치인들이 질문을 피하거나 의미 없는 미사여구를 말할 시 판별 후 경고음을 울리는 AI 모델도 기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