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형 로봇은 '자율성'과 '모빌리티' 두 능력을 모두 갖춰야 합니다. 두 기능의 적절한 융화가 필요하죠. 하지만 불확실한 실제 상황에서 기술의 적절한 효용 기준점을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지능형 로봇은 자율성과 모빌리티 사이에서 딜레마를 갖고 있습니다."
오준호 과학기술원(KAIST) 교수는 11일 한국기계연구원(KIMMㆍ원장 박상진)이 개최한 '2020 글로벌 기계기술 포럼'에 참석해 '로봇 기술과 미래'를 주제로 현재 로봇 기술 수준을 돌아보고 향후 해결해야 할 로봇 기술 문제를 짚었다.
오 교수는 지능형 로봇 구현에 있어 많은 개발자가 로봇의 '자율성(Autonomy)'과 '모빌리티(mobility)' 사이에서 기술적 딜레마를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능형 로봇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자율성과 물리적 행위에 따라 물리적 결과를 낼 수 있는 모빌리티 능력을 갖춰야 한다. 자율성은 인간의 명령없이 기계 스스로 인지ㆍ판단해 선제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능력이며, 모빌리티의 경우 기계의 물리적 힘ㆍ속도를 가늠하는 역량이다.
두 기술이 적절한 지점에서 융화할 때 지능형 로봇을 구현할 수 있으며, 인간에게 편의와 효용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오 교수는 이 과정에서 딜레마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로봇의 자율성을 높일 경우 판단 착오에 따라 잘못된 결과를 낼 수 있고, 모빌리티 능력이 높을 경우 인간에게 위험할 수 있다"며 "어떤 방법과 기준으로 두 기능을 배합할 것인지를 두고 딜레마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실험실에서 구현한 로봇은 제한적 상황에 따라 움직이지만, 현실 세계에서 어떤 행동을 할 것인지 예측할 수 없다"면서 "로봇의 자율성과 모빌리티 능력을 조화하는 것이 향후 지능형 로봇 구현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 협동 로봇부터 사회형 로봇까지...미래 로봇 기술 조망
이날 오준호 교수는 ▲스마트팩토리 ▲노동의 대체 ▲사회형 로봇 ▲전문가 로봇 4개 이슈를 미래 로봇 기술이 구현할 대표적 변화상으로 꼽았다.
스마트팩토리는 산업 분야에서 기대할 수 있는 변화다. 하지만 오 교수는 "현재 로봇은 인간에게 위험물로 분류되고 있으며 인간과 로봇의 작업 영역을 구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등장한 것이 '협동 로봇'"이라며 "협동 로봇의 핵심은 인간과 로봇이 같은 작업 공간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며, 이에 따른 안전장치가 필요할 것"이라고 짚었다.
로봇을 이용한 노동의 대체는 사람이 안하려는 것에 방점이 있다. 오 교수는 3D(DifficultㆍDirtyㆍDangerous) 직종과 높은 노동 강도를 가진 직종 등을 대표적으로 꼽으며 "단순 업무의 경우도 미래 로봇의 영역이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사회형 로봇은 기존 로봇 기능에 네트워크를 접목한 기술로 사람과 감정을 공유하는 것이 핵심이다. 오준호 교수는 "사회형 로봇은 인간과의 소통 능력과 선행적인 행동력을 갖춰야 한다"며 "파열음이나 행위의 폭 등을 데이터로 한 감정 인식 모델을 적용해 사회형 로봇을 구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본질적으로 인간의 감정은 모델링할 수 없기 때문에 로봇에게 인간이 만족할 만한 반응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하면서도 "스마트 스피커와 돌봄 로봇 등의 형태로 향후 가장 많이 등장할 로봇 중 하나"라고 전망했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꼭 인간의 모습과 같아야 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오 교수는 "인간 형체의 로봇을 만들면서 많은 기술에 도전할 수 있고 로봇 분야를 향한 흥미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봤다.
그는 "휴머노이드 로봇은 많은 로봇 종류 중 하나일 뿐이며, 인간의 모습보다 기능에 집중한 로봇 형태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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