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인공지능(AI) 기술의 중심은 소프트웨어(SW) 기술이다. 어떤 모델을 구축하느냐, 어떤 언어를 사용할까, 데이터를 어떻게 분류할 것인가.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이 SW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복잡한 AI SW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높은 성능의 하드웨어(HW)가 필수적이다.
인공지능의 대표적인 방법론 중 하나인 머신러닝(ML). AI 성능을 대폭 끌어올린 딥러닝(DL). 인간 뉴런 구조를 본떠 만든 인공신경망(ANN, Artificial Neural Network).
이런 개념들은 80년대에도 활발히 연구됐다. 하지만 실제 구현은 불과 몇 년 밖에 안됐다. 컴퓨팅 성능이 그만큼 받쳐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HPC(고성능컴퓨팅), AI 가속기, AI 프로세서, 고성능 메모리장치 등이 등장하면서 본격적인 AI 시대가 문을 열게 된 것이다.
칩러닝(ChipLearning)을 통해 AI를 구현하는 HW, 반도체 또는 '칩'이라고 불리는 HW 산업과 기술을 알아보자.
이 기사는 [AI칩러닝] GPU는 혼자 움직이니?…AI를 위한 CPU의 자격 요건은?①에서 이어집니다.
인공지능(AI)을 구현하는 데이터센터 CPU 시장은 인텔이 대부분을 지배하고 있다. 인텔에 이어 AMD, Arm, IBM 정도가 유의미한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 AMD와 Arm이 새로운 아키텍처와 플랫폼으로 기세를 높이고 있지만 한동안은 '인텔 서버 제국'이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전망한다.
데이터센터용 CPU는 PC용 CPU와 달리 단순히 CPU 하나만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CPU와 GPU, AI 가속기, 메모리와 이를 연결하는 기술 등을 바탕으로 하나의 커스터마이징(customizing)한 서버를 구축해야 된다.
◆인텔, 90% 점유율로 서버 CPU 시장 독점
인텔은 이 점에서 유리하다. 인텔 제온(Xeon) CPU가 높은 점유율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 데이터업체 IT캔더(ITCandor)가 지난 10월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서버시장에서 87.1%가 x86기반이며, RISC 기반 서버가 6.3%, IBM 시스템 Z가 3.5%를 차지하고 있다.
대부분 윈도우 OS로 구동되는 x86은 인텔 제온(Xeon)과 AMD 에픽(EPYC)이 대표적이다. RISC 서버는 Arm 네오버스(Neoverse) 시스템, IBM 시스템 Z에는 파워(Power) CPU가 주로 탑재됐다.
이 중 x86은 인텔이 압도적이다.
시장 조사 전문기관 머큐리 리서치(Mercury Research)가 발표한 올 3분기 x86 CPU 시장 점유율 조사에 따르면, 서버용 CPU 시장 점유율에서 인텔은 93.4%, AMD는 6.6%를 각각 기록했다. 전체 x86 시장에서는 인텔과 AMD의 점유율은 각각 77.6% 22.4%로 나타났다.
또한 데이터센터뿐만 아니라 기업용 서버에서도 인텔은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IT 네트워크 기업 스파이스웍스(Spiceworks)가 지난해 4월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인텔 프로세서는 여전히 기업용 서버 하드웨어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스파이스웍스는 "현재 인텔 서버 프로세서를 사용하는 조직은 93%인 반면 AMD 프로세서를 사용하는 조직은 16%에 불과하고 ARM을 사용하는 조직도 4%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전체 점유율이 100%를 넘는 것은 기업들이 여러 브랜드의 서버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
◆'인텔 XPU 전략' vs '엔비디아+Arm' vs 'AMD+자일링스'
인텔은 이런 높은 점유율을 바탕으로 전체 프로세서 생태계의 리더십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을 밝혔다. 원API와 XPU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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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XPU는 CPU를 비롯해 최근 공개한 Xe GPU, 인텔이 2015년 인수한 알테라 FPGA 등의 모든 프로세서 라인이 포함된다. 원API는 오픈소스 기반의 아키텍처로 XPU 설계를 하나로 통합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AMD가 x86 CPU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는 가운데, 단순히 CPU 성능으로만으로는 경쟁력을 갖기 힘들다는 판단에 인텔이 이런 전략을 펼친 것으로 분석한다. 단순히 프로세서 하나하나의 성능을 높이는 것뿐 아니라 자사가 가진 CPU 점유율을 기반으로 전체 프로세서 생태계를 통합하겠다는 것.
다만 인텔의 XPU 전략은 최근 다른 공룡 반도체 기업들의 탄생으로 마냥 순탄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와 Arm, AMD와 자일링스의 결합 역시 서버 프로세서 시장의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각 사의 계획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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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버 GPU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엔비디아는 AI 생태계에서 CUDA 플랫폼을 기반으로 독점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인텔이 오픈소스 기반으로 원API를 지원한다고 하지만 CUDA에 익숙한 엔지니어들의 마음을 돌리기에는 수많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여기에 엔비디아는 전세계 스마트폰 CPU에서 절대적인 점유율을 보이는 영국의 설계 전문 기업 Arm을 인수했다.
Arm은 최근 서버용 CPU인 '네오버스'를 공개했다. 네오버스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HPC로 알려진 일본 후지쓰의 후가쿠(Fugaku)에 탑재됐다. 성능은 이미 검증된 셈.
아직 엔비디아와 Arm의 합병은 진행 중이다. 합병 후 엔비디아는 인텔 XPU 생태계의 가장 큰 라이벌이 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AMD와 자일링스의 합병에 대해서는 서버 시장에서 큰 시너지를 얻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AMD는 소프트웨어 파워가 약하다"며 "서버 시장은 소비자 시장과 달라 단순히 좋은 제품만으로 점유율을 넓히기 어렵다. 엔비디아의 CUDA 같은 개발자를 위한 소프트웨어 지원이 있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엔비디아가 CUDA, 인텔이 원API로 소프트웨어를 지원하며 애프터마켓 시장을 공략하는 동안 AMD는 두 손을 놓고 OpenCL이라는 외부 오픈소스에 기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CPU의 채택에서도 불리한 점.
다만 또 다른 관계자들은 인텔과 엔비디아는 프로세서 시장에서 높은 가격으로 악명을 떨치고 있기 때문에 '가성비' 좋은 AMD 제품이 충분한 매력이 있다고 보고 있다.
AMD가 전체 서버 시장의 주류가 되기는 힘들더라도, 최근 서버용 에픽 제품의 높은 성능은 충분한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 실제 최근 AWS는 자사의 인스턴스에 인텔 제온이 아닌 AMD 에픽을 탑재한다고 밝혔다.
AI타임스 양대규 기자 yangdae@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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