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2월 15일(현지시간) 미국 공군의 정찰기가 미군 역사상 처음으로 인간 조종사와 나란히 인공지능(AI) 부조종사를 싣고 힘차게 날아올랐다. 인간 조종사가 정찰기를 조종하며 적기를 찾는 동안 AI 부조종사는 전술 항법을 담당하면서 적의 발사 장치를 추적하는 등 인간 조종사를 착실히 보조한다. 인간 조종사는 U-2 레이더‧센서 사용 정보를 공유하며 AI 부조종사와 호흡을 맞춘다.
인공지능(AI)이 미국 공군 군용기의 부조종사가 됐다. 이처럼 AI와 인간 간의 협력을 모색하는 시도가 늘어나면서 AI 무인 전투기 개발 속도가 한층 더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공군이 미군 역사상 처음으로 AI 시스템을 이용해 군용 정찰기를 조종하는 데 성공했다고 17일(현지시간) 영국 인디펜던트 등 주요 외신이 보도했다. 이번 AI 기반 군용기 시험 비행 성공은 미군의 경쟁력 강화에 있어 큰 진전이라는 평가다.
미 공군공중전투사령부(ACC)의 U-2 연방연구소가 개발한 일명 ‘ARTUµ’ AI 알고리즘은 체스‧바둑‧비디오게임 등에 사용돼 온 'µZero' 오픈소스 알고리즘을 변형한 버전이다. U-2 연방연구소는 해당 AI 기술을 다른 시스템에도 쉽게 이전할 수 있도록 설계했으며 앞으로 더욱 개선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AI 알고리즘은 50만 건 이상의 컴퓨터 시뮬레이션 반복 훈련을 거쳐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상공에서 U-2 드래곤 레이디(Dragon Lady) 정찰기를 조종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시험 비행은 앞서 F-16 전투기로 펼쳐진 가상 공중전에서 AI 조종사가 인간 조종사를 상대로 완승을 거둔 지 불과 4개월 만에 이뤄진 것이다.
지난 8월에 미 국방부 산하 고등연구계획국(DARPA) 주관 가상 모의 전투기 공중전 대회인 '알파독파이트AlphaDogfight)'에서 인간 조종사는 5 대 0으로 AI 조종사에게 대패한 바 있다. 최근 해임된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은 당시 “가상 공중전에서 AI의 압승은 인간을 능가하는 진보된 알고리즘의 능력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이어 ”AI가 보여준 능력이 2024년 실제 전술항공기를 이용한 본격적인 실전 대결에서 어떻게 이어질지 시험하게 될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윌 로퍼 미 공군 조달·기술·병참 담당 차관보는 이번 비행을 미래의 미 군사 작전에 있어 큰 도약이라고 평가했다. 로퍼 박사는 중국과 같은 경쟁국을 상대로 전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AI의 잠재력을 충분히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알고리즘 전쟁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월 미 국방부는 전쟁 등 군사 분야에서 AI 기술을 사용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자 새로운 ‘윤리원칙(ethical principles)’을 공식 채택했다. 새로운 윤리원칙에 따르면 앞으로 AI 기반 시스템을 도입·배치‧사용할 시 적절한 수준의 판단과 주의‧관리가 요구된다. 아울러 자동화된 시스템을 통해 내려진 결정은 ‘추적가능’하고 ‘관리·통제 가능’해야 한다.
군비통제를 지지하는 이들은 AI가 전장에서 중대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개입하지 못하도록 더욱 엄격한 조치가 필요하다면서 AI 기술에 대한 더욱 강력한 규제를 요구하는 입장이다. 지난 2015년에 주요 AI‧로봇공학 연구원들은 공개서한을 통해 ”주요 군사 강국이 AI 무기 개발을 계속 강행한다면 사실상 글로벌 군비 경쟁은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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