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애플 자체생산 M1 프로세서의 성능을 직접 저격했다. 다양한 벤치마크 테스트에서 노트북용 인텔 11세대 코어 i7 프로세서가 애플 M1보다 높은 성능을 보였다는 것.
애플은 지난해 11월 Arm 기반 맥북용 프로세서 M1 SoC(시스템온칩)를 공개했다. 이전 맥북 모델까지 인텔 프로세서를 사용했던 애플은 최근 출시된 새로운 모델에는 M1을 탑재했다.
맥북은 충성 고객이 많은 제품이다. 맥을 쓰는 사람들은 웬만해서는 윈텔(마이크로 소프트 윈도우+인텔 프로세서) 제품으로 갈아타지 않기 때문이다. 인텔 입장에서는 고정적인 시장 하나가 사라진 셈.
지난 몇 달동안 인텔은 애플 M1에 대해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11세대 타이거레이크가 탑재된 노트북을 공개하며 높은 성능을 강조했지만 애플 제품과 비교를 하지는 않았다.
인텔의 반격은 약 세달 만에 시작됐다. 11세대 코어 i7과 M1을 직접 비교한 벤치마크 결과를 공유한 것.
업계 관계자들은 Arm 기반 애플 M1의 성능이 예상보다 높은 결과를 보여주면서, 많은 기업들이 자체 실리콘을 개발하기 시작하자 인텔이 위감을 느낀 것으로 보고 있다.
6일(현지시간) 해외 IT매체 PC월드와 톰스하드웨어(Tom's Hardware)는 인텔이 공유한 벤치마크를 공개했다. 대부분의 테스트 결과 i7이 M1보다 높은 성능을 보였다.
벤치마크에 따르면, 크롬 브라우징 테스트, 오피스 365 태스크, 어도비 크리에이티브 앱, AI 등에서 인텔은 애플을 앞섰다. 게임 부분에서도 인텔은 특정 게임이 맥북에서 구동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하드웨어타임스와 엔가젯 등의 매체는 인텔의 주장에 모순이 있다고 주장했다. 벤치마크 테스트 따라 사용되는 노트북 모델들이 계속 바뀌었기 때문이다.
엔가젯은 "예를 들어 배터리 수명 테스트를 위해 더 오래 지속되는 맥북 프로 대신 맥북 에어를 사용했다"며 "또한 인텔은 토파즈 랩스(Topaz Labs) AI 테스트와 같이 자사에 특히 유리한 일부 테스트를 선택했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이 자사 제품의 우수성을 반영하는 벤치마크를 공개하는 것은 놀라운 일은 아니다.
다만 업계 관계자들은 CPU 1위 기업인 인텔이 처음으로 노트북용 프로세서를 생산한 애플을 상대로 얼핏 편법으로 보일 수 있는 방법을 사용했다는 것을 지적했다. 애플을 비롯한 Arm 기반 프로세서에 대한 인텔의 위기 의식이 반영됐다는 해석이다.
최근 애플 외에도 아마존, 구글 등이 자사 데이터센터에 Arm 기반 자체개발 프로세서를 채택하고 있다.
◆x86과 RISC
Arm은 RISC 아키텍처를 베이스로 개발된 기술로 인텔과 AMD가 채택한 x86 아키텍처와는 다른 방식으로 설계된 프로세서다.
x86은 데스톱, 노트북, 서버 등에 사용되는 전통적인 아키텍처다. 인텔에서 개발한 8086에 적용된 명령어 세트와 이에 호환되는 프로세서와 후속작 AMD64을 포함한 말이다. 8086은 1978년 출시되어 40년 이상된 32비트 기반의 명령어 세트다. AMD64는 AMD가 1999년 개발한 64비트 확장판 아키텍처다.
인텔과 AMD가 개발한 기술인만큼 두 회사가 x86 CPU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RISC(reduced instruction set computer) 1970년대에 등장한 프로세서 기술이다. RISC는 명령어가 전부 1워드(word) 길이로 짧다. 고정된 길이의 명령어를 사용하고 명령어의 종류가 미리 정해져 있으므로 해석 속도가 빠르고 여러 개의 명령어를 처리하기에 적합하다.
시스템온칩(SoC) 기반의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와 데이터센터용 CPU에 주로 사용된다.
대표적인 RISC 기업으로 Arm이 있으며, IBM의 서버용 CPU도 RISC 기반이다. 최근에는 다양한 반도체 기업들이 최신 RISC V 기반으로 자체 프로세서를 개발하고 있다. 애플이 맥북에 탑재한 M1 SoC 역시 RISC 기반 프로세서다.
AI타임스 양대규 기자 yangdae@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