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현지시간) 팻 겔싱어(Pat Gelsinger)가 인텔 최고경영자(CEO)로 복귀했다. 인텔의 8번째 CEO로 2005년 이후 첫 번째 '개발자' 출신이다.
이날 인텔은 "팻 겔싱어가 인텔 역사상 8번째 최고 경영자가 됐다"며 "겔싱어는 40년 이상의 기술과 리더십 경험을 가진 뛰어난 CEO이자 업계 베테랑으로 인텔에서 시작해 경력을 쌓았고 30년을 근무했다"고 전했다.
인텔은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팻 겔싱어가 CEO로 본사에 첫 출근하는 사진과 함께 그의 약력을 정리한 인포그래픽 등을 올렸다.
인텔이 개발자 출신 CEO에 그만큼 목말라했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인텔의 지난 세 CEO는 모두 전문경영인 출신이었다. 기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글로벌 톱 기술 기업의 CEO로는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재 인텔을 위협하고 있는 라이벌 기술 기업들 다수가 개발자 출신 CEO를 통한 확고한 리더십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CPU 산업의 라이벌인 AMD는 MIT 공대 출신 리사 수(Lisa Su) 박사 체제로 인텔 PC 시장을 크게 위협했으며 ▲엔비디아가 AI 반도체로 반도체 시장의 공룡으로 떠오른 것에는 스탠포드 공대 출신 젠슨 황(Jensen Huang) 설립자 겸 CEO의 리더십이 있었다는 평이다.
하지만 인텔은 2005년부터 비개발자 출신의 CEO는 3회 연속 선임했다. 처음에는 기업 체질 개선에 도움이 되는 듯했지만, 15년 동안 인텔은 라이벌 회사에 글로벌 기술 리더십을 조금씩 뺏기고 있었다.
특히 브라이언 크르자니크(Brian Krzanich) CEO가 취임한 2013년부터 인텔 미래가 조금씩 불투명해지고 있었다. 그는 원가 절감을 이유로 인텔 핵심 기술 인력을 대거 내쫓았다. 2016년에만 인텔 임직원의 10%인 1만 2000명을 해고했다.
그의 경영전략은 회사 안팎에서 비판을 받았다. 이후 크르자니크가 직원과의 불륜으로 사임한 2018년 밥 스완(Robert Swan) CEO가 취임했다. 세 번째 비개발자 출신 CEO인 밥 스완은 크르자니크 시기의 비정상적인 상황을 되돌리기 위해 노력했지만 인텔의 근본적인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는 못했다.
결국 지난달 13일(현지시간) 인텔 이사회는 새로운 CEO로 팻 겔싱어를 선임하기로 했다.
2월 15일부터 본격적으로 CEO를 맡은 팻 겔싱어는 개발자로서의 정체성을 분명히 했다. 비개발자 출신 CEO들과의 선을 확실히 그은 셈.
그는 “신임 CEO로서 기술 발전의 모든 측면에 중요한 역할을 해 온 회사의 위대한 아이콘을 되찾아 다시 미래의 리더로 만들 기회를 가지게 되어 정말 감격적"이라며 "인텔은 기술자와 기술의 보고를 보유하고 있고, 인텔의 핵심 DNA는 궁극적으로 미래를 위한 기술 리더가 되는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나 또한 기술자이자, 마음 속 깊이 긱(geek)으로서 이 위대한 회사의 열정, 역사, 기회를 발전시킬 수 있도록 리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격스럽다"고 취임 소감을 밝혔다.
팻 겔싱어 CEO는 인텔에서 30년간 근무했으며, 인텔 첫 최고기술책임자(CTO)로 USB, 와이파이(Wi-Fi)와 같은 주요 산업 기술 개발을 주도했다. 오리지널 80486 프로세서 아키텍트로서 14개 서로 다른 마이크로프로세서 개발을 이끄는 한편, 코어(Core)와 제온(Xeon) 제품 개발에도 중추적 역할을 맡았다.
인텔 퇴사 후 EMC에서 EMC 정보 인프라 제품 부문 사장 겸 COO를 맡았으며, 2012년부터 VM웨어 CEO로 재직했다.
AI타임스 양대규 기자 yangdae@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