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공급부족(shortage) 현상이 차량용 반도체에서 최근에는 5G 모뎀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까지 확대되고 있다. 인공지능(AI) 연산의 핵심인 GPU도 올 한해 공급부족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는 얼마 전 데이터 센터를 증축하겠다고 밝히며 D램(DRAM)과 낸드플래시(NAND Flash)와 같은 메모리 반도체 수요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Untact, 비대면을 일컫는 신조어)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공급이 못 따라고 있는 것.
언택트 시장의 성장은 관련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인력 수급의 문제로도 확장됐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IT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금융, 제조, 유통 등 다양한 분야에서 디지털 전환이 이제는 필수가 되면서 폭발적인 수요의 증가를 공급이 못따라가는 상황.
일부 전문가들은 국가에서 개발자 인력 양성을 제대로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정책이 입시 위주의 주입식 교육의 한계를 넘지는 못했다는 것.
다만 지금의 심각한 개발자 인력난의 탓을 정부 정책으로만 돌리기에는 약간 무리가 있다. 개발자 인력에 대한 수요가 일반적인 예측을 넘었으며, 이런 현상이 국내에만 국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도 지난해부터 '개발자 공급부족(developer shortage)'에 대한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DAXX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 세계 약 4000만 명의 숙련된 기술 노동자가 부족하며, 2030년까지 그 수는 8520만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이로 인해 기업들은 8조 4000억달러(약 9589조원)의 손해를 볼 전망이다.
아울러 전 세계 87%의 조직이 이미 인재난을 겪고 있거나 몇 년 안에 겪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새로운 IT 기술이 급속도로 대중들에게 보급됐지만, 전 세계가 갑작스러운 성장을 예측 못하고 대비하지 못했기 때문에 반도체와 개발인력 부족현상이 심해졌다. 실제 2020년 초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낮은 성장 또는 역성장을 전망했다.
그러면 언택트발 반도체와 인력 공급부족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메모리 반도체의 과거 사례를 보면, 시장은 4~6년의 주기를 가지며 순환한다. ▲수요회복 ▲공급업체의 투자 확대 ▲공장 가동률 증가 ▲경쟁 격화 ▲수요둔화 ▲가동률 감소 ▲경쟁완화에서 다시 ▲수요회복의 사이클.
이 순환주기에서 수요가 늘어나며 공급부족이 심해지는 시기(수요회복)를 '반도체 빅사이클'이라고 말한다. 최근에는 2017~2018년이 빅사이클을 보였으며 역대급 호황의 시기를 겪었다.
그리고 2019년 메모리 반도체는 공급 과잉의 시기를 맞이했다. 다수의 언론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때렸다. 메모리 편향이 심하다고.
지금 실적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때리는 언론은 없다. 실적을 칭찬하기 바쁘다. 불과 2년이다.
이번 언택트 쇼티지는 사례로 든 메모리 반도체뿐만 아니라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 개발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나타났다.
당장 해결이 어려운 인력을 제외하고, 기업들은 현재 공급 시설을 확충하며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미국 텍사스 한파 ▲가뭄으로 인한 대만 반도체 생산 차질 ▲지진으로 인한 일본 반도체 공장 가동 중단 등의 사건도 길게 이어질 이슈는 아니다.
결국 올 한해 반도체 공급부족을 당장 해결하기는 어렵지만, 1~2년 뒤에는 오히려 반도체 공급과잉이 새로운 문제로 떠오를 수도 있다. 일희일비할 게 아니다.
다만 '개발자 인력'은 단기간 육성이 어려워 여전히 공급부족에 허덕일 것이다.
AI타임스 양대규 기자 yangdae@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