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의료 AI가 본격 활약할 기술로 정밀의료를 꼽는 이유는 결국 데이터에 있다. 정밀의료는 한 사람의 건강에 대해 각기 다른 관점을 지닌 데이터를 한데 모아 AI로 분석, 개인의 건강을 진단·예측하는 기술이다.

진료기록부터 유전정보, 생활습관, 환경정보까지 한 사람의 건강과 관련된 정보는 모두 활용한다. 병원 내 진료기록에 국한된 기존 의료데이터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꿀 것으로 전망된다.

각각의 데이터는 수집하는 방식이 다른 만큼 새로운 분석·관리법을 사용해야 한다. 웨어러블 기기로 측정하는 걸음수와 임상시험 내 당뇨병 환자의 약물 반응 데이터를 같은 방법으로 다룰 수는 없는 것. 각 데이터를 다루는 방법에 대한 제도가 필요한 이유다.

특히 보안문제를 해결할 대책이 마련되지 않을 시 정밀의료 기술 실현은 더욱 늦춰질 예정이다. 현재 진료기록에 대해서도 개인정보 유출 우려로 사회적인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개인에 대한 다양한 건강 정보가 많이 유통될수록 재식별화 위험도 커진다.

AI타임스는 과기정통부 기술영향평가 보고서 ‘정밀의료 기술의 미래’를 분석해 의료 AI역량을 최대로 발휘할 정밀의료를 전격 해부한다. 1편에서는 정밀의료 기술과 관련 정책 현황을 소개했다. 이번 편에서는 기술 현실화에 필요한 개선점을 살펴본다.


◆건강 데이터 수집에서부터 난항...사회적 합의·유인책 필요

정밀의료 기술 실현에 필수적인 다양한 건강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서는 우선 정보에 소유권이 있는 주체의 동의가 필요하다. 병원과 개인이 데이터를 공유해야 이를 통합하고 AI 분석에 활용할 수 있다.

데이터 3법 시행 이후에도 의료데이터 활용에 제약이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달 정부가 시작한 ‘마이 헬스웨이’ 플랫폼 구축 사업도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정부는 정밀의료 실현에 필요한 건강 데이터 통합 플랫폼 ‘마이 헬스웨이’를 2022년 구축 완료하겠다고 선포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질병관리청 등 공공건강데이터에서 시작해 병원의료데이터, 라이프로그, 유전정보 등 개인건강데이터로 수집 대상을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반면 이와 같은 대규모 데이터 수집이 가까운 미래에 실현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현재 국내 대부분의 진료기록은 주요 대형병원에 쏠려있다. 의료데이터는 각 병원들의 주요 자산 중 하나다.

유인책을 만들어 병원 참여를 이끌어내더라도 진정한 정보 주체인 국민 개개인에 동의를 얻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아직 연구를 위한 의료데이터 활용에 대해서도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만큼 갈 길이 멀다.

◆개인에 맞춘 데이터 관리법 필요...데이터 성격에 따라 규제도 달라야

단순히 의료 서비스를 소비하는 위치에 있던 개인이 데이터를 직접 관리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스템이 필요하다. 주요 의료기관이 보관 중인 진료기록에 개인이 쉽게 접근하기 위해서는 복지부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개인은 의료정보, 유전정보, 생체데이터 활용으로 발생한 이익을 나눠받을 권리가 있다. 의료데이터 발급에 대한 과금 체계도 구축해야 한다.

각기 다른 정보 특성을 반영해 정보 활용 절차를 명료화하고 관련 규제를 마련할 필요도 있다. 모든 정보는 민감한 정도, 접근 주체, 활용 목적에서 차이를 보인다.

예를 들어 유전정보를 이용해 의료적 처방을 할 경우 분석 주체를 어떻게 선정할지, 자료를 제공받은 주체는 누구인지, 정보 신빙성은 어느 정도인지, 어떻게 의료적 의사결정을 내릴 것인지 정확하게 계획해야 한다. 결국 행위 주체 적합도, 도구 신뢰도, 개인정보 보호절차 등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의료데이터, 허용 대상이 아닌 불허 대상을 선택해야

현재 연구를 위한 의료데이터 수집에서는 조건에 맞는 일부 정보만 허용하는 포지티브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반면 전문가들은 정밀의료 데이터 효용성 확보를 위해서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각 의료기관 내 윤리위원회에서는 연구용 의료정보 수집 시 대상 정보 범위를 최소화·익명화할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이와 같이 제한된 정보로는 정밀의료 연구 시 꼭 필요한 장기간 추적 관찰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정밀의료 사업을 진행 중인 다른 국가에서도 의료데이터 수집에 아직 포지티브 방식을 사용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방식 전환이 필요함을 인지하면서 최근 법적 기반을 확보하기 시작했다.

미국에서는 정밀의료 코호트를 추진하면서 포괄적 동의 법제화를 진행 중이다. 포괄적 동의란 특정 대상이 일정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사용하는 것을 사전에 허용하는 방법이다. 개인정보처리 사유가 발생할 때마다 동의하는 기존 방식과 대비된다. 유럽에서는 의료정보에 대한 포괄적 동의가 연구 활성화, 환자 사망률 등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있다.

각국의 정밀의료 관련 정보 동의 규정(표=정밀의료 기술의 미래)
각국의 정밀의료 관련 정보 동의 규정(표=정밀의료 기술의 미래)

정밀의료 시대 의료데이터는 연구 이외 산업 목적으로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기술영향평가 보고서에서 전문가들은 정밀의료 기술 실현을 위한 주요 과제 중 하나로 데이터의 산업적 활용 허용을 꼽았다.

보고서에서는 “지금까지 대규모 국가과제를 통해 수집한 데이터는 연구자들 외 활용이 어려웠다. 국가사업으로 얻은 코호트 정보를 산업적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논의해야 한다. 개인이 자신의 데이터를 기업과 거래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상대적으로 덜 민감한 정보라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밀의료 데이터 활용에 국민 동의 얻으려면...보안이 답

의료데이터 활용에 국민들이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개인정보 유출 우려다. 즉, 사회적 합의를 이뤄 정밀의료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서는 보안이 핵심이라는 의미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의료정보 보안 수준은 매우 낮다. 중앙대의료보안연구소 국내 병원 약 300곳을 조사한 결과, 23.3%가 보안시스템으로 PC백신만 설치한 상태였다. 네트워크 보안시스템 구축 비율도 17.3%에 그쳤다.

대규모로, 광범위하게, 지속적으로 수집한 건강데이터를 사용하는 정밀의료 시대에는 훨씬 높은 수준의 보안 체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비식별처리와 같은 조치를 취하더라도 서로 다른 성격의 정보가 연결돼 재식별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데이터 다양성만큼 표준화 작업량 증가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를 활용하는 만큼 표준화 작업 필요성도 커질 예정이다. 표준화 문제는 현재 병원 내 진료기록만 활용하는 상황에서도 자주 대두되는 주제다. 의료기관별로 데이터 형식이 다르고, 각 데이터별 질에서도 차이가 난다.

표준화된 규격이 없으면 대기업 투자를 받기도 힘들다. 현재 의료AI 개발에 있어서도 소규모 IT기업이 주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고서에서는 “소규모 기업에서는 기술력 축적, 프로그램 업데이트가 이뤄지기 힘들다. 의사와 개발자 사이 소통에서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결국 정밀의료 기술개발에 대한 정보를 국가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정보 표준화 작업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AI타임스 박성은 기자 sage@aitimes.com

[정밀의료의 미래] ①의료 AI의 꽃 정밀의료, 어디까지 왔나

한국형 AI의사 닥터앤서, 대장 내시경 검사에 본격 도입

가천의대 김광기 교수, '바로 쓸 수 있는 의료 AI' 만들어 기술 이전에 앞장

관련기사
저작권자 © AI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