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공장 전경.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공장 전경. (사진=삼성전자)

유럽연합(EU)이 반도체 생산 설비 확대에 나서면서 삼성전자가 유럽에 공장을 세울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2030년까지 180조원을 투입해 전 세계 반도체 생산량의 20%를 담당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약 10% 수준인 지금보다 두 배 높은 수치다.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자동차, 가전 등 유럽 기업의 피해가 커지자 생산 설비를 확보해 자체 생산 비중을 높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유럽이 대만 TSMC나 삼성전자 등 파운드리 업체 공장을 유치해 생산 규모를 늘릴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이 목표로 하는 반도체가 5나노(nm) 이하 시스템반도체이고 이를 생산할 수 있는 업체는 현재 TSMC와 삼성전자밖에 없어서다. 이미 유럽연합이 TSMC, 삼성전자와 접촉하고 있다는 소식도 외신을 통해 전해지고 있다. 티에리 브르통(Thierry Breton) EU 집행위원은 이날 "사물인터넷(IoT)·클라우드 등에 점점 더많은 반도체가 필요해지고 있다"면서 "5나노 이하 첨단 반도체 생산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TSMC와 삼성전자가 EU의 요청을 수락할지는 미지수다. TSMC는 이미 미국 애리조나주에 120억달러(약 13조 6000억원)를 투자해 공장을 증설 중이다. 위험부담을 안고 유럽에 대규모 투자할 가능성이 적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공장 증설을 고려하고 있다. 텍사스주 정부와 공장 설립에 대한 세제 혜택 등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은 만큼, 오스틴 대신 유럽에 공장을 건설할 가능성도 업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 오스틴 공장이 한파로 일주일이상 멈춰선 점도 이 가능성에 무게를 더한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은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시스템반도체 시장을 갖추고 있다"면서 "미국과 중국보다 세트 고객사가 적은 것은 흠이지만, 삼성전자가 만족할 만한 혜택을 제공할 경우 유럽 공장 건설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아직 미국 오스틴 공장 증설은 결정된 바 없다"면서 "반도체 투자를 위해 복수의 후보지를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럽의 반도체 생산시설 증대는 아시아 국가로부터의 의존도를 줄이고 자체 생산율을 높이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유럽은 최근 반도체 부족으로 큰 피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폴크스바겐은 반도체 부족으로 올해 1분기 자동차 10만대를 생산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아우디는 같은 기간 1만 명 이상이 휴직한 상태다.

유럽은 2000년까지만 해도 전 세계 반도체 생산량의 24%를 차지할 만큼 반도체 생산 허브로 불렸다. 하지만 한국과 중국, 대만에 생산시설이 넘어가면서 지금은 상당량의 반도체를 아시아에 의존하고 있다. 자체 생산율은 8.5%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AI타임스 김동원 기자 goodtuna@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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