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반면 국내 시장은 다소 정체기에 접어든 모습이다.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투자 성적이 저조한 이유로 전문가들은 원격의료 금지를 꼽았다.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수입도 아직 하드웨어 기업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아산나눔재단은 최근 '디지털 헬스케어 스케일업 추적 연구' 보고서를 공개했다. 다양한 기관 보고서와 전문가 의견을 참고해 국내외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정책 현황을 조사했다.
한국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은 2020년대에 들어와 정체기를 맞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저조한 성적 이유에 대해 보고서는 "원격의료를 금지하는 한국 제도의 특수성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세계 시장에서는 맞춤형 진료, 원격 모니터링 회사가 주목받고 있으나, 한국에서는 원격의료가 원천적으로 금지되면서 매력적인 기업이 상대적으로 적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 대한 투자가 급증한 배경에는 코로나19와 원격의료가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비대면 의료가 절실해지면서 최첨단 기술 영역에만 머물렀던 원격의료가 실생활에 들어온 것이다. 급박한 상황에서 직접 사용해보면서 새로운 기술에 대한 낯선 감정이 완화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보고서에서는 "새로운 기술이 대중에게 확산되려면 시간뿐만 아니라 특별한 계기가 필요하다. 코로나19가 이러한 역할을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체인지 헬스케어 조사에서는 설문 참여자 80%가 코로나19로 인해 원격의료가 의료시스템에 있어 필수 요소가 됐다고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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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투자액은 2020년 상반기에만 54억달러(한화 약 6조1398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이며 2017년 연간 총 투자액과 비슷한 수준에 이른다.
원격의료 기업인 미국 텔라닥은 코로나19 이후 수요 폭증으로 작년 상반기 매출 약 1억달러(한화 약 1137억원), 이용자수 7300만명을 달성했다. 투자액은 전년 대비 147% 증가했으며, 이용자는 6개월 만에 1700만명을 새로 확보했다.
맥킨지 2020년 디지털 헬스 보고서에서는 "코로나19 유행 이전 미국 원격 의료 기업들의 매출은 30억 달러 수준에 불과했으나, 전염병 상황 이후 미국 전체 의료 수요 20%를 대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격의료 미정착에 매출도 부진...하드웨어사가 여전히 산업 리드
디지털헬스케어 전문가 최윤섭 DHP 대표는 "2020년은 디지털 헬스케어 역사에 있어 매우 중요한 해로 기록될 것이 확실하다. 이제 중요한 질문은 '이러한 변화 중에 팬데믹 이후에도 지속될 것은 무엇인가?', '새로운 균형 상태는 무엇일까'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원격의료와 같은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지 못하면서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은 여전히 하드웨어 제품 매출에 상당부분 의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매출 3분의 2는 완제품이나 부품을 제조하는 하드웨어 기업에서 발생하고 있다.
보고서는 "연 매출 100억원 이상인 기업은 모두 하드웨어 의료기기업체다.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신생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들은 주로 매출 10억 미만 기업 그룹에 분포하고 있다. 많은 투자를 받는 것에 비해 아직 주류로 편입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AI타임스 박성은 기자 sage@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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