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심각하다고 전해지면서 저전력반도체 개발과 재생에너지를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 : 셔터스톡)
AI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심각하다고 전해지면서 저전력반도체 개발과 재생에너지를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 : 셔터스톡)

인공지능(AI)이 지구를 오염시킨다는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 AI를 이용할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이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딥러닝 기술 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자동차 5대가 평생 배출하는 양과 같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세계적인 반도체 장비 회사인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의 게리 디커슨(Gary Dickerson)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월 열린 세미콘코리아 기조연설에서 "AI 기술 발전이 지구에 재앙이 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 딥러닝에 배출되는 탄소량, 미국까지 290번 왕복하는 양과 비슷

게리 디커슨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CEO에 따르면, AI 데이터센터를 현재 기술로 구축하면 2025년까지 전 세계 전력의 15%를 데이터센터가 소비하게 된다. AI가 많은 전력을 소비하면서 발생시키는 이산화탄소양도 늘어 환경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의견이다. 문제는 앞으로 AI가 사용하는 데이터양이 계속 증가한다는 것이다. 게리 디커슨 CEO는 2030년 이후에는 AI가 생산하는 데이터양이 인간이 생산하는 양보다 많아진다고 분석했다. 세계 전체 데이터양의 90%가 AI에서 비롯된다는 게 그의 예상이다.

AI가 이산화탄소 배출의 주범이 되고 있다는 이미 여러 번 공론화된 바 있다. 엠마 스트루벨(Emma Strubell) 미국 매사추세츠대 연구진은 2019년 6월 발표한 논문에서 자연어 처리 모델을 학습시키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가 약 284톤이라고 밝혔다. 딥러닝으로 신경망 구조 탐색(NIS)을 학습시킬 때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이 인천에서 미국 뉴욕까지 비행기로 290번 왕복했을 때 발생하는 양과 같다. 

버지니아 디그넘(Virginia Dignum) 스웨덴 우메아대 교수는 'AI의 환경 발자국' 논문을 통해 AI를 이용할수록 더 많은 탄소가 배출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음성 인식 앱이나 넷플릭스에서 시청할 콘텐츠를 알려주는 알고리즘조차 탄소 배출의 주범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린피스는 1년에 온라인 데이터를 전송하는 데이터센터 에너지 사용량은 한국이 1년 동안 사용하는 전기 사용량의 4배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30분 동안 비디오 영상을 시청하면 1.6kg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 저전력 반도체 개발과 재생에너지 사용 노력 필요

AI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반도체 업계에서는 전력 소모를 줄이고 대체 에너지를 사용하는 등의 방안을 지속 연구하고 있다. AI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은 반도체와 연관이 깊다. 학습 과정에서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반도체를 이용해서다. 구글이 검색 등 대화형 AI에 활용하는 자연어 처리 모델인 '버트(BERT)' 학습 과정에 GPU를 이용할 경우 625kg의 탄소가 배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을 횡단할 때 배출되는 양과 맞먹는다.

SK하이닉스는 탄소 절감, 환경문제에 기여하는 저전력 반도체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메모리반도체는 전력 소모를 줄이는 방향으로 진화해왔다. SK하이닉스가 개발한 D램 모델인 DDR5는 DDR2보다 43% 전력 소모를 줄일 수 있다.

낸드플래시가 탑재된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의 경우 하드디스크 드라이브(HDD) 대비 64%까지 전력 소모를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데이터센터에서 HDD에서 SDD로 전환하고 DDR4 메모리를 DDR5 메모리로 전환하면 약 4테라와트시(TWh)의 전력소모량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이는 국내 모든 가정이 한 달간 사용할 수 있는 정도의 전력량이다.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는 반도체 제조 단계에서 탄소 배출 감소를 실현하고 있다. 회사는 탄소 배출 감소를 위해 2030년까지 사용하는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대체한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이때까지 웨이퍼당 기준 등가 에너지 소비와 화학물질 소비를 30% 줄이기로 했다.

또 지속가능한 공급망을 위한 새로운 10개년 로드맵인 'SuCCESS 2030' 프로그램도 시작했다. 이 프로그램은 공급망 전반에서 재료·부품 선택, 조달, 포장, 창고관리, 운송, 재활용을 최적화해 에너지와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AI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저전력 반도체 개발이 필수"라며 "재생에너지로의 에너지 전환 등 탄소 배출 감소를 위한 다양한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AI타임스 김동원 기자 goodtuna@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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