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감정인식 기술 시장이 매년 확대되는 가운데 이에 경종을 울리는 온라인 게임이 개발됐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진이 이모지파이(Emojify) 프로젝트라는 이름의 웹페이지를 제작한 것. 사이트를 개설한 궁극적 이유는 감정인식 기술이 갖고 있는 기본적인 결함과 한계점을 지적하기 위함이다.

감정인식 기술은 사람의 얼굴과 목소리를 인식하는 안면·음성인식 다음 단계라고 불리기도 한다. 말 그대로 기분에 따라 변하는 표정을 감지해 수시로 정확히 읽어내는 기술을 뜻한다.

현재 감정인식 기술 시장 규모는 오는 2026년까지 연평균 복합성장률(CAGR)을 11.3% 기록하며 371억달러(약 41조4400억원)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지난해 성장규모는 평균 195억달러(약 21조7800억원)였던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에서도 지속적으로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예로 KA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가 있다. 카이스트는 지난 3월 미디어테크 업체와 협력해 사람의 감정을 읽고, 기분에 맞춰 여행지를 추천하는 AI 서비스 기술을 개발했다. 여행상품 제안 외에도 유튜브 영상이나 음악을 추천해 줄 수도 있다.

완성되기까지 막바지 단계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 기술은 한국인 얼굴이 담긴 총 50만장의 사진을 기반으로 만들었다. 카이스트 연구팀은 사진자료 속 표정을 기쁨·불안·분노·당황·상처·슬픔·중립 등 총 7가지로 나눠 분류하고 수치로 매겼다.

이미지 처리 과정에서 쓰이는 합성곱신경망(CNN)을 활용해 정확하게 가중치를 설정하는 것이 주요 관건이었다. 온라인 시연행사 자리에서 연구팀은 “향후 이 기술이 광고·미디어 업계에서 자료조사 시 유용하게 쓰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케임브리지대 연구진은 지난 2월부터 이모지파이 프로젝트 웹사이트를 개설해 감정인식 기술의 문제점을 꼬집고 나섰다. 연구진은 ‘페이크 스마일 게임(Fake Smile Game)’과 윙크인지, 눈을 깜빡이는 것인지를 맞추는 ‘윙크·깜빡임 게임(Wink/Blink Game’ 등 2가지 메뉴를 만들었다.

먼저 페이크 스마일 게임 메뉴를 클릭하면 웹캠이 켜지며 자신의 얼굴이 보인다. 파란색 사각형 프레임이 내 얼굴을 따라다니며 표정을 읽으려고 한다. 입은 웃는데 눈은 그렇지 않은 이른바 ‘썩소’를 지어도 ‘행복’하다고 내 기분을 잘못 판단한다.

윙크·깜빡이 게임은 사용자가 웹캠을 보면서 윙크를 했다가, 눈을 끔뻑거리기만 하면 되는 게임이다. 일반적으로 윙크와 깜빡임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이 게임에서 감정인식 기술은 두 동작을 명확하게 짚어내지 못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연구팀을 이끈 알렉사 하거티 박사는 4일(현지시간) 가이언지와의 인터뷰에서 “입꼬리가 위를 향해 있으면 행복하거나 즐겁다는 감정이라고만 판단하는 것이 현재까지 감정인식 기술”이라며 “인간의 얼굴에서 나오는 세밀한 감정을 읽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시시각각 변하는 미세한 표정변화를 AI가 정확히 잡아내는 것은 고도의 기술화 단계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하거티 박사는 그러나 “수많은 글로벌 IT 기업들이 그와 같은 연구에 앞서 기술 상용화에 집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알렉사 하거티 박사가 설명하는 감정인식 AI의 문제점을 다룬 영상. (출처=Emojify Project).

이모지파이 프로젝트 내 업로드한 설명영상에서 하거티 박사는 충분한 연구가 이뤄지지 않은 시점에서 감정인식 기술이 보편화 된다면 또다른 인종차별과 편향문제가 일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기술에 의존하기보다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둬야 하는 것들이 있는데 감정인식 기술이 그 중 하나”라고 역설했다.

연구진은 이모지파이 웹사이트가 널리 알려져 감정인식 기술의 대한 전반적인 논의가 시작되길 바라고 있다. 하거티 박사는 “기술 현황을 대중에게 정확히 알리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법을 공개적으로 토론하는 장이 열리길 기대한다”고 말하며 “과학 기술이 얼마만큼 사회적으로 영향을 미치는지 대중이 알 수 있는 투명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AI타임스 박혜섭 기자 phs@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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