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사람 생명을 살리고 있다. 사람이 위험한 상황에 놓였을 때 응급상황을 소방서나 경찰서에 신고한다. 신고 접수를 받는 역할도 한다. 신고자의 음성을 텍스트로 변환하고, 필요한 조치사항을 접수자에게 알려준다. 신고자와 AI가 직접 통화하기도 한다. 그야말로 AI 구조대가 등장한 셈이다.
◆ "구해줘" 한마디에...생명 살리는 AI 스피커
"살려달라고 말하자 119에 알아서 신고해줬다. 요놈이 자식 열 명보다 낫다." 강원도 춘천에 사는 한 독거노인의 말이다.
그는 올해 2월 갑작스러운 가슴 통증으로 자리에 주저앉았다. 돌봐줄 사람이 없어 난감하던 그는 AI 스피커가 119에 신고를 해준다는 안내 직원의 말을 떠올렸다. 그는 AI 스피커를 부르고 "살려달라"고 외쳤고, 인공지능은 이 내용을 즉시 보안업체 알려 119 구급대를 호출했다.
AI 스피커를 활용한 사회취약계층 돌봄 서비스 사업은 통신 3사를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는 독거노인, 아이, 장애인 등 취약계층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출시하며 이들의 안전을 지키고 있다.
SK텔레콤이 지난해 출간한 '행복커뮤니티-독거노인과 AI의 행복한 동행 365일'에 따르면, 작년 7월 말 기준 '긴급 SOS' 기능으로 33명의 독거노인을 위험 상황에서 구조했다. 접수된 신고 내역만 총 519건이었다.
SKT 담당자는 "인구 고령화로 독거노인이 증가하는 지금, AI 스피커는 이들의 말벗이 되어주고 위급 상황 시 구조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최근 젊은 층도 혼자 사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고, 맞벌이로 아이가 집에 혼자 있는 경우도 많아 AI 스피커의 역할이 더 중요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9년 열린 '데뷰(DEVIEW)' 행사에서 "인공지능 스피커로 어르신이 목숨을 구하는 사례가 여러 건"이라며 "국가에서 독거노인 지원 서비스로 지급한 인공지능 스피커가 하는 역할"이라고 소개한 바 있다.
◆ 119 신고 접수, 이제 AI와 함께한다
AI는 응급상황을 신고해주는 영역을 넘어서 신고를 접수하는 역할까지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8일 '119 신고 빅데이터 기반 지능형 재난 상황인지·대응지원 시스템'을 개발하고 대전소방본부 가수원안전센터 예비상황실에서 실증할 예정이라고 8일 밝혔다.
이 기술은 신고자의 음성을 텍스트로 변환해 신고 접수자에게 보여줘 접수자가 상황을 더 빨리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상황실에 신고가 접수되면 통화 내용이 119 신고 접수자의 컴퓨터에 변환돼 보여준다. 또 접수자에게 상황별 적절한 질문을 제공하고, 통화 내용에 따라 재난 발생 위치 정보와 긴급구조표준 재난분류체계에 따른 상황을 자동 분류해준다.
소방청은 이번 기술로 신속한 신고 접수 처리에 따른 골든타임 확보와 긴급신고접수 처리 시간 단축에 따른 피해 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ETRI가 이번 기술 내용에 대해 119 신고 접수 업무 관계자 50명에게 사전 만족도 조사를 진행한 결과,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긍정 응답이 85%로 높게 나타난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ETRI는 실증기관인 대전소방본부로부터 개인정보 가명처리 및 관리 계획 기준에 따라 119 신고접수 음성 데이터 13만 건, 관제이력 데이터 1만 6천 건에 달하는 데이터를 받아 전처리와 데이터 분석을 진행한 상태다.
ETRI 연구진은 현재 80% 수준인 음성인식·재난 상황분류 정확도를 추가 연구를 통해 9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정의석 ETRI 공공안전지능화연구실장은 "대국민 생명과 안전, 보호를 위한 전화, 챗봇 응대 업무 등에 본 기술을 적용해 공공안전 서비스 국민 체감 만족도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 AI가 사람 대신 신고 받는 기술도 개발
ETRI는 3월 열린 AI엑스포에서 AI를 기반으로 민원 전화를 분석해 자동으로 응대하는 기술인 '대화형 치안 지식 서비스 폴봇(Police chatBot) 기술'도 선보인 바 있다. 이 기술은 전화로 민원이 들어오면 음성을 인식해 대화 의도를 파악, 정확한 답변을 구현해준다. 답변은 발화자 음성으로 합성해 기계가 아닌 사람과 상담하는 듯한 느낌도 제공한다.
ETRI는 이 기술의 경우 민원신고가 접수됐을 때 정확한 인식으로 시간을 아낄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한다. 흔히 치안 민원신고는 다급한 경우가 많아 사람이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훈련받은 AI가 정확하게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다는 것.
해당 기술은 신고 내용뿐만 아니라 단순 민원업무나 대화형 지역관광 안내, 실버 세대 말동무 대화 서비스로도 활용할 수 있다. ETRI 관계자는 "폴봇은 양방향 대화가 가능한 AI 솔루션"이라며 "대화 업무가 많거나 반복되는 경우 등에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AI타임스 김동원 기자 goodtuna@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