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본=셔터스톡)
(원본=셔터스톡)

일반적인 부품이나 완성품 제조 공정에서 인공지능(AI)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연구하고 있으며 많은 성과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소재 분야에서 AI 도입은 큰 진척을 못 보이고 있다.

부품과 달리 소재 개발은 재료의 배합에서부터 장비, 제조 공정에 따라 그 결과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AI타임스는 소재 개발을 위한 AI 도입 정부사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경남 진주시 소재 한국세라믹기술원(원장 유광수)을 방문했다.

세라믹기술원 현상일 수석연구원(왼쪽)과 정찬엽 가상공학센터장 (사진=양대규 기자)
세라믹기술원 현상일 수석연구원(왼쪽)과 정찬엽 가상공학센터장 (사진=양대규 기자)

이 기사는 [제조AI2021] 소재개발AI ① '고품질 데이터' 확보에 정부 시동건다에서 이어집니다.

지난달 산업통상자원부(장관 성윤모)는 디지털 소재혁신 강화를 위해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하고 소재개발 AI 예측 모델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소재개발 AI 예측 모델 개발을 위한 10만 건의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8개 핵심소재 프로젝트를 선정했다. 광범위한 분야를 모두 대상으로 하기보다는 핵심소재 데이터를 중점적으로 모으겠다는 것.

8개 핵심소재 프로젝트는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미래 경쟁력을 선점할 수소경제, 탄소중립, 미래 모빌리티 등 3대 분야에서 선정했다.

▲수소경제는 그린수소 생산용 촉매와 차세대 연료전지 전극소재 ▲탄소중립은 올레핀 생산용 촉매와 생분해성 플라스틱, 가스터빈 부품용 합금소재 ▲미래모빌리티는 미래모빌리티용 경량복합재, 친환경 내장재, 미래차용 전자소재가 각각 4대 소재기관을 중심으로 한 컨소시엄에서 세부 프로젝트로 수행된다.

4대 소재기관은 세라믹기술원(세라믹), 한국화학연구원(화학), 한국재료연구원(금속), 다이텍연구원(섬유)이 포함된다.

소재개발 AI에 대해 설명하는 현상일 연구원 (사진=양대규 기자)
소재개발 AI에 대해 설명하는 현상일 연구원 (사진=양대규 기자)

현상일 세라믹기술원 수석연구원은 "소재 개발이라고 말하면 세상에 없던 완전 새로운 소재를 개발하겠다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는데, 그것은 아니다"며 "특정 제품을 위한 용도에 맞는 특성을 지닌 소재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조성, 가공, 공정 등의 특성을 데이터화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용도가 달라지면 소재에 원하는 특성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같은 소재라도 어떤 비율로 섞고, 분말은 어떻게 가공하고, 어떤 공정을 통해 만들어졌는지에 따라 다르다.

현상일 연구원은 "특성에 따른 소재개발 연구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 중소기업들이 시도하기에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며 "이번 시범프로젝트를 통해 미리 AI 데이터를 확보하면 중소기업들이 다음에 관련된 소재를 개발할 때 최대한 비슷한 수준까지 쉽게 도달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고 소재개발 AI 사업의 목적에 대해 설명했다.

8개 핵심소재 프로젝트는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이 전담하는 가상공학플랫폼사업에서 수행되고 있으며, 앞서 말한 국내 4대 소재기관이 참여했다. 세라믹기술원이 맡은 분야는 '차세대 연료전지 전극소재'와 '미래차용 전자소재'다.

차세대 연료전지 전극소재는 양방향 고체 산화물 연료전지(SOFC, Solid Oxide Fuel Cell)에 사용되는 세라믹 전극 소재다.

SOFC는 수소와 메탄 등의 연료와 산소를 결합해 전력을 생산한다. 양방향 SOFC는 전기 생산(순방향)과 수소 생산(역방향)이 가능하나, 기존 금속·세라믹 혼합 전극은 탄소침착으로 수명과 성능이 저하된다.

이에 세라믹기술원은 금속·세라믹 혼합 전극을 대체할 수 있는 고전류밀도·고안전성의 페로브스카이트계 완전 세라믹 전극 소재를 개발하겠다는 계획이다.

미래차용 전자소재는 바로 '커패시터'다. 커패시터는 일시적으로 전기를 축적하는 부품이다. 이를 통해 전력의 차단과 공급 또는 직류를 교류로 전환하는 역할을 한다. 

대표적인 커패시터로 전자산업의 쌀로 불리는 적층세라믹콘덴서(MLCC)가 있다. MLCC는 적층하기 쉽다는 특징으로 소형화가 가능하며 내열성이 좋다. 이런 이유로 스마트 폰 등의 최신 IT 기기에 필수적으로 들어간다. 스마트폰 한 대에 평균 800~1000개의 MLCC가 탑재된다.

최근 전기자와 자율주행 등 미래차에 전자장치가 증가하며 차량용 커패시터 사용이 급증하고 있다. 대표적 전기차인 테슬라 모델3의 경우 대당 2만 개의 커패시터를 사용한다.

세라믹기술원은 전자파 간섭 억제, 배터리 공급 전압 안정 등 미래차 주행 안전성 확보를 위해 고신뢰성, 고성능 커패시터에 적용하는 유전소재를 개발할 계획이다.

정찬엽 센터장(왼쪽)과 현상일 수석연구원 (사진=양대규 기자)
정찬엽 센터장(왼쪽)과 현상일 수석연구원 (사진=양대규 기자)

이런 차세대 소재 개발을 위한 데이터는 어떻게 수집할까?

현상일 수석연구원은 "소재개발을 위해 MDF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MDF(Miniature Data Factory)는 말 그대로 데이터 수집을 위해 만드는 소형의 공장이다. 소재 개발을 위한 데이터를 가상화 공간에 구현하는 것은 아직 힘들기 때문에 실제 소재 개발과 비슷한 환경을 더 작은 사이즈로 만들었다.

세라믹기술원은 차세대 연료전지와 커패시터 개발을 위한 두 개의 MDF를 구축해 데이터를 수집한다.

정찬엽 세라믹기술원 가상공학센터 센터장은 "MDF로 실제로 실험을 진행할 때 공정 조건, 재료를 바꿔가면 물성이 다 다르게 나올 것"이라며 "이 데이터들을 표준에 맞춰 표준 데이터세트를 수집해 이를 통해 AI 분석이 진행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MDF의 궁극적인 목적은 실제로 기업들이 구축해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

현상일 연구원은 "국가연구소가 모든 생산 시설을 꾸밀 수는 없다"며 "결국에는 기업들이 보유한 공정과 소재개발 로드맵에 따라 직접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소재 개발 AI 구축 사업을 통해 소재 선진국과의 격차를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일본 정부도 자국의 강점인 소재부품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소재 개발에 AI 등 최신 기술을 접목할 계획이다. 

▲'머티리얼 혁신 강화전략'을 통해 디지털 소재개발을 위한 제도적 기반과 세부 실행 계획을 올해 발표할 예정이며 ▲소재분야 실험․계산 데이터와 모노즈쿠리 공정기술을 수치화해 기술력의 계승‧전승을 목적으로 데이터베이스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찬엽 센터장은 "관련 데이터를 수집해 AI 학습을 진행하면 소재개발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고, 격차를 줄일 수 있다"며 "한국이 데이터와 AI 기술을 소재개발에 적용해 산업용 소재개발 플랫폼을 구축하고 산업체 확산에 먼저 성공하면, 장기적으로 소재 선진국인 일본과의 격차를 줄이는 것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AI타임스 양대규 기자 yangdae@aitimes.com

[관련기사] 반도체 소부장 정책에 빠져 있는 것...ASML에 기술 공급하는 한국 기업 없다

[관련기사] 동국대 LINC+사업단, 지능형 소재·부품·장비 ICC 반년의 성과는?

저작권자 © AI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