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일반적인 부품이나 완성품 제조 공정에서 인공지능(AI)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연구하고 있으며 많은 성과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소재 분야에서 AI 도입은 큰 진척을 못 보이고 있다.

부품과 달리 소재 개발은 재료의 배합에서부터 장비, 제조 공정에 따라 그 결과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AI타임스는 소재 개발을 위한 AI 도입 정부사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경남 진주시 소재 한국세라믹기술원(원장 유광수)을 방문했다.

정찬엽 한국세라믹기술원 가상공학센터 센터장 (사진=양대규 기자)
정찬엽 한국세라믹기술원 가상공학센터 센터장 (사진=양대규 기자)

정찬엽 한국세라믹기술원 가상공학센터 센터장은 "공정에서 나오는 실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소재 개발에 AI가 사용된 사례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정 센터장은 무엇보다 AI의 예측 정확도를 높여주는 고품질 데이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AI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딥러닝(Deep Learning) 등 다양한 기계학습 기술이 필요하다. 딥러닝은 빅데이터(Big Data)라고 불리는 대량의 데이터를 필요로 한다.

다른 분야도 유사하겠지만 소재 분야에서의 데이터는 논문, 특허, 보고서 등 방대한 양이 산재하고 있으며 산업체 공장에서 매일 생성되는 데이터도 넘쳐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소재 개발'에는 이것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특정 소재를 개발하기 위한 원료 배합 비율 등은 이미 다양하게 나오고 있지만, 그것을 어떤 장비로 어떤 방법으로 개발해야 되는 지는 객관적인 수치화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산업부 디지털 소재혁신 강화 실행계획(자료=산업부)
산업부 디지털 소재혁신 강화 실행계획(자료=산업부)

이에 산업통상자원부(장관 성윤모)는 디지털 소재혁신 강화를 위한 첫 번째 추진전력으로 2022년까지 10만 건 이상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하고 소재개발 AI 예측 모델을 개발하겠다고 지난 15일 밝힌 바 있다.

정부는 공공 데이터 확보를 위해 기존 데이터, 실험 데이터, 계산 데이터 등 3가지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할 방침이다.

기존 데이터에 대해 산업부는 12월까지 "프로젝트 관련된 기존 소재정보은행 데이터를 재규격화 하고, 문헌 자료 및 추가 실험 등을 통해 보완"할 계획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기존에 이미 수많은 데이터들이 소재정보은행에 올라가 있지만 해당 정보는 특정 소재 조성에서의 다양한 물성값 위주로 구성되어 있어 핸드북이나 논문 등과 같이 그 정보가 필요한 경우에 찾아서 참고하기에는 적합하지만 AI를 적용해 새로운 소재를 개발하는 데 활용하기에는 무리라고 지적했다.

정찬엽 센터장은 "원료 조성에 따른 물성은 지금도 핸드북을 찾으면 데이터가 다 나온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핸드북에는 레시피가 나와 있지 않고 원료 조성비만 나와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면, 돼지고기 200g, 대파 한 단, 양파 몇 개, 고추장 몇 스푼 등 재료는 수치로 나와 있지만, 이를 제육볶음으로 만들기 위한 방법은 설명하고 있지 않다는 것.

이어 정 센터장은 "개별 논문 정보를 취합해 소재를 개발할 수도 있지만 저작권 문제와 논문을 작성하는 사람마다 다른 용어를 사용한다"며 "데이터 전처리에 수많은 비용이 든다"고 지적했다.

제육볶음을 만드는 방법을 설명해도 각자 다른 방법으로 말한다는 것. 또 사용되는 장비, 불의 세기, 익히는 시간에 따라서 제육볶음의 맛은 달라진다.

음식에 비유했지만 소재 개발은 이보다 더욱 까다로운 결과를 원한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의 자료를 객관적인 수치로 만들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는 것.

두 번째로 산업부는 산업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소재 개발용 AI 플랫폼 구축을 위해 "컨소시엄이 직접 실험을 통해 고품질 기계학습이 가능한 대량의 신규 데이터 생성"해 '실험 데이터'를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컨소시엄은 화학·금속·세라믹·섬유 등 4대 소재 분야 공공연구기관 중심으로 구성된다. 4대 소재기관은 세라믹기술원(세라믹), 한국화학연구원(화학), 한국재료연구원(금속), 다이텍연구원(섬유)이 포함된다.

산업부는 소재개발 AI 예측 모델 개발을 위한 10만 건의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8개 핵심소재 프로젝트를 선정했다. 광범위한 분야를 모두 대상으로 하기보다는 핵심소재 데이터를 중점적으로 모으겠다는 것.

8개 핵심소재 프로젝트는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미래 경쟁력을 선점할 수소경제, 탄소중립, 미래 모빌리티 등 3대 분야에서 선정했다.

▲수소경제는 그린수소 생산용 촉매와 차세대 연료전지 전극소재 ▲탄소중립은 올레핀 생산용 촉매와 생분해성 플라스틱, 가스터빈 부품용 합금소재 ▲미래모빌리티는 미래모빌리티용 경량복합재, 친환경 내장재, 미래차용 전자소재가 각각 4대 소재기관을 중심으로 한 컨소시엄에서 세부 프로젝트로 수행된다.

세라믹기술원은 세라믹 분야의 신소재 개발을 위한 데이터를 수집한다. 세라믹의 경우 원료 제조사, 공정 조건 등에 따라 최종 제품의 물성이 크게 바뀌기 때문에 AI 기반 소재개발을 위해서는 화학 조성뿐만 아니라 다양한 정보들을 체계적으로 저장하고 활용해야만 한다.

세라믹기술원은 이 중 '차세대 연료전지 전극소재'와 '미래차용 전자소재' 개발을 위한 데이터를 확보한다.

센서, IoT, 로봇 등 자동 계측 장치를 활용한 실시간 데이터 수집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것.

정찬엽 센터장은 소재개발용 AI 플랫폼 구축을 위한 실험 데이터 확보와 관련해 "아직 아무도 안 해본 길"이라며 "각 소재 분야 전문가들과 협의해 어떤 게 중요한 요소인지, 물성평가를 위해서 어떤 것이 필요한 지 등 표준화 작업을 병행하겠지만, 데이터 수집 과정에서 더 중요한 것이 나올 수도 발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 센터장은 "지금 데이터를 모으고 있어도, 나중에는 별 쓸모없는 데이터가 될 수도 있다. 또는 중간에 다른 데이터가 들어갔을 때 AI 성능이 좋아질 수도 있다"며 "소재 개발에 아직 적용된 사례가 없어 해봐야지 아는 것"이라고 실험 데이터 수집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정찬엽 센터장이 소재 개발을 위한 AI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양대규 기자)
정찬엽 센터장이 소재 개발을 위한 AI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양대규 기자)

산업부는 마지막으로 실험으로 구현하기 어려운 '공백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계산 프로그램을 활용해 2022년까지 추가적인 '계산 데이터'를 생산할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4대 소재기관은 축적 데이터와 인공지능 패키지를 활용, 프로젝트별 특성에 맞는 AI 표준모델을 단계적으로 개발한다.

객관적인 데이터 수집을 위해 소재개발 단계별 표준화 공통 구성항목을 도출할 계획이다. 단계는 원료, 조성, 공정, 물성의 순이며, 4대 소재별 특성에 따라 세부항목을 구체화한다.

AI타임스 양대규 기자 yangdae@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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