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네카라쿠배. IT개발자들이 가고 싶어 하는 회사들을 묶어서 부르는 말이다. 개발자 부족으로 연봉이 얼마나 인상이 되었는지 연일 관련 기사가 쏟아진다. 도대체 상황이 어떻게 되어 가는지 제대로 알고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개발자는 왜 부족한지, 연봉인상 러시는 어떻게 되는 것인지. 최근의 상황을 이해하는 방법을 준비했다.
하루가 멀다하고 개발자 연봉을 높이는 회사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기사가 나온다. 어떤 이유 때문일까? 먼저 기업들이 먼저 나서서 연봉을 올리려는 하는 이유와 배경이 무엇인지 살펴보자. 한 마디로 설명하자면 수요와 공급 법칙에서 공급이 부족해지기 때문에 수요측에서 가격을 올리기 시작했다는 의미가 가장 크다. 다만 그 동안은 이런 소식이 없다가 갑자기 어느 곳이 올린다니까 연쇄적으로 따라 올라가는 흐름은 다소 이상하게 느껴진다.
사실 이런 현상은 지난 10년동안 드러나지 않고 조용히 진행되어 왔다. 2011년에 N사는 공채로 뽑던 개발자 인력과 수준이 점점 떨어진다고 판단하고 판교에 직접 소프트웨어 전문 학교를 만들기도 했다. 인력 부족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 것이다. 그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생각할 수 있다.
첫 번째로 지난 10년 사이에 업계는 모바일 플랫폼, 스마트폰 앱 서비스와 개인화된 정보서비스를 바탕으로 엄청나게 빠르게 변화했다. 대학에서 배우는 기본 지식과 현장에서 필요한 기술 격차는 더 늘어났다. 현장이 바라는 인재와 실제 대학을 졸업한 취업 준비생 사이의 격차가 커진 것이다.
두 번째는 인구 감소와 생태계의 변화 때문이다.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세기의 대결 이전까지 전산학과 또는 컴퓨터공학과는 소위 인기 학과가 아니었다. 더구나 그 이전에 IMF 직후 2000년-2010년까지 이공계 기피현상으로 이공계 대학 정원이 미달이었던 시기도 있었다.
이 시기에 기업들은 신입 공채 인원과 기회를 줄이고 채용 문을 더욱 촘촘하게 만들었다. 최근에 다시 ICT 서비스와 모바일 쇼핑이나 원격 근무, 원격 교육까지 비대면 정보 서비스가 많아지면서 채용을 늘리려고 해도 신입을 돌봐줄 선배가 없는 회사도 많다. 인력 공급과 수요에 악순환 고리가 생겨버렸다.
최근 채용이 더 어려워진 것은 절대적인 졸업생 수가 줄어든 변화와 함께 피라미드 형태로 유지되던 생태계가 망가진 것을 이유로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기업들 인사 조직에도 변화를 가져와서, Tech-HR 이나 DevRel로 부르는 개발 분야에 특화된 HR조직을 신설하는 회사가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마케팅 조직은 개발자 연봉이 높은 것이 최고인 것처럼 홍보를 하고 있다.
그 혜택을 그대로 받는 개발자 입장에서는 이런 현상이 어떻게 느껴질까 생각해보자. 뉴스에 나오는 연봉 5천만원, 6천만원을 그대로 받는 신입 개발자는 그렇게 많지 않다. 개발자로 분류되는 높은 분들부터 신입 개발자까지 평균 연봉이 6천만원이라고 생각하는 게 합리적이다. 10년 이상 서비스한 조직에서 10년이상 근무했다면 연봉 1억이 넘어가는 개발자도 꽤 많다.
하지만 여전히 보편적인 사례는 아니다. 모두가 그렇지 않기에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기도 한다. 대부분 회사들은 연봉 협상이라는 것을 하지만, 기준이 되는 연봉 구조가 있고 기업들은 그 범위를 강요한다. 개인적으로도 20년 넘게 직장생활하면서 협상다운 협상을 해 본적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연봉 인상 이야기가 나온다는 것은 그 회사가 채용이 쉽지 않다는 의미라고 해석할 수 있다. 그만큼 내부에 있는 개발자가 이직할 수도 있고, 외부에서 새로 채용하기도 어려우니 기존 인력들의 임금을 올려주려는 것일 수 있다. 하지만 그 흐름을 쉽게 뒤따르지 못하는 회사들이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
연봉 인상은 기업 채용 문제에 대한 일시적인 해결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연봉 인상만으로는 앞서 지적한 생태계 문제가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직군과의 차이도 문제가 될 수 있고, 기존 연봉 테이블에서 애매한 위치에서 반발이 있을 수도 있다. 생태계가 건강해지려면 교육 기관과 기업이 거리를 좁히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인력을 채용하기 위해서 기업은 커뮤니티나 교육 기관에 기여할 수 밖에 없다.
최근에는 기업들이 공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채용 채널을 만들기 위해서, 더 많은 접점을 만들기 위해서 이벤트, 단기 행사도 기획한다. 개발자 커뮤니티를 후원하고 찾아가서 채용 부스를 열기도 한다. 조직에 흡수하는 체험형 인턴 뿐만 아니라, 8주 정도 직무 교육을 시키는 교육형 인턴 방식을 시도해서 전환하기도 한다.
개발자 연봉에 대한 논의는 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작점이다. 연봉 뿐만 아니라 개발 문화, 조직 문화, 도전적인 업무로 인정받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지역, 학교, 커뮤니티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방향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단지 연봉 때문이 아니라 다니고 싶은 회사가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정 코드스쿼드 대표는 NHN NEXT 교수에서 소프트웨어 전문 교육 스타트업까지, 새로운 소프트웨어 교육을 실험하고 있는 소프트웨어교육 개발자이다.
김정 코드스쿼드 대표 godrm77@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