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대학교병원이 개방형 혁신 플랫폼을 구축해 병원과 인공지능(AI) 기업 간의 활발한 공동연구와 기술개발을 지원하면서, 광주 핵심산업인 헬스케어 산업과 더불어 AI 산업 생태계 조성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지금까지 창업기업은 혁신적 기술이 있어도 병원과의 접근이 쉽지 않아 실제 현장에서 사용 가능한 기술‧제품을 고도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재정적 부담 역시 주요 애로사항 가운데 하나다. 이에 전남대병원이 개방형실험실을 구축해 병원과 창업기업 간 의료산업 특화 사업화 연계기술개발(R&BD) 전주기 지원에 나선 것.
전남대병원 개방형실험실 사업단장인 김병채 신경과 교수는 "국내 의료 상황과 전 세계적인 경향을 살펴보면 이제 의료기술의 산업화는 상당히 중요한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남대병원도 이에 발맞춰 선제적 대응을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며 개방형실험실 유치가 그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개방형실험실 사업의 성과를 바탕으로 광주시가 해당 분야에서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하는 데 일조하겠다는 포부다.
‘개방형실험실’, 뭐 하는 곳일까?
전남대병원 개방형실험실은 병원과 창업기업 간 협업을 통해 보건의료분야 특화 신기술·신제품 개발을 신속 지원하는 플랫폼이다. 전남대병원은 전국 국립대병원 가운데 유일하게 개방형실험실 사업을 추진해오면서 정부과제 수주와 입주기업 매출 증대 등의 성과를 내고 있다.
특히 개방형실험실은 광주·전남지역 특화 의료 융복합 과제 기획부터 기업 발굴과 병원·임상의·기업 밀착형 전주기 기술지도·컨설팅, 전주기 기술개발·사업화 지원에 이르기까지 바이오 기술 개발과 창업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 2019년 전남대병원은 보건복지부의 ‘개방형실험실 구축 사업’ 주관기관으로 선정됐다. 당시 보건복지부는 전국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개방형실험실 구축사업 주관기관을 공모해 전남대병원을 비롯한 5개 병원을 선정했다. 전남대병원은 우수한 연구역량과 더불어 의생명연구원 등 풍부한 연구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개방형실험실 사업은 병원의 우수한 연구역량·인프라와 연계해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실험 시설과 장비 등을 구축·운영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전남대병원은 13개 기업이 동시에 활용할 수 있는 개방형실험실을 구축했고, 기업 지원 프로그램 운영과 임상의와 기업 간 협력 연구 등을 추진 중이다.
전남대병원은 창업기업들을 선정해 전문 임상의사 매칭과 컨설팅, 입주 서비스, 시제품 제작, 임상시험 프로토콜 개발, 의학회 연계 기술비즈니스·파트너링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지원하고 있다. 개방형실험실 사업으로 기업과 임상의 간 협업이 수월해짐에 따라 연구 기획부터 제품 판매에 이르는 기술실용화 전 과정을 진행할 수 있게 돼 호평을 받고 있다.
“의료분야 기술 개발에 막막한 기업들, ‘개방형실험실’로 오세요.”
전남대병원 개방형실험실은 다양한 정부과제를 수주하며 창업기업과의 시너지를 끌어올리고 있다. 임상의 지원을 받은 창업기업이 정부과제 19건을 지원해 거의 80%에 육박하는 15건을 수주했으며, 그 규모는 32억 원에 달한다. 임상의와 기업 간 공동연구 활성화를 위해 임상의와 창업기업 간 팀 과제 11개를 선정해 지원한 것이 이 같은 성과를 이끌어내는 데 큰 도움이 됐다는 설명이다.
개방형실험실 입주기업은 지난해 기준 전년 대비 약 28억 원에 달하는 매출 증가를 기록했다. 60여 명의 신규 인력을 채용하는 성과도 거뒀다. 임상의 매칭 컨설팅의 경우 2019년에 비해 62% 증가한 181건을 달성했다.
아울러 시제품 제작 지원(13건)과 국내외 특허 출원(7건), 특허 등록(4건), 상품 출시(2건), 기술이전(4건), 비임상시험(20건), 임상시험 프로토콜 개발(4건), 임상시험(1건), 특허컨설팅(18건), 전문가 컨설팅(37건) 등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보였다. 이 밖에 입주기업은 보건의료 산·학·연·병(의학회 연계) 기술 비즈니스 파트너링과 홍보부스 지원에 힘입어 사업 추진 속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전남대병원과 AI 기업 간의 협업이 눈에 띈다. 광주시가 인공지능 중심도시를 표방하며 AI 기업들과의 업무협약을 적극 추진해오고 있는 가운데 광주지역에 둥지를 튼 AI 기업들은 나날이 늘어가고 있는 추세다. 현재 개방형실험실에 입주한 AI 기업은 총 6곳이다. 이들 기업은 개방형실험실을 활용해 자사 기술과 제품 연구개발을 위한 긍정적인 시너지를 창출하고 있다.
개방형실험실은 실험실을 갖추지 못한 중소기업들이 병원에 있는 인프라를 이용해 제품을 개발하고 상용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시스템이다. 특히 보건의료와 관련된 제품을 개발할 때 의료인과의 교류를 통해 성과를 내는 일은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제품 개발을 위해 의료인을 만나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개방형실험실은 기업들이 의료인을 쉽게 만나 아이디어를 공유하면서 제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시스템인 셈이다.
AI 기업들은 보건 의료 데이터에 대한 접근성이 상당히 떨어진다. 그런데 이곳에서 보건의료 데이터에 쉽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기업들이 상당히 만족스러워하는 걸로 알고 있다. 또 기업들은 데이터를 사용할 때 이것이 정확한 데이터인지 아닌지 여부를 확인하는 데 애로사항이 많았다. 이를 잘 아는 의료인 즉 전문의가 정확한 데이터 여부를 판단해주고 이를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기 때문에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참여기업은 병원 인프라를 활용해 초기 비용 절감으로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추고, 임상의 등과의 협업을 통해 기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병원 입장에서는 인력, 연구장비, 노하우 등 병원의 우수한 연구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국가 연구개발 성과로 이어져 산업 내 기여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바로 큰 성과를 내기는 어렵다. 하지만 AI 기업들이 들어오고 있고 이들 기업이 병원에 있는 영상 데이터를 사용해 제품이나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있다. 우리들의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데이터를 모으고 있는 기업들이 많아 아마 1~2년 내에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가 공고를 내면 그 공고를 보고 찾아오는 기업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처음에는 의료기기를 만드는 기업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전남대병원에 오면 데이터 접근도 용이하고 의료인과도 쉽게 만날 수 있다는 입소문이 조금씩 돌아 AI 기업들이 많이 들어오게 된 것 같다. 이들 기업이 원하는 전문의와 매칭하고 그 전문의와 기업 간 니즈가 맞게 되면 같이 협업하는 시스템이 됐다.
개방형실험실에서는 기업들의 제품 상용화까지 지원하려 한다. 제품 아이디어에서 출발해 해당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임상시험을 필요로 한다. 그런데 소규모 기업들의 경우 그 비용이 부담이 될 수 있다. 개방형실험실을 통해 공동으로 과제를 신청하고 그 과제를 획득해 임상시험을 하는 일련의 과정을 지원하고 있다.
광주시의 특화 영역인 빅데이터·AI 및 의료기기 관련 기술 보유 기업을 유치하고 기업관리 시스템을 최적화하는 데 더욱 주력할 계획이다. 특히 최근 우리 병원은 광주시와 함께 병원 중심 AI 기반 디지털생체의료산업 고도화사업에 선정됐다.
광주시와 산업통상자원부의 지원을 받아 내년부터 향후 3년간 총 100억 원 정도 투자되는 사업이다. AI를 이용해 제품을 만들고 의료기기를 상용화하는 데 처음부터 끝까지 도와주려하는 사업에 저희 병원이 선정된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AI 기업들이 제품을 만들어 임상시험을 하는 등 전주기적으로 도와줄 수 있게 된다. 아마 괄목할 만한 성과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AI타임스 윤영주 기자 yyj0511@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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