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망원경이 할 수 없는 천문학적 발견을 인공지능(AI)이 척척 해내고 있다.
한 국제 연구팀이 인공지능을 이용해 태양의 상층 대기에 있는 코로나 구멍(Coronal holes)을 탐지했다고 지난 28일 물리학 전문 매체 ‘피직스 월드(Physics World)’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오스트리아 그라츠(Graz) 대학 로버트 자롤림(Robert Jarolim), 러시아 스콜텍(Scoltech) 타티아나 포드라치코바(Tatiana Podrachikova)와 그들의 연구팀이 개발한 컨볼루션 신경망(CNN)으로 확인한 코로나 구멍과 다른 천문학자들이 수동으로 잡아낸 것들 사이에 강력한 일치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 연구 성과는 태양 주변의 파괴적인 기후에 대한 보다 신뢰할 수 있는 예측과 태양의 복잡한 진화를 이해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매체는 전했다.
코로나 구멍의 경계 정확하게 식별
태양은 지구의 생명체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천체 중 하나다. 태양은 전자기파뿐 아니라 양성자와 전자 등의 미립자들로 이뤄진 태양풍(solar wind)을 지구에 날려 보낸다.
그런데, 이 태양풍이 코로나 구멍에서 나온다고 알려져 과학자들은 우주망원경의 극자외선(EUV) 파장으로 항상 이 곳을 감시하고 있다.
그동안 천문학자들은 이 코로나 구멍의 모양과 크기 및 위치를 우주 망원경으로 수집한 극자외선(EUV) 영상에서 수동으로 식별해왔다.
그러나 이 작업은 매우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이유는 태양의 11년 활동 주기 동안 코로나의 밝기 변화가 심하고, 코로나 구멍이 태양 주변의 다른 어두운 특징과 구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28일 업데이트된 제로지니(zerogenie)의 천문학 뉴스에 따르면, 이번에 자롤림 연구팀이 새로 개발한 인공신경망 ‘크로노스(CHRONOS)’가 이 문제를 해결했다. 이 신경망은 여러 다른 극자외선 파장에서 촬영된 사진 속에서 코로나 구멍의 경계를 인식하는 학습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다음에 이 인공지능 알고리즘은 학습을 토대로 영상들을 비교해 강도, 모양 및 자기장 특성을 기준으로 코로나 구멍의 경계를 정확하게 식별해낸 것이다.
연구팀은 지난 2010년 11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NASA 태양역학관측소가 촬영한 자기장 태양 사진 분석에 이 신경망을 활용한 결과, 크로노스는 256개를 골라내 98.1%의 성공률을 보였다고 전했다.
사람의 맨눈으로 식별할 수 없는 코로나 구멍을 학습한 AI는 영상을 다르게 인식해 식별할 수 있었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타티아나 스콜텍 우주센터 부교수는 “지상에 있는 망원경으론 마치 어두운 지역처럼 보여서, 정기적으로 측정할 수 없는 코로나 구멍 검출에 이 인공신경망이 유망한 결과를 가져왔다.”라고 밝혔다.
우주망원경은 찍고, 인공지능은 분석
우주에서 비교적 가까운 태양 주변조차도 육안으론 관측하기가 쉽지 않은데 그 이유는 영상이 흐릿하고, 애매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눈부시게 발전한 인공지능 기술은 태양 주변뿐 아니라 먼 은하까지도 정확하게 볼 수 있게 만들고 있다.
지난해 8월 12일 자, 인공지능/로봇 전문 온라인 사이트 ‘Unite.AI’ 웹 뉴스에는 먼 은하의 관찰에 인공지능이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기사가 실렸다.
그 한 예로, 일본 국립천문대(NAOJ) 천문 연구팀은 스바루(すばる) 적외선 망원경이 포착한 초광범위 우주 영상에 인공지능(AI)을 적용하고 있다.
딥 러닝 AI 기술이 극도로 높은 감도 능력으로 스바루 우주망원경으로 찍어온 이미지 데이터 셋들 가운데서 은하를 분류해 약 56만 개의 은하를 찾아냈다고 연구팀은 알렸다.
NAOJ의 프로젝트 조교수 ‘켄이치 다다키(健- 多田木)’박사는 “AI가 고양이와 개의 이미지를 분류할 수 있다면, 더 나아가 나선형 형태를 보인 은하와 나선형 패턴이 없는 은하를 구분할 수 있다.”면서 “훈련 데이터로 학습한 AI는 97.5%의 정확도로 은하 형태를 골라내는 데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빅데이터 천문 자료에 AI는 안성맞춤
최근에 EHT(Event Horizon Telescope) 국제 공동 연구팀은 전 세계 32개 나라에 있는 19개 천문대의 망원경으로 M87 은하 중심부의 관측 결과를 공개했다. 이는 관측에 활용된 망원경들의 총 가동시간을 합하면 약 300년이 넘는 엄청난 양의 빅데이터다.
이런 많은 양의 데이터를 사람이 일일이 분석하려면, 힘도 들지만, 착각과 오류가 상존한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그러나 이런 어려운 분석 작업에도 인공지능은 해결사 노릇을 하고 있다. 지난해 8월 6일 BBC 스카이 앳 나이트 매거진(BBC Sky at Night Magazine)은 천문학에 활용되는 인공지능 기술에 대해 다뤘다.
마치 사람의 뇌처럼 인공 뉴런으로 이뤄진 심층신경망(deep neural network)의 촘촘한 그물 신경들은 수 초 안에 수백만 개의 광곡선을 처리함으로써 외계 행성의 광도학적 특징을 배운다.
외계 행성 연구의 경우, 지상과 우주망원경에서 실시간 쏟아지는 데이터들은 거의 관리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의 빅데이터이지만 이 인공신경망은 지치지 않고, 데이터들을 정확하게 분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례로, 나사의 케플러 우주망원경은 그 앞을 지나가는 행성 중 17만 개의 밝기의 극미한 빛의 조각을 측정, 외계 행성들을 찾아내는 작업을 수행한다. 이 작업에서 놀라울 정도의 원시 정보들이 쌓이고, 빅데이터가 완성되지만, AI는 이를 분류해낸다.
또 한 예로, 지난 2017년 6월에 새로운 종류의 별인 초속성(hypervelocity stars)들이 은하수 중심에서 바깥 지역으로 질주하는 가이아(Gaia) 우주망원경에 의해 관측됐다. 이 별들은 네덜란드 라이덴(Leiden) 대학 박사과정 학생인 ‘토마소 마르케티(Tommaso Marquetti)’가 만든 AI 네트워크의 데이터 분석을 통해 발견됐다.
마르케티는 잡지와의 인터뷰에서“우리는 흥미로운 물체를 식별하는 고도로 비선형적인 기능을 학습하는 능력과 교육 중에 접하지 못한 입력 데이터를 일반화하는 능력 두 가지로 인공지능 신경망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AI타임스 조행만 객원기자 chohang5@kaka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