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에너지 소비 시대’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일방적인 에너지 소비 방식에서 AI기반 맞춤형 에너지 소비로, 전기요금도 줄이고 대기 환경문제도 해결하는 ‘스마트그리드’ 실증사업이 광주에서 진행되고 있다. 아직은 시민의 일상생활에 적용되지 않은 낯선 에너지 소비 방식이다.
가속화되는 환경 문제에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는 지구를 살리는 대체 에너지로 떠오르고 있다. 내연차는 점점 없어지는 전기차 시대가 왔다. 하지만 전기차 수요가 늘어남에 따른 사용 후(폐) 배터리 처리문제가 새롭게 대두되고 있다.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새로운 전력 서비스는 어떤 모습일까. 광주에서 미리 엿보았다. <편집자 주>
# 결혼식장을 운영하는 A씨는 높아진 전기 기본요금 때문에 고민이 많다. 사업장 특성상 평일에는 전기를 거의 사용하지 않지만 주말에 사용량이 폭등해 전기 기본요금이 많이 올라갔기 때문이다. 한 번 높아진 기본요금은 일 년 내내 적용돼 부담이 크다. 에어컨 사용이 많아진 여름철에는 전기 요금이 감당하기 부담스러운 수준으로 높아졌다. 최근 A씨는 ‘에너지셰어카’ 실증 사업에 참여하면서 전기 요금을 확 낮출 수 있게 됐다. AI 기술로 사업장의 전기 사용 패턴을 분석해 에너지 사용이 많은 시간에는 폐 배터리를 재활용한 ‘에너지셰어카’에서 전기를 공급받기 때문이다.
광주에서 폐 전기배터리와 피크전력에 따른 전기요금 과다 지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증사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와 같은 ‘이동형 Sharing ESS’ 서비스 ‘에너지셰어카’는 2019년 9월 산업통상자원부 공모사업에 선정된 SKT 컨소시엄의 ‘미래형 스마트그리드(Smart Grid, 지능형 전력망) 실증연구 사업’의 과제 중 하나이다. 미래 AI 에너지 시대 기업·사업장의 에너지 소비도 확 달라질 전망이다.
최근 지자체에서는 전기차에서 나온 폐 배터리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고민이 많다. 2050 탄소중립 정책에 따른 지원으로 전기차 수요는 빨라지고 있지만 폐 배터리의 재활용에 대한 해결책이 아직 완벽하게 없기 때문이다. 전기차 폐배터리를 재활용한 ‘에너지셰어카’가 실증을 통해 생활에 적용이 되면 기업들의 전기 요금도 절감하고 피크전력으로 인한 전력 수급 안정과 전기차 폐 배터리 재활용까지 3가지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폐 배터리 재활용한 ‘더 친환경적인’ ‘에너지셰어카(sharing ESS)’ 등장
전기차 시장이 친환경 산업으로 손꼽히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전기차 ‘폐 배터리’ 처리 문제가 부각됐다. 배터리를 적극적으로 재사용하지 못하면 오히려 환경오염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 이에 대한 대안으로 에너지셰어카는 전기차에서 나오는 폐 배터리를 재활용해 만들어졌다.
최선규 SKT 부장은 “전기차에서 전기 배터리의 수명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자동차 성능에 영향을 주게 돼 더이상 사용하기 어렵다”며 “하지만 배터리 자체의 공급용량은 약 60~70% 정도로 충분히 남아있어 이를 재활용해 전기 저장 장치로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에너지셰어카는 이러한 폐 전기 배터리를 두 개 이은 형태로 100~120kWh의 용량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에너지셰어카’는 트레일러 형태로 돼 있다. 그 안을 살펴보면 전기자동차에서 나온 두 개의 폐 배터리가 탑재돼 있다. 100kWh 단위 용량의 트레일러 에너지 셰어카(이동형 ESS)는 고객의 사용 패턴에 따라 최대전력 수요시간에 맞춤형 용량으로 제공이 가능하다.
에너지셰어카는 총 4대, 30곳을 대상으로 1차 서비스를 시작해 연말까지 총 10대, 90곳을 목표로 진행하고 있다. 최 부장은 “최근 실증을 위해 4개의 트레일러 차량 등록을 마쳤다”며 “5월 중순 설명회를 개최했고, 실증 참여 고객을 모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기존 트레일러 형태가 아닌 탑차 형태로도 제작될 것”이라며 “9월 완성을 목표로 실증사업 참여사인 현대자동차에서 제작 중이다”고 설명했다.
◆ “AI·빅데이터 기술로 전력 사용패턴 ‧피크 전력 시간대 예측해”
그렇다면 전기 공유차 개념의 ‘에너지셰어카’를 어떻게 적절한 시간에 사용할 수 있을까. SK텔레콤은 한국전력의 전력정보와 IoT전력량계 데이터를 활용하여 기업의전력 사용 패턴을 AI 기술로 분석해 피크 전력 시간대를 예측한다. 전년 대비 월별 사용량을 비교하고 계절별 최대 수요 전력을 분석한다. 전력 과다 사용이 예상되는 시점에 에너지셰어카를 이동하여 전기를 공급하는 식이다.
우리나라의 전기요금의 기본 구조는 기본요금과 전력량 요금 두 가지이다. 최 부장은 “일반 빌딩의 경우 전기요금을 기본요금과 전력량 요금 두 가지 항목으로 요금을 내게 된다”며 “전력량 요금은 사용한 양만큼 돈을 내는 것이고, 기본 요금은 전기를 많이 쓰게 되면 전력 수요를 맞추기 위해 발전소 용량이 커져야 하기 때문이 기본 요금이라고 해서 시간당 제일 많이 쓰는 전기를 기준으로 해 기본요금을 내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특정 시간에만 전기를 주로 쓰는 사업장이 주 대상이다. 최 부장은 “이러한 구조는 가끔 전기를 과다하게 사용하더라도 기본요금이 높아지는 경우가 있다”며 “한 번 기본요금이 측정되면 12개월은 지속된다”고 말했다. 이에 “가끔 많이 쓰는 빌딩이 이러한 서비스를 이용했을 때 기본요금을 확 낮출 수 있다”며 “전기 사용량이 집중되는 시간을 피해 최적화된 요금으로 충전이 가능하고, 차량 형태로 공유할 수 있어 고정 장비 구매 부담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 공연장·섬 지역 디젤 발전기 대체…대기 오염‧소음 ↓
에너지셰어카는 중소형 건물 이외에 전원공급이 안되는 행사장이나 도서 지역에도 활용된다. 디젤 발전기를 대체해 전기로 에너지를 공급하기 때문에 매연이 없고, 조용하다. 최 부장은 “공연장에서 필요한 전기는 장비에 따라 전력량이 예측가능하다”며 “행사장에서 쓰는 전력량에 따라 에너지 셰어카를 병렬로 연결해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SKT 컨소시엄이 진행하고 있는 ‘에너지셰어카’ 실증 서비스는 전기가 필요한 곳에 이동형 공유 에너지 저장장치를 공유한다는 개념이다. 최선규 SKT 부장은 “에너지 셰어카는 폐 배터리를 재활용해 사회적‧환경적 문제를 해결하고 기업 대상 전기 요금도 절감 효과도 누릴 수 있다”며 “안전성과 기술적인 고도화에 대한 숙제들을 실증사업을 통해 개선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SKT 컨소시엄은 이 같은 실증사업을 통해 광주광역시 체험단지에 ‘스마트그리드 빅데이터 활용서비스’를 구축, 축적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실증사업 성과를 분석하고 필요시 외부에도 공유하는 등 체계적∙지속적으로 데이터를 관리해 나갈 계획이다.
AI타임스 구아현 기자 ahyeon@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