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모빌리티 산업에 거대 플랫폼 왕국을 세우고 있다. 택시, 대리운전, 주차, 항공, 기차, 셔틀버스, 퀵, 택배, 심지어 세차까지 바퀴가 있으면 할 수 있는 모든 산업에 손을 뻗치고 있다. 택시 호출 앱의 경우 이미 80% 이상 시장에 깃발을 꽃아 놓은 상태다.
카카오가 내세운 주무기는 사용자 편의성이다. 카카오T 앱에 모빌리티 사업을 한데 모아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사용자는 카카오T 앱 하나만 설치하면 모든 모빌리티 서비스를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 여기에는 메신저 시장 점령에 성공한 카카오톡의 노하우가 담겨 있다.
주요 전략은 플랫폼 사업간 동맹 구축이다. 타 기업 플랫폼과 카카오 내에 있는 다른 플랫폼과의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6일 마카롱택시 플랫폼 업체인 KST모빌리티와 반반택시 플랫폼 업체 코나투스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 협약으로 카카오T는 3만대 이상의 가맹택시를 보유하게 됐다. 기존 카카오블루 2만 1000대에 마카롱택시 1만 대, 반반택시 1000대 등이 추가됐기 때문이다.
카카오 내 플랫폼과의 협력체계도 강화한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출시한 종합 업무플랫폼 '카카오워크'에서 카카오T 이용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덕범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에코플랫폼팀장은 6월 30일 열린 '렛츠카웍' 웨비나에서 "업무 택시를 호출할 때 스마트폰에서 카카오T 앱을 다시 여는 건 비효율적"이라면서 "카카오워크에서 바로 택시를 호출할 수 있는 등의 기능을 추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해당 서비스가 추가되면 업무 택시를 호출할 때 카카오T 앱을 이용하지 않고 카카오워크만으로 택시를 호출할 수 있게 된다. 업무용 메신저 기반 플랫폼인 카카오워크에서 카카오T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은 대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에도 해당 기능을 도입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모빌리티 시장에서 카카오의 경쟁력은 인공지능(AI)에서 나온다. 택시와 주차, 대리운전 등에 AI를 적용해 주무기인 사용자 편의성을 크게 높였다. 공급자 중심으로 이뤄지던 택시 시장을 소비자 중심으로 바꾸었고, AI로 주차장의 주차 가능 여부 상태를 알려줘 사용자의 주차 시간을 대폭 감축했다.
카카오의 AI 기술력은 비밀병기에 가깝다. 대기업이 아닌 이상 타 기업이 AI 분야에서 카카오를 기술력으로 추월하긴 어렵다. AI 인력이 부족하고 데이터 확보도 어려워서다. AI 비전 분야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한 대표는 "AI 인력이 부족한 지금, 다른 기업이 카카오 기술력을 따라가긴 어려울 것"이라며 "모빌리티 분야에서는 특히 택시 사업이 카카오의 독점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다른 모든 분야를 따라갈 수 있다 해도 AI에서 나오는 사용자 편의성만큼은 경쟁 대상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건우 카카오모빌리티 수석이코노미스트는 3월 열린 'AI 융합 비즈니스 개발 컨퍼런스'에서 "교통의 디지털전환이 일어날 것"이라며 "이때 강조되는 건 결국 AI다"라며 AI 기술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카카오T,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 만족하는 AI 기술 택시에 탑재
카카오T에 적용된 AI 기술은 공급자와 수요자가 모두 만족하는 모빌리티 환경 구축에 사용된다.
택시의 경우 기사와 승객은 모두 AI 기술을 이용해 편리함을 얻을 수 있다. 택시 기사는 카카오T를 통해 보다 지능적인 택시 호출을 받을 수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AI로 기사의 운행 패턴을 분석해 효율적인 매칭 시스템을 제공한다. 카카오 앱에 등록돼 있는 25만 명 택시 기사 데이터를 분석해 각 택시기사가 자주 가는 장소에 맞춰 택시 호출을 해준다. 목적지가 광화문인 고객에게는 광화문으로 자주 운행하는 기사를 추천해주는 방식이다
이재호 카카오모빌리티 디지털경제연구소장은 지능정보산업협회와 지능정보기술포럼이 주최한 'AIIA(AI is anywhere) 2월 조찬 포럼'에서 "기사 분들이 선호하는 지역으로 승객을 연결해주니 '어떻게 알았지?'하며 놀라신다"고 말했다.
소요자인 택시 승객은 과거에는 택시를 타기 위해 직접 택시를 찾아야 했지만, 카카오T로 자신의 공간에 택시를 호출할 수 있게 됐다. 굳이 택시 정류소까지 가지 않고도 집 앞이나 회사 앞 등 현재 있는 자리에서 택시를 탈 수 있다.
AI가 가고자하는 장소 주차장 혼잡도 정보 알려줘
카카오모빌리티는 주차 서비스에서도 AI를 적용했다. 가맹 주차장에 비어있는 주차 장소가 몇 개인지, 만차가 되었는지 등을 알려준다.
사용자는 도착하고자 하는 장소 인근의 주차장들의 주차 혼잡도와 만차 정보 등을 미리 알 수 있다. 아무 정보 없이 주차장에 갔다가 만차로 다른 주차장을 찾아야하는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다.
김건우 수석은 "에버랜드의 경우 주말 주차난으로 인근 도로 교통체증을 유발했지만 카카오T 주차 서비스 도입 이후 해당 구간 운행 속도가 최대 14.4km 개선되는 효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주차장 관리자는 AI로부터 적정 주차 요금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 카카오모빌리티에서 주위 주차장의 주차요금에 맞도록 적정 주차요금을 제안해주는 AI 분석 시스템을 제공해서다. 인근 주차장 요금 정보를 알기 위해 일일이 찾아다닐 필요 없이 AI가 제안하는 요금으로 쉽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대리운전 요금과 기사들의 쉼터까지 AI가 추천
카카오T의 AI 기술은 대리운전 기사와 수요자에게도 각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AI 기술로 대리기사가 쉴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쉼터 장소를 찾아준다. 대리운전 경로와 가장 많이 호출되는 장소의 정보를 분석해 쉼터 장소를 추천하는 방식이다.
AI로부터 적절한 대리운전 요금도 추천받을 수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실제 이용 요금, 호출 위치, 시간, 거리 등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해 최적의 요금을 제안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AI 추천요금 도입 이후인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6월까지 8개월간 기사 배정 시간은 22% 단축되고, 기사 배정 확률은 21% 가량 증가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술로 인해 170만 명이 넘는 이용자들의 귀갓길이 더 빨라졌다는 설명이다.
카카오T, 기술력 확대 위한 실탄 갖춰가는 중
사용자 편의성을 주무기로, 플랫폼 간 협업을 전략으로, AI 기술을 비밀병기로 무장하고 모빌리티 산업에 왕국을 건설하려는 카카오의 시도는 점점 현실로 되고 있다. 택시 시장을 중심으로 대리, 항공, 택배 등의 여러 시장을 점령해나가고 있다.
실탄도 많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올해만 세 차례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누적 투자금액 1조원을 돌파했다. 최근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LG가 참여하며 약 1000억원의 투자를 강행했다. LG는 이번 투자로 카카오모빌리티 지분 2.5%를 확보하게 된다.
앞서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2월 칼라일과 구글에게 22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았고, 6월 TPG컨소시엄과 칼라일로부터 다시 1400억원 투자 유치를 성공한 바 있다. 이전에 투자받은 금액까지 포함하면 누적 투자 유치 금액이 1조원을 넘는다. 투자금액으로 카카오모빌리티는 더 나은 기술과 서비스개발에 나서 사용자 편의성을 더 높일 가능성이 크다.
모빌리티 업계는 시장 독과점 우려...상생 마케팅 필요
카카오의 모빌리티 시장 선점 행보엔 부정적 시선도 많다. 시장 독과점이 불러올 부작용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택시업계는 지난 3월 카카오모빌리티가 카카오T 서비스의 일부를 유료로 전환하자 거세게 반발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카카오T 유료 서비스에 가입한 택시에 '콜 몰아주기'를 시행한다는 이유였다.
택시업계 관계자는 "카카오T 이용이 많아지면서 택시회사든 개인택시든 살아남기 위해서는 해당 서비스 가입이 선택이 아닌 의무가 되고 있다"며 "결국 이런 '콜 몰아주기' 현상은 택시비 상승으로도 이어져 소비자에게도 불편함을 양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과 서울특별시택시운송사업조합은 카카오T 독점에 맞서 티머니가 출시한 택시 호출 앱 '티머니온다'에서 오는 호출을 우선 수락하기로 했다. 이를 위한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티머니온다는 카카오T와 같이 AI 기능을 탑재한 배차 시스템을 제공한다. AI로 승객의 탑승 위치와 차량의 방향, 거리, 속도 등을 고려해 최적의 배차를 해준다. 배차는 기사와 승객 간 일대일로 이뤄진다.
차순선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 이사장은 6월 조합회보를 통해 "조합에서 자체 앱을 개발해 운영할 경우 앱 개발보다 대시민 홍보가 어렵다"며 "티머니온다와 업무협정을 맺고 대응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티머니온다가 카카오T 기술력을 따라가기 어렵다는 게 AI 업계의 시선이다. AI 업계 관계자는 "모빌리티 플랫폼은 AI로 사용자 편의성을 높여 시장경쟁력을 가져가는 구조"라며 "AI 인력이 많은 카카오가 티머니보다 기술적으로 당연히 앞서갈 수밖에 없어 티머니의 고전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이어 "모빌리티 산업에 카카오 영향력이 커지는 만큼, 시장 독과점에 따른 우려가 많아진 건 사실"이라며 "카카오는 카풀 서비스 경험을 삼아 업계와 상생하는 마케팅 전략을 구상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AI타임스 김동원 기자 goodtuna@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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