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지질환경전공 학생들이 풍화작용으로 훼손될 수 있는 공룡 화석을 데이터베이스화해 영구 보존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지난달 23일 경주 화백컨벤션홀에서 열린 춘계 지질과학기술 공동학술대회에서 전남대 학생팀은 ‘사진측량법을 통한 여수 사도에서 발견된 공룡·새 발자국 화석 3D 모델의 데이터베이스화 및 활용’에 관한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해당 논문은 연구의 창의성과 우수성을 인정받아 포스터 발표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최근 경남 사천시 서포면 비토섬 해안가에서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약 1억 1,000만 년 전 물갈퀴가 있는 새 발자국 화석이 확인돼 국제 학계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국내에서는 가장 오래된 새 발자국 화석으로 중생대 백악기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화석 기록을 영구 보존하는 일은 지질학적·고생물학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화석지에서 발굴돼 노출된 화석은 시간이 흐를수록 풍화작용 등으로 인해 훼손될 우려가 있다. 특히 해안가에 위치해 있는 경우 보호각 설치 등이 어려워 훼손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이에 전남대 학생팀(조혜민·이현영·손종주·홍민선 학생)이 허민 교수의 지도 아래 공룡 발자국 화석에 관한 정보를 영구 보존하기 위한 연구에 나선 것.
연구 대상은 천연기념물 제434호인 ‘여수 낭도리 공룡 발자국 화석 산지 및 퇴적층’이었다. 여수 낭도리 공룡 화석지는 전남 여수시 화정면에 속하는 사도, 추도, 낭도, 목도, 적금도 등 5개 섬 지역의 백악기 퇴적층에 광범위하게 분포돼 있다. 지금까지 이곳에서 발견된 공룡 발자국 화석은 총 3,546점으로 집계된다. 앞발을 들고 뒷발만으로 걷는 조각류와 육식공룡인 수각류, 목이 긴 초식공룡인 용각류 등 다양한 종류의 발자국이 발견됐다.
전남대 학생팀은 사진측량법을 이용해 ‘여수 낭도리 공룡 발자국 화석 산지 및 퇴적층’의 일부 발자국을 3D 모델화하고, 이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했다. 해당 화석지 대부분은 해안가에 있어 생물 침해와 자외선 등으로 풍화가 진행되고 있었다. 전남대 학생팀은 이번에 제시한 방안으로 현재 풍화가 진행되고 있는 발자국 화석을 데이터의 형태로 영구 보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그동안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었던 발자국의 형태나 깊이를 보다 명확하고 객관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 연구논문의 지도 교수인 허민 전남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한국고생물학회 회장, 대한지질학회 회장 등을 역임하고, 한국공룡연구센터 소장을 맡으면서 ‘공룡박사’로 잘 알려져 있다.
지난해 3월 허민 교수는 영국지질학회의 명예회원으로 재선정됐다. 당시 전 세계에 68명뿐인 명예회원 가운데 한국인은 허민 교수가 유일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허 교수는 이번 연구논문에 대해 “앞으로 구축된 자료를 활용하면 문화재 보존뿐만 아니라 향후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영상 자료 등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 개발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했다.
【미니 인터뷰】 전남대 지질환경전공 학생팀의 조혜민 팀장
졸업논문 준비를 위해 여러 연구들을 살펴보던 중 여수 낭도리 천연기념물 제434호 '여수 낭도리 공룡 발자국 화석 산지 및 퇴적층'이 최근 10여 년간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고 바닷가에 노출돼 있어 훼손이 우려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를 보존하고 연구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 끝에, 사진측량법을 통해 3D 데이터를 보존해 데이터베이스화를 한다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주제를 선정하게 됐다.
'여수 낭도리 공룡 발자국 화석 산지 및 퇴적층'은 천연기념물 제434호에 등재돼 있는 지역으로 사도를 포함해 총 5개의 섬에서 공룡 발자국이 보고된 바가 있다. 하지만 화석지의 대부분이 해안가에 위치해 있고, 생물 침해와 자외선의 영향으로 풍화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에 우리 팀은 발자국 화석들에 대한 정보를 보존하고자 사진측량법을 활용해 3차원 모델과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이렇게 취득한 데이터를 이용해 향후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 3D 프린팅, 영상 자료 등 연구‧교육‧산업 콘텐츠로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는 내용이 이번 논문의 골자다.
아무래도 3D 모델링을 처음 접하다 보니 낯선 프로그램들을 다루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선배들의 도움을 받아 팀원들과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면서 극복할 수 있었다.
화석지에서 발굴 후 노출된 발자국 화석은 필연적으로 긴 시간이 지나면 훼손될 수밖에 없다. 보호각 설치나 발굴 후 실내로 이동하는 방법도 존재하긴 하나, 여수와 같이 화석지가 해안가에 위치해 있는 경우에는 이러한 방법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사진측량법으로 얻어진 3D 모델은 영구적으로 보존이 가능하다. 규격화된 3D 모델을 데이터베이스화한다면 향후 훼손이 조금 더 진행되거나 소실되더라도 화석에 대한 연구가 지속적으로 수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획득한 3D 모델을 이용해 AR, VR, 3D 프린팅, 영상 자료 등 다방면에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현재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많은 학생이 화석지나 박물관 등을 방문하지 못하고 비대면으로 교육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각 학교에 보급돼 있는 3D 프린터를 통해 발자국 화석을 직접 인쇄해 교육에 활용할 수도 있고, VR과 AR 등의 기술을 접목해 실제 화석지에 온 듯한 체험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까지 여수 지역의 공룡 발자국 화석지에서 공룡과 새 발자국 화석이 다수 보고됐다. 이 외에 다른 종류의 척추동물 발자국 화석도 더 있을 것으로 예상해, 이 지역에 대한 추가적인 조사를 진행하려 한다. 또 발자국 화석의 3D 모델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인공지능(AI)과 모델링 등의 기술과 접목해 과거 공룡의 생태와 진화에 대해 더욱 깊이 연구할 계획이다.
우리나라는 매우 다양한 종류의 수많은 공룡 발자국 화석이 여러 지역에서 발굴·연구돼 왔으나, 일부 화석지에서는 보존과 관리가 미흡해 훼손이 진행되고 있다. 이점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좋은 샘플들을 보존하고 지속 가능한 연구를 위해 데이터 확보와 데이터베이스 구축이 보다 적극적으로 활발히 이루어지면 좋겠다.
AI타임스 윤영주 기자 yyj0511@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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